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05 17:06
수정 : 2006.03.06 16:36
교사 직무평가·수업 제안등 '학습개선' 프로그램 도입 꺼리고 머뭇거리던 아이들
주인이자 조언자로 적극 활동 이민자 가정 많은 빈민지역 2년만에 성적 우수자 두배로
나라밖에선/런던 조지 미첼 중학교의 변신
학생이 교사를 평가하고, 심지어 교사 선발에도 참여하는 학교가 영국에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최근 학생들을 ‘주인’으로 만들며 ‘21세기형 학교’로 발전해 가고 있는 런던 동부의 조지 미첼 중학교를 소개했다.
11~16살의 학생들이 다니는 이 학교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온 것은 2년 전 부임한 헬렌 제퍼리 교장이다. 제퍼리 교장은 우선 영어과목에서부터 ‘학습 개선’(MLB, making learning better)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교사 직무수행 평가, 과목별 교사 회의 참석, 방과 후 활동 선택, 수업에 관한 제안들을 할 수 있게 했다. 학교는 이제 모든 과목에서 이 프로그램을 실시하는데, 학생 4명 중 1명꼴로 과목별 ‘조언자’로서 프로그램 운영에 참여한다.
학생 조언자들의 주요 업무 중 하나인 교사 평가는 10여가지 항목으로 나뉘는데, 과목마다 2주에 한 번씩 교사들의 수업 진행상의 장단점을 몇 개씩 지적하는 방법 등을 쓴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학생들이 교사 선발에도 참여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교사 지원자 면접에 참여하고 시범수업도 평가한다. 그런 뒤 누가 적합하고 누가 그렇지 않은지를 평가해 학교에 의견을 낸다. 한 신입 교사는 학생들한테서 평가받은 과정에 대해 “닥달당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학생들한테 이런 권한을 준 게 처음부터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고 제퍼리 교장은 설명했다. 그는 “프로그램 도입 초기에는 많은 학생들이 주어진 자유를 무언가를 하기 싫다고 말하는 데 쓰곤 했다”며 “이제는 칭찬받고 성과를 내는 동료들을 보면서, 많은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120여명의 학생 조언자들은 권한을 갖는 대신 수고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프로그램의 효과적 운용을 위해 시간을 내서 회의를 하며 아이디어도 짜내는가 하면, 다른 학교도 찾아 가고 교사 연수에도 참가해 봐야 한다.
갈수록 학생들은 참여에 대해 만족하고 성숙한 태도로 주어진 권한을 쓰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학 과목의 학생 조언자 머라이엄 칸(15)은 “처음에는 내가 보기에 잘못됐다고 생각되는 일에 간여하는 데 힘을 쏟았지만, 이제는 다른 이들의 의견을 듣는 것에도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수학 과목 학생 조언자 두하 압둘가파르(13)는 “선생님들 뽑는 일을 도울 때는 엄격하지만 공정한 분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조지 미첼 중학교는 이 프로그램이 학업 성취도를 올리는 데도 만족스럽다고 평가한다. 학교가 위치한 곳은 빈민층 거주지역으로, 학생들의 69%는 집에서 영어를 쓰지 않을 만큼 이민자 가정이 많다. 중등교육자격시험(GCSE) 성적은 밑바닥을 맴돌았다. 하지만 이런 개혁이 성과를 내면서, 이 시험의 성적우수자 비율이 두 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반발도 있었다. 프로그램 도입 초기에 불편한 심기를 나타내고 학교를 떠난 교사들도 있다. 제퍼리 교장은 “미국식 프로그램이라며 걱정하는 교사들도 있었지만, 이제는 모두 잘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조지 미첼 중학교는 이 프로그램을 더 강화해 학생들에게 보다 많은 권한을 주고 지금의 학생회 조직을 학생 의회로 발전시킨다는 방안도 갖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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