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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14 11:05 수정 : 2005.02.14 11:05

신 중의 신 황제와 그의 라이벌이었던 염제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로 하자. 우선 그들은 어떻게 태어났을까? 예로부터 신이나 영웅은 탄생의 과정이 신비하다. 황제는 그의 어머니가 들판에서 기도를 올리다가 큰 번개가 북두칠성을 감싸는 것을 보고 황제를 잉태했다고 한다. 황제가 벼락의 신이 된 것은 이 이야기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북두칠성은 별 중의 으뜸이기에 황제가 최고신이 된 것과 역시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염제의 탄생 신화는 더욱 신비하다. 염제의 어머니는 ‘소전’이라는 임금의 왕비로 이름은 ‘여등’이었다. 하루는 여등 왕비가 날씨 좋은 날 햇볕을 쬐러 ‘화양(華陽)’이라는 들판으로 나갔다가 그곳에서 신령스러운 용을 보게 됐다. 용을 본 순간 여등은 마치 온몸이 감전된 듯한 이상한 느낌에 휩싸였고 얼마 뒤 임신을 하게 됐다. 그리고 태어난 것이 염제였다. 우리는 이 신화를 통해 염제가 태양신이자 불의 신이 된 이유를 알게 된다. 염제의 어머니가 놀러간 화양은 문자 그대로 ‘화려한 햇볕’ 혹은 ‘화려한 태양’이기 때문이다.

황제에 관한 재미있고 의미 깊은 에피소드 한 가지를 들어 보자. 황제에게는 ‘현주’라는 보배로운 검은 구슬이 있었다. 이것은 서양 점쟁이들의 수정 구슬처럼 세상만사를 꿰뚫어 보여 주는 신비한 구슬이었다. 황제가 애지중지 그것을 아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황제는 이 구슬을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다. 그런데 어느 날 신하들과 함께 적수라는 강으로 놀러갔다가 궁궐로 돌아와 보니 구슬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닌가? 황제는 우선 가장 지혜로운 ‘지’라는 신으로 하여금 구슬을 찾아보게 했다. 그러나 그의 머리로도 잃어버린 장소를 기억해 내지 못했다. 이번에는 세상에서 가장 눈이 밝다는 ‘이주’라는 신으로 하여금 찾아보게 했다. 이주는 백 걸음 앞의 바늘구멍도 볼 수 있는 시력의 소유자였지만 그도 발견하지 못했다. 다음에는 힘세고 끈기 있는 ‘끽구’라는 신을 시켜 샅샅이 찾아보게 했으나 그도 실패하고 말았다. 황제가 포기 상태에 빠져 있을 때 ‘상망’이라는 신이 찾아보겠다고 나섰다. 이 신은 좀 멍청해서 항상 흐리멍덩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런 신이었다. 황제는 별로 미덥지 않았으나 별 도리가 없었으므로 마음대로 찾아보라고 했다. 그런데 ‘상망’은 몇 번 어슬렁거리고 다니더니 쉽게 구슬을 찾아가지고 오는 것이 아닌가? 황제가 뜻밖의 성공에 놀라고 기뻐했음은 물론이다.

이 에피소드는 <장자>라는 철학책에 실려 있는데 깊은 동양의 진리를 함축하고 있다. 즉 이 이야기에서 황제가 찾고자 하는 현주라는 구슬은 사물의 이치나 최고의 진리를 상징한다. 이 이야기는 결국 진리란 지, 이주, 끽구 등의 행동과 같이 아는 체 하는 짓, 감각적인 쾌락, 권력 등에 의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욕심을 버린 순수한 마음가짐에서 터득되는 것이라는 점을 우리에게 말해 주고 있다. 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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