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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논회 의원, 초중교 514곳 조사
학부모의원 무투표선출 76%회의 안건 93% 교정 발의
학부모 제안은 1.5% 그쳐
운영 취지 못살려 개선 시급 학교운영위원회가 운영된 지 11년째를 맞고 있지만 여전히 학부모나 지역 주민이 학교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통로가 되지 못하고 학교장이 주도하는 ‘거수 기구’로 운영되고 있다. 구논회 열린우리당 의원이 전국 초·중·고 514곳의 2004~2005년 학교운영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관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전체 조사 학교 10곳 가운데 7곳 이상은 학부모위원을 뽑을 때 투표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진정한 참여 없는 위원 선출=올해 경기도 성남시 ㅅ중학교에 둘째아이를 입학시킨 김아무개(43)씨는 지난주 학부모 총회와 학교운영위원회 선거를 알리는 가정통신문을 받았다. 통신문에는 학교운영위원회 선출 일정만 적혀 있을 뿐 정작 학교운영위가 어떤 일을 하는지를 설명하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김씨는 “학교에서 학교운영위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기 때문에 아직도 많은 학부모들이 학운위를 학교에 돈 좀 내고 대접받는 조직쯤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몇몇 학교에서는 선거 공고조차 내지 않고 지난 학기 임기가 끝난 일부 학부모위원들을 최근 자동으로 연임시켜 학부모들의 불만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구 의원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조사 학교 514곳 가운데 학부모위원을 무투표로 선출한 곳이 393곳으로 76.5%에 이르고, 전체 학부모를 대상으로 직접선거를 한 학교는 16.9%, 학급대표 간접선거를 한 학교는 6.6.%에 그쳤다. 지역위원도 학교장이나 교감이 추천한 위원이 37.7%에 이르렀다. 교직원 전체회의에서 뽑는 교원위원 역시 조사 학교의 77.6%가 교원위원 정수와 후보자 수가 같아 사실상 무투표로 당선된 것과 마찬가지였다. 서울시교육위원회 한 교육위원은 “학교운영위원이 교육감 선거 대의원이 되는 점을 의식해 학교에서 친분·이해관계가 있는 학부모위원을 선출하려고 지역 주민들이나 학부모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끌어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교장이 학운위 좌지우지=2004년 4월, 서울 도봉구 ㅅ중학교 학교운영위의 학부모위원인 박아무개(42)씨는 교실에서 빗물이 샌다는 얘기를 듣고, 이를 학운위 회의 안건으로 제안했다. 동료 위원들의 동의를 받아 안건으로 보고했으나, 교장은 안건으로 올릴 수 없다며 거부했다. 부정적인 사안이 회의 기록으로 남는 게 좋지 않다는 이유였다.
구 의원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2년 동안 전체 조사 학교의 학교운영위 회의에서 논의된 안건(1만9831건) 가운데 학부모위원이 제안한 건(294건)은 1.5%에도 미치지 못했다. 학교운영위원의 40~50%가 학부모위원인 데 비춰 실제 참여정도는 극히 낮다는 것이다. 안건의 대부분인 93.4%는 학교장이 제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장을 제외한 학부모·지역·교원위원이 지난 2년 동안 학운위 안건을 한 건도 제안하지 않은 학교가 514곳 가운데 370곳으로 72%에 이르렀다. 구 의원은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사항을 학운위에서 심의하지 않고 시행하는 학교는 관할 교육청에서 시정명령을 내리고 학교운영위원 참여를 민주적으로 보장하지 않는 학교는 적극적으로 지도해야 한다”며 “학운위 활성화를 위해 초중등교육법과 시행령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주희 최현준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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