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19 20:48
수정 : 2006.03.20 15:43
|
전성호/서울 휘문고 교사
|
선생님이 말하는 교실 안팎
내가 초등학교(당시엔 국민학교) 다닐 때만 해도 교실 바닥이 마루였다. 책가방 말고 신발주머니란 것이 따로 있어 교실에선 실내화를 신고 다녔다. 교실 바닥은 양초로 반들반들 문대 윤이 다 났다. 휴지는커녕 먼지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요즘 학교는 바닥이 콘크리이트다. 흙 묻은 신발 그대로 교실에 들어가다보니 교실 바닥이 난리가 아니다. 흙, 먼지는 기본이요, 껌 제거는 아예 주번이 할 일 중 하나가 돼버렸다. 신성한 교실에서 침까지 뱉는 놈이 다 있으니 말해 뭐하겠는가. 그렇다고 매일 청소를 깨끗이 하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대충 쓸고 물걸레 들고 왔다갔다 바닥에 물만 묻히는 정도. 그래서 1년에 한 번, 학년 초에 마음먹고 세제까지 뿌려가며 수세미로 빡빡 문댄다. 바로 ‘대청소’다.
그런데 여직 ‘대청소’ 끝난 뒤 애들 야단치지 않은 적이 한번도 없다. 매달 하는 것도 아니요, 일 년에 딱 한 번 하는 건데 그때마다 울화통을 터뜨리고 마는 거다. 왜냐? 선생은 쭈그리고 앉아 구정물 투성이인 대걸레를 두 손으로 꼭 꼭 짜대고 있는데, 아이들은 선생이 솔선수범(?)하는 줄 알고 두 손 호주머니에 ‘떠억’ 하니 집어넣고 잡담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 거기 청소 안 하고 뭣들 해!” 소릴 질러 대야 그때서야 슬슬, 그것도 두 손 놔두고 발로 수세미를 그냥 밀고 다니는 정도. 그러니 울화통 안 터지고 어디 배기겠냐 이거다!
“선생니임, 그런데 대청소 전체가 다 해야 되나요?” “당연하지” “인원이 너무 많아요. 복잡하니까 오늘 반 하고, 내일 반 하면 안 될까요?” “안 돼” “그럼 일찍 끝내면 일찍 보내 주시는 건가요?”
수세미 조(1-10번), 물뿌리는조(11-14번), 헹굼조(15-23), 구정물버리는조(24-30), 책걸상조(31-34).
좋아, 먼저 끝내는 조는 먼저 간다. 대청소 시작!
수세미조는 손으로 직접 문대야 하기 때문에 불만이 많았다. 그러나 제일 먼저 ‘고홈’ 할 수 있어 그야말로 ‘쓱삭 쓱삭’ ‘빨리 빨리’다. 물뿌리는 조는 물나르기가 힘들었지만 교실에 물 ‘쫘악’ 뿌릴 때 오히려 신나해 인기 캡이었다. 헹굼조와 물버리는조가 좀 툴툴댔지만 그래도 하는 일에 비해 인원이 많아 덜 힘든 편. 책걸상조의 불만은 단 하나. 남들 다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 그래도 손에 구정물 하나 안 묻히니 나름대로 괜찮다는 표정이다. 무엇보다 모두들 일찍 집에 갈 요량으로 그야말로 순식간에 ‘후다닥’이다. 무엇보다 놀랄 만한 일은 각자 맡은 일들이 확실히 있어 올해는 주머니에 손 넣고 있는 아이들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사는 집과 다름없는 교실을 누가 뭐라고 안해도 스스로 깨끗하게 청소할 날은 언제쯤이나 올까?
전성호/서울 휘문고 교사
ohyeahh@hanmail.net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