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해-피해자 격리 조사를” |
“학교에서 성폭력 문제가 발생하면 당사자들을 격리시키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최근 전교조가 전국 초·중·고생 16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생 성폭력 피해와 예방교육 실태 조사의 실무 책임자였던 제주여상 진영옥 교사는 “현재 직장 내 성폭력의 경우에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격리하도록 되어 있으며, 특히 가해자와 피해자가 평등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인 학교에도 이 제도의 도입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가해자가 교사인 경우 공정하고 합리적인 조사와 문제 해결을 위해 사건 처리가 마무리될 때까지 피해 학생과 격리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며, 이때 학생의 수업권은 우선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전교조 여성위원장을 맡았던 진 교사는 “조사 결과를 보면 한 학급 40명 가운데 8명 정도가 성희롱을 포함한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고, 그들 가운데 4명은 학교 안에서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심각한 것은 피해자 가운데 2명은 선생님에게, 나머지 2명은 동료나 선배 등에게 당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피해 신고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렇게 하기 힘든 현실을 고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이 더 문제라고 강조한다.
진 교사는 “학교장들은 관리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학교 안 성폭력 사건에 대해 대체로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독립적으로 피해 학생과 상담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도록 하는 성폭력 상담 전문교사를 두는 것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또 “징계 규정을 강화해 학생이 처리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사실로 확인되면 강력하게 처벌해야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교 안 성폭력 문제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먼저 전문적인 예방교육이 강화되어야 하나 실태 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절반에 가까운 학생은 예방교육을 만족스러워 하지 않고 있으며, 형식적인 운영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전교조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사범대와 교대 등 교원양성기관의 성폭력 상담교육과정 개설, 학교 안 성폭력 피해자 보호 및 치유 대책과 가해자 처벌 및 교육 대책 마련, 성폭력 상담 전문교사 배치 및 성폭력 예방교육 강화 대책 마련을 제안했다. 또 자체적으로 조합원들에게 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학생인권 보호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곽용환 기자 yhkwak@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