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12 14:48
수정 : 2006.03.14 18:10
과학적이고 정확한 세계 최고의 고지도로 평가받는 ‘대동여지도’. 그리고 이 지도를 그리기 위해 팔도를 세 번 돌고, 백두산을 일곱 번이나 올랐다는 김정호. 그러나 그 이상 대동여지도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게 얼마나 될까?
‘학교 공부가 다 그렇지’ 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대동여지도>를 보면 자신의 무지를 새삼 부끄럽게 여기게 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막연한 민족주의에 얽매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역사와 사회에 대해 최소한의 관심은 필요한 게 아니었을까 하는 반성이 따라온다.
<대동여지도>엔 진짜 ‘대동여지도’ 인쇄본이 들어 있다. 보물 850호로 지정된 성신여대 대동여지도 인쇄본을 그대로 실어, 가로 3미터, 세로 7미터(건물 3층 높이)의 엄청난 크기인 대동여지도를 속속들이 보여준다.
발이 닳도록 백두산 오른 김정호
현대 기술도 놀란 뛰어난 정확성 대동여지도 탄생 비밀을 밝힌다
한반도의 근간이 되는 백두산에서부터 시작해 산맥과 하천, 도시, 성, 도로 등이 눈에 잡힐듯이 그려져 있다. 지도에서 빠져서는 안될 관청 소재지, 산, 항구, 창고, 역참, 성지, 읍치, 능침, 봉수 등과 같은 것도 그만의 부호표를 사용해 낱낱이 담았다. 이는 대동여지도가 단순한 보여주기 지도가 아니라 군사, 행정, 교통, 문화 지도로서도 손색이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심지어 고현, 고진보, 고산성처럼 이미 사라진 역사적 장소까지 표시하고 있어 역사 지도로서의 가치도 크다고 지은이는 강조한다.
대동여지도의 정확성과 관련해 저자는 최근 국토연구원의 연구결과를 인용하고 있다. 국토연구원이 최첨단 기술로 우리나라 산맥을 조사해 봤더니 대동여지도의 산맥지도와 놀라울 만큼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궁금증 하나. 대동여지도 윗부분을 보면 ‘매방십리(每方十里)’라고 써있는데, 이것은 지도에서 눈금 하나의 가로 세로의 길이가 실제로는 10리와 같다는 뜻이다. 즉 축척이 16만5천분의 1이나 21만6천분의 1 정도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컴퓨터나 다른 기계의 도움도 없이 어떻게 손으로 일일이 축척에 따른 거리를 재가며 지도를 새겼을까?
이에 대해 저자는 이런 추론을 한다. 먼저 방안지 두 장을 이어붙이고 그 위에 목판 크기와 같은 한지를 놓는다. 방안지가 비치는 한지에 정확하게 거리를 재며서 밑그림 지도를 그린다. 그 다음 방안지를 빼고 한지를 뒤집어서 목판에 붙인 뒤 조각칼로 새긴다. 그럼 거리가 틀리지 않으면서도 방안지의 가로 세로 선들이 보이지 않게 된다.
하지만 이처럼 세계적으로 빼어난 지도를 만든 주인공 김정호 본인에 대해서는 알려진 건 거의 없다. 태어난 곳이 개성 부근이고 살았던 곳은 현재 서울 중구 만리동이나 마포구 공덕동 쯤이라는 게 전부다. 언제 태어나 언제 죽었는지조차 불분명하다. 백두산을 일곱번이나 올랐다, 오직 하나 남은 딸에게 지도를 목판에 새기게 했다, 나라의 비밀을 바깥 세상에 알린 죄로 목판을 관청에 압수당했다 등의 얘기들은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 꾸며낸 얘기라고 한다. 박천흥 글, 이상규 그림. -서울문화사/9천원.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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