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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05 19:00 수정 : 2006.03.06 16:38


우리 동요 동화 속으로

할머니가 들려준 '새는 새는'

대중가요나 팝송을 흥얼대고, 외국 동화나 소설을 읽는 우리 아이들. 우리 민요나 동요, 전래동화는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간다. 하지만 그저 낡고 재미없는 것으로 치부되는 우리 전통의 어린이 문화에도 재미와 가치는 충분하다. 우리 정서의 근간이 되는 구전 노래와 전래 이야기를 새롭게 만나보고 그 속에 담긴 우리 고유의 정신과 얼을 만나본다.

옛날 아이들은 무슨 소리를 하고 놀았는지 궁금하지 않아? 요즘 우리들은 텔레비전이나 컴퓨터에서 소리를 배우고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가르치는 소리를 듣고 배우지. 하지만 예전 아이들은 산천을 놀이터 삼아서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어울려 놀기 일쑤였지. 소리는 누가 가르쳐 주었는지 몰라도 아이들이 부르면 자연스럽게 듣고 배웠어. 억지로 하지 않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쉽사리 배웠지. 아마 이 비밀은 우리들이 자라는데 매우 중요한 일일지도 모르지. 자신도 모르면서 저절로 하는 것이 창조의 비밀이 될 거야.

우리 소리 하나 들어보자. 시골 할머니가 우연히 들려준 거야. 보물섬, 아니 그 고장에서는 보배섬이라고 하는데 진도라는 섬에서 들은 소리인데, 너무 신나고 재미있게 들었던 소리야. 아이들이 부르기도 하고 다른 할머니에게 배우기도 한 소리래. ‘새는 새는 낭개 자고/쥐는 쥐는 궁개 자고/우리 같은 아그들은/엄마 품에서 잠을 자고/날아가는 참새 주머니/지스럭에서 잠을 잔다’라고 하는 소리야.

오늘날 우리가 쓰는 말씨와 소리에 그려진 생각의 방식이 이 소리에 그려진 것과 너무 다르다는 게 보일거야. 두 가지가 다른데 정답은 없으니까 신나게 말해 보자. 하나는 말씨가 너무 다르지. 이것은 사람이 태어나고 자란 고장의 사투리를 가지고 소리 하기 때문에 이런 소리가 나오는 거야. 이 말씨들이 사라지고 있는데 예전 소리에 생생하게 살아있으니 우리가 사용하는 말씨와 다른 말씨로 되어 있지만 아주 소중하다고 생각해. 이것이 곧 사투리의 힘이 될 거야.

다른 하나는 앞의 것보다 더욱 소중한 것인데, 잘 들어봐. 우리는 책이나 컴퓨터에 빠져서 잘 살피지 못하는 것이 그려져 있지. 그것이 바로 새, 쥐, 참새, 지푸라기 등이 아기, 엄마 등의 사람과 한 데 어울려 있는 것이야. 답답한 방안을 벗어나 산과 들, 그리고 강을 돌아다니면서 아이들이 소란을 피우고 노니 이런 소리를 곧잘 했지. 산천을 돌아다니면서 보고 듣는 일이 소리에 드러난 것일 거야. 우리가 운동장에서 노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는 일은 이 때문이겠지. 산과 들, 바다에 가면 가슴이 탁 트이고 기분이 좋아지지. 예전 아이들은 그러한 느낌을 가지고 살면서 이 소리를 하고 살았지. 우리도 마음을 바꾸고 그렇게 살면 좋을 거야. 물론 이 소리도 배워야지.


이 소리를 말하면서 또 한 가지 숨겨놓은 비밀을 말해야 하겠어.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이 소리가 전국적으로 10여곡이 있는데 고장마다 사람마다 전혀 다르게 부르고 있어. 높낮이도 다르고 더욱 놀라운 일은 박자도 달라. 악보에 그려진 대로 소리하고 불러야 하는 우리들은 깜짝 놀랄 일일 지도 몰라. 오히려 다르게 부르는 것이 틀렸다고 생각해. 막힘이 없이 절로 소리를 하다가 자유로운 소리의 작곡이나 창조가 가능했으리라고 생각해. 틀에 박힌 생각을 깨는데도 이 소리는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할 거야. 배우대로 하지 않고 저마다 생각하면서 노래하고 놀 수 있어서 너무나 좋은 거야.

우리 소리, 어린 아이의 마음으로 부른 이 소리를 따라서 해봐. 특히 산, 내, 들에 나가서 뛰어논다고 생각하면서 부르기를 바라는 것이 이 아저씨의 마음이야. ‘새는 새는 낭개 자고’

김헌선/경기대 한국·동양어문학부 교수 y3k@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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