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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06 14:28 수정 : 2006.03.06 14:28

김홍진군, "학급회장 하기 싫어. 애들이 잘못해도 회장만 혼나"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좌담회> 새학기 '학급회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새 학기를 맞아 대부분의 중·고등학교에서 3월 둘째 주까지 1학기동안 각 교실을 이끌 학급회장을 뽑는다.

학급회장이 각 반에서 차지하는 영향은 크다. 교사 대신 학생들의 수행평가를 모으거나, 체육대회 혹은 수련회에서 분위기를 주도 하는 사람 중에 하나가 학급회장이다.

학급회장이 되면 담임을 비롯한 많은 교사들과 밀접해진다. 또한 학급회장이 경력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대학입시 등에서 플러스 요인이 되기도 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학급회장은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 중간역할을 하기 때문에 때로는 불만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수행평가를 걷을 때 날짜에 맞춰 걷으라는 교사와 조금만 날짜를 늦춰달라는 학생들 사이에서 난감한 입장에 처해지기도 한다.

과연 학생들은 학급회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초등학교 때 학급회장 경험이 있는 김성은(고2)양, 중학교에서 학급회장 경험이 있는 박윤미(고2)양, 그리고 김홍진(고1)군과 함께 ‘학급회장이 하고 싶은지, 학급회장의 어려움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다음은 학생들과의 대담 내용이다.

- 새 학년이 되었는데, 학급회장을 하고 싶은가?

홍진 - 학급회장 하기 싫어. 중학교 때 학급부회장을 해볼까 했는데, 교사들이 잘못한 애들보다 회장이랑, 부회장만 혼내더라고. 그런 모습 보면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없어졌어.


성은 - 하고 싶은데, 학급회장 하게 되면 모범을 보여야 하잖아. 공부도 잘해야하고, 부담되지.

윤미 - 나도 하고 싶은 생각 없어. 학급회장은 애들을 리드해야하는데, 성격상 난 그런 거 못해.

성은 - 우리학교는 성적순으로 회장을 뽑아. 그러니까 1등부터 10등까지 칠판에 써서 후보를 정하지. 그래서 칠판 적힌 애들 중에 안하겠다는 애들이 생기면 하고 싶어 하는 애들이 후보가 되거든. 그래서 못하는 경우도 있어.

- 어떤 학생들이 반에서 학급회장이 되나?

박윤미양, "아무래도 선생님들이랑 같이 있는 시간이 많으니 친해질 수 밖에 없지"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성은 - 활발하고 튀는 애들이 주로 돼. 특히 1학기 땐 서로 잘 모르잖아. 그래서 첫인상만 보고 대부분 뽑지.

윤미 - 새 학기 끼리끼리 노는 애들이 있잖아. 어울리는 애들 중에 후보가 나오거든. 같이 노는 애들이 많은 학생들이 주로 학급회장이 되지.

홍진 - 초등학교 땐 힘 센 애들이 ‘나 뽑아라’라고 했거든. 중학교 땐 먹을 거 사주는 애들 뽑았어. 오히려 애들이 후보들한테 ‘뭐 사줄꺼냐?’고 물어봐. 애들이 햄버거, 피자 등등 이야기하는데 가장 큰 걸 부르는 애나 정말 사주겠다는 믿음을 주는 학생을 뽑지. 근데 중3이 되니까 공부 잘하는 애들을 뽑더라고. 고교 진학 때문에 그런 것 같아.

성은 - 맞다. 맛있는 거 사주는 애들을 뽑지. 근데, 공약에선 사준다고 이야기했다가 사주지 않으면 우리가 무시하기도 해. 학급회장이 떠들지 말라고 이야기해도 무시하고 떠들지.

홍진 - 연설할 때 공부 잘하는 애들은 연설문도 써오거든. 그런거 안봐. 오히려 연설 준비를 안 해와도 톡톡 튀거나 재밌는 애들이 회장될 확률이 높지.

성은 - 맞아, 연설할 때 다들 최선 다하겠다고 하는데 막상 학급회장 되면 안 그러는 애들이 있거든. 그래서 연설은 안 봐.

- 학생들이 학급회장 말은 잘 듣는지?

김성은양, "학급회장이 회의 진행해도 애들은 신경 안써"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성은 - 선생님 말도 안 듣는데, 회장 말을 듣겠어? 학급회장이 보통 학교 숙제나 수행평가 걷거든. 애들이 늦게 내면 다 회장 책임이야. 시간 맞춰서 걷어야하는데, 애들은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하거든. 그러면 이미 회장한테 낸 애들은 손해야. 점수가 깍이거든. 이쪽 저쪽 중간 입장에서 갈등하는 회장을 보면 불쌍해. 홍진 - 교사 있으면 듣고, 없으면 안 듣지.

- 학급회장이 되면 얻는 이득은?

홍진 - 선생님들 이쁨 받잖아. 가끔 선생님들이 조를 짜서 하는 숙제를 내주거든. 회장이나 부회장이 있는 경우 대놓고 점수를 더 주진 않지만 조금 잘못한다고 해서 점수를 깍지는 않지.

성은 - 맞아, 선생님들의 이쁨 받아.

윤미 - 아무래도 딴 애들보다 선생님들이랑 있는 시간이 많으니까 친해질 수 밖에 없지.

홍진 - 전교 학생회장에 나가는 것도 학급회장과 같은 이득이 주어지지. 또 대학갈 때 가산점이 있잖아. 또 교문에서 두발 때문에 걸려도 그냥 통과되지.

- 학급회장의 어려움은 무엇인가?

윤미 - 학생들한테 욕먹기도 해. 예전에 담임이 공부 잘하는 애를 회장으로 뽑고 편애를 했어. 걔가 딱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애들은 싫어했지. ‘니가 회장이면 다야’ 이러면서 욕도 했어.

홍진 - 학급회장이 대의원회의에 나가잖아. 그러면 학생들 편에서 학교를 바꾸어야하거든. 근데, 대의원회의는 열리는데 변하는 건 하나도 없어. 그러면 학급회장, 부회장이 의심을 받지.

성은 - 학급회의를 회장이 진행해. 애들은 무시하지. 우린 회의하면 학급회장이 진행하고, 부회장이 회의 내용 정리하고, 각 부장들이 이야기를 하거든. 나머지는 그냥 가만히 있고. 그럴 때 보면 불쌍해.

홍진 - 잘못하면 심부름꾼으로 전락할 수도 있어. 수업시간에 가끔 선생님들이 안 들어올 때 있거든. 그러면 회장보고 찾아오라고 그러지. 나도 그런 적 있어. 교사가 나보고 뭘 가져오라고 시켰는데, 회장한테 가서 ‘너보고 시켰어’라고 말해서, 회장이 대신 한 적이 있어. 물론 나중에 선생님한테 혼났지만.

- 이런 학생이 학급회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홍진 - 조용한 애들이 회장되면 애들이 교실에서 말뚝박기 하고 놀아도 혼자 공부하거든. 말뚝박기할 때 함께 놀고, 공부할 때 공부하는 애가 회장되었으면 좋겠어. 같이 PC방 가서 게임도 하고, 그런 회장 있잖아.

윤미 - 연설 들으면 다들 ‘뭐뭐 하겠다’고 이야기하거든. 그런데 현실에서 못하는 애들 많아. ‘뭐뭐 하겠다’보단 ‘뭐뭐 하기 위해 노력 하겠다’고 하는 애들이 회장 되었으면 좋겠어.

정혜규 기자 66950@hanmail.net

ⓒ2006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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