|
종업식 때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나눠준 양치질 도구와 소중한 추억이 담긴 시디.
|
학부모 기자가 간다
학기 중에서 가장 빠르게 지나가면서 가장 아쉬운 시간은 한 학년을 마무리하는 종업식이 아닌가 싶다. 긴 겨울 방학을 끝내고 친구들과 며칠 재미있게 어울리다 보면 곧 바로 헤어져야 하는 시간을 맞기 때문이다. 친한 친구와는 다른 반으로 나뉘어야 하는 아쉬움을, 좋아하는 선생님과도 헤어져야 하는 서운함을 남기는 게 종업식이다. 그래서 일년동안 스승과 제자로 만나서 칭찬과 격려, 꾸중을 반복하며 서로에게 정이 든 나머지 울먹이는 선생님과 아이들도 이 시기에 많이 볼 수 있디. 경기도 광주시 중부면에 있는 번천초등학교의 5학년 1반 어린이들과 선생님도 종업식날 모두가 눈이 빨개져 얼굴을 들지 못했다. 소리를 내서 흐느끼는 여자 아이들도 제법 많았다. 아이들이 너무나 좋아하고 사랑하던 선생님이 종업식을 마지막으로 전근을 가시기 때문이었다. 선생님은 종업식날 아이들에게 마지막으로 칫솔과 차약이 들어있는 컵과 한 장의 시디를 선물로 나누어 주셨다. 시디 안에는 5학년 1반 어린이들이 일년 동안 활동해온 수업장면들과 운동회, 예술제, 수련회 등 행사 모습과 아이들의 다양한 표정이 담겨 있었다. 집에 돌아와 일년 동안 선생님의 정성이 기득 담긴 시디를 열어 본 이승호(12)군은 “선생님은 우리를 진정으로 사랑해 주셨어요. 그런데 이런 시디 선물까지 받으니 너무나 감사해요. 선생님께 자랑스러운 제자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이주영(12) 어린이는 6학년에 올라가서 급식이 끝나고 이를 닦을 때마다 선생님 생각이 날거라며 선생님과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했다. 또 다른 초등학교의 이은옥 교사는 아이들에게 문집을 선물로 나누어 주셨다. 문집을 받아 본 엄마들은 아이들보다도 더 열심히 읽었다고 한다. 문집에는 아이들이 일년동안 써온 동시, 일기, 수필 등이 예쁘게 묶여 있었고, 맨 뒤에는 선생님과 아이들이 만난 첫날 이야기에서부터 반에서 일어났던 특별한 이야기들, 학예회가 열리던 날 무대 뒤에서 일어났던 여러 상황 등 부모들은 알 수 없는 선생님과 아이들의 이야기가 아이들 이름 하나 하나가 거론되면서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문집을 받아 본 한 아이의 아빠는 “아이가 평생 간직하게 될 소중한 보물을 얻었다”며 감격해 했다. 흐뭇하고 가슴 저미는 종업식 이야기는 또 있다. 학급 인원 수 만큼 공책을 준비해 두었다가 각 아이에 관한 기록과 편지를 써 오신 선생님, 종업식날 편지 노트를 선물로 주신 선생님, 그리고 졸업식 다음 날 아이들을 데리고 사비로 졸업여행을 떠나신 선생님도 계시다. 선생님에 대한 믿음과 존경이 점점 희박해져 가고 스승이 아닌 선생으로만 대하는 안타까운 현실속에서도, 진정으로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은 보람이 아닌 직업으로만 임한다는 생각에 차갑게 얼어버린 학부모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 주었다 일년을 사랑으로 소중히 보내고 그 소중한 마음을 전달받은 아이들의 얼굴에 행복한 웃음이 환하다. 선생님들은 알고 계실까? 선생님들이 주신 그 크신 사랑이 그 사랑을 받은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얼마나 행복하게 해 주었는지…. 글·사진 이영미/학부모 기자 kq2000lee@lycos.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