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3.19 20:51 수정 : 2006.03.20 15:47

학생들이 삼삼오오 뭉쳐 길을 걷고 있다. 학생들이 내뱉는 욕설의 정도가 점점 심해지면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학부모 기자가 간다

며칠 전 학부모 이정희(42)씨는 편의점 앞에 서 있다가, 몇몇 중학생들의 대화를 우연찮게 듣게 되었다. 학생1: “x발, 존나 짱나네” 학생2: “그 새x, 뒈져 버려라!”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잠시 뒤 한 무더기의 학생들이 교문에서 쏟아져 나오면서 “야 ~x발”, “존나~” “지x하네” “깝치치마” 등 온갖 욕설들이 사방팔방에서 들려왔다. 이씨는 얼굴이 붉어진 채 급히 자리를 떴지만 그날 내내 기분이 나빴다고 했다.

아이들 욕설의 정도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말 끝마다 욕설이 포함되고, 욕설로 시작해서 욕설로 끝나는 대화도 많다. 장소도 가리지 않는다. 운동장이나 길거리는 물론 교실 안에서도 버젓이 욕들이 오간다. 교사한테도 아무렇지 않게 욕을 한다. 쉬는 시간 학교 복도에 가면 “담탱이 짱 나더라”, “000 새x 넘 싫지 않냐?”는 등의 욕들이 마구잡이로 흘러다닌다.

학생들뿐만이 아니다. 유치원 아이들까지도 자기들끼리 욕을 하며 놀기도 한다. 박정숙(38)씨는 “생전 욕이라곤 모르던 아들(7)이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다 들어온 뒤 ‘개xx’라는 말을 내뱉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박씨는 알고 보니 유치원의 다른 아이들도 수시로 욕을 쓰고 있었다고 전했다.

예전 청소년들도 욕을 하기는 했지만 요즘처럼 심하진 않았다. 아마도 이는 인터넷상의 댓글의 영향이 커 보인다. 미니홈피나 커뮤니티 사이트, 게임 사이트 게시판 등에서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함부로 말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욕설을 하는 습관이 길러지는 것이다. 게다가 텔레비전 오락 프로그램에서도 욕과 비슷한 말들이 거리낌없이 방송되는 경우가 많아 아이들이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다.

문제는 아이들이 욕을 하면서도 욕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 노근영(14·중2)양은 “평상시 친구들과 이야기 나눌 때 ‘아 ~ x발’ 이란 욕이 저절로 나오고 문자 보낼 때도 ‘아~x발’이란 단어를 습관적으로 집어넣게 된다”고 털어놨다. 그러다보니 욕이 나쁘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한다. 박지민(13·중1)양은 듣는 친구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 해본적 있는냐는 물음에 “그런 걸 왜 생각 해야 하냐”며 당당하게 대꾸했다.

최근 이유없이 욕설이 담긴 문자 메시지를 자주 받는다는 김은혜(14·중2)양은 “처음 듣는 상스럽고 거친 말씨에 너무 속상해 눈물이 났다”며 휴대폰을 없애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예나 요즘이나 기성세대들은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욕을 통해서 상대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것은 버릇없는 차원을 넘어선다.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고, 그 마음을 올바르게 표현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은 학과 공부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가르치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글·사진 이정매/학부모 기자 jmlee0704@hanafos.com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