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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19 20:19 수정 : 2006.03.20 21:33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 있는 밴더빌트대의 입학과장 윌리엄 셰인이 입학 지원 서류를 분류하고 있다. 출처: <뉴욕타임스>

나라밖에선/미국 대학지원자 ‘석차 비공개’ 논란

대학 지원자들의 석차 정보를 주지 않는 고등학교들 때문에 미국 대학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원자의 학업성적이 반에서 몇 등이냐는 정보는 입시 전형에서 빠지지 않는 요소였는데, ‘알아서 뽑으라’는 식으로 나오는 고교들이 늘면서 대학들이 곤혹스러워한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명문 사립고교들이 앞장선 이런 관행은 최근 5년여 동안 공립학교들에까지 광범위하게 퍼졌다. 미국 대학입시상담협회가 지난해 벌인 조사에서는 40%에 가까운 고교들이 등수를 매기지 않거나 석차 정보를 대학에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지원자의 과목별 학점만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대학마다 석차를 내지 않고 들어 오는 신입생 비율이 40~60%에 이른다.

석차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우수한 학생들이 등수가 낮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라는 게 학교 쪽 설명이다. 사립학교인 뉴저지주 래니고등학교 입시상담부장 미러니 심슨은 “3학년 학생 수가 46명밖에 안되니까 상위 10%에 드는 학생은 4, 5명에 불과하다”며, 석차로 평가하면 나머지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학교들보다 우수한 학생이 많으니까 그만큼 인정해 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불만이다. 이런 움직임에는 학부모들의 입김도 작용했다.

공립학교들도 잇따라 석차를 매기기나 공개하는 것을 중단하는 대열에 서고 있다. 마이애미-데이드카운티 교육위원회는 지난달 관할 지역 고교들의 등수 매기기를 일제히 중단하도록 결정했다. 학생 입장에서는 등수를 대학에 제공하지 않으면, 비록 성적이 초라하더라도 자신감을 가지고 입시에 임하는 장점도 있다는 설명이다.

“우수학생 불이익… 종합평가하라” 공립까지 확산 지난해 40% 육박
SAT 확대·‘자체 석차’ 고육책 속 “지원자 다면평가 계기” 호평도

대학이 등수에 집착하지 말고 지원자의 전체적인 됨됨이를 보는 게 바람직하다는 논리도 호소력을 발휘한다. 마이애미비치고등학교의 진 프리드먼 교장은 “등수를 모르면, 대학은 학생을 종합적으로 보고 평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이 등수에 매달리는 것은 편의주의적 이유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일부 대학들은 이런 입장에 공감하며 지원자들을 다면적으로 평가는 방식을 개발하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석차 정보에서 자유로우니까, 지원자가 어떤 면에서 우리 학교에 맞는 인물인지 등을 평가하는 데 집중할 수 있어 오히려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석차 정보가 없으면 우수한 학생을 고르기도 어렵고, 공정한 평가가 불가능하다고 많은 대학들이 주장하고 있다. 짐 밀러 브라운대 입학과장은 “어느 지원자가 B+라는 점수만 들고 오면, 공부를 잘했다는 것인지 못했다는 것인지 무슨 수로 알겠냐”고 물었다. 밴더빌트대의 윌리엄 셰인 입학과장은 “대학이 제공받는 정보가 적을수록, 평가가 공평하지 못하고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다”고 불평했다.


때문에 일부 대학은 대학수학능력시험(SAT)에 더 비중을 두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고육책으로 지원자들의 학점에다 출신 고교의 점수분포를 대입해 대략적인 석차를 내는 곳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하려면 품이 많이 들어, 지원자가 많은 대학들은 엄두를 못낸다.

석차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좋을 게 없다며 넌지시 엄포를 놓는 경우도 있다. 밴더빌트대의 셰인 과장은 “석차 정보를 제공하는 고교 출신의 합격률이 반대의 경우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석차를 내놓지 않는 것은 교육자들의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과제물 검증 "구두시험"이 상책?

인터넷 베끼기 등 차단. 영국 정부, 추가시험 권장
어느날 갑자기 괄목상대할 정도로 훌륭한 답이나 과제물을 내는 학생을 보고 흐뭇해하면서도 한편으로 ‘진짜 저 녀석 실력일까’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교사들은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다. 인터넷의 보급과 활용은 사제간 불신의 벽을 더욱 높히고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정부가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구두시험을 통한 검증을 주문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과제물 제출 때 자기 실력으로 결과를 내는 게 아니라, 부모의 머리를 빌리거나 인터넷 콘텐츠를 베끼고도 감쪽같이 교사를 속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시험장에서의 커닝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교육당국은 이에 따라 필기시험 결과물을 놓고 학생들에게 직접 질문을 던져 제 실력이 맞는지를 검증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과제물을 놓고는 교실에서의 추가 시험을 통해 확인해 보라고 권고했다. 숙제나 시험문제 답을 잘 써내고도 구두시험에서 말문이 막히는 학생들은 부정행위자로 간주될 수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구두시험 도입 요구는 교육자들 사이에서도 일고 있다. 수 커크햄 학교지도자협회 회장은 “교과과정 이수 점수를 공평하게 매기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며 “교사들은 학생이 남의 것을 베꼈는지 여부를 가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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