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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사회성 쑥쑥 ‘연극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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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 사회성 쑥쑥 '연극놀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ㄱ초등학교 교실 정신지체 장애 학생 6명과 교사 2명이 교실 바닥에 둥글게 앉아 있다. “자 오늘은 뭘 가지고 신나게 놀아볼까? 신문지 놀이 어때?” 김회님 교사의 말에 아이들은 “좋아요.”라고 응답한다. “신문지를 배에 붙이면 떨어지지. 그런데 마법의 주문이 있으면 안떨어져. 너희들이 만들어줄래.” “요정이요.” “미미!” “백설공주로 해요.”
“좋아 요정-미미-백설공주로 하자. 그럼 자, 콧기름을 바르고 주문을 같이 외우는 거야.” 김 교사가 배에 신문을 붙이고 주문을 외우고 다른 쪽 벽으로 달려가자 아이들은 “와”하며 함성을 내질렀다. 신문지가 배에 그대로 붙어있었기 때문이다. “자 이제 너희들이 해보는 거야.” 아이들은 저마다 배에 신문지를 얹고 주문을 왼 뒤 벽 사이를 왕복달리기 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달리던 아이들이 지치는 기색이 보이자, 김 교사가 ‘신문지 찢기’ 놀이를 제안한다. “진수(9)와 가영(10)이 나와서 신문 양 끝을 잡아봐. 됐니?” 김 교사가 신문지 가운데쪽으로 주먹을 날리자 북 하고 찢어졌다. 이제 아이들 차례다. 교사 둘이 신문지를 잡고 아이들은 돌아가며 주먹을 날린다. “북~” “찌~익” 소리와 함께 “더 세게!” “어!” “아!” “오!” “와!” 등 아이들의 함성이 연신 터져나온다. 이번에는 신문지로 음식 만들기. 정은(9)이는 신문을 원뿔 모양으로 말아서 아이스크림을, 기철(10)이는 신문을 북북 세로로 찢어서 라면을 만든다. 김밥, 떡볶이, 도너츠도 그럴듯하게 차려진다. 아이스크림이 된 정은이가 “난 얼음하고 팥하고 과자가 들어있다. 나보다 맛있는 애 있으면 나와봐.” 한다. 그러자 기철이가 라면을 대신해 “흠 난 카레가 들어있다고. 한번 먹어봐. 훨씬 맛있을 걸.” 옆에 서영(11)이가 “싸우지 마.” 하고 나무란다. 갑자기 서영(11)이가 도너츠를 만든 진수더러 “근데 도너츠야 넌 왜 네모야?” 하고 묻는다. 즉흥적 대사로 만들어가는 연극놀이 아이들이 노는 것을 보면 단순하고 의미없어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아이들의 놀이 세계는 참으로 다양하고 복잡하다. 아이들은 놀이라는 자발적 활동을 통해 주변의 사물을 탐구하고 실험하며 나름대로 사물의 개념을 파악하면서 자연스럽게 자기 주변의 세상을 이해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놀이를 하면서 엄마, 아빠 또는 동물 등 ‘내’가 아닌 ‘다른 인물’로 변신하기도 하고 ‘연기’가 아닌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여 새로운 체험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인간의 놀이적 본능을 살려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을 표현하고 상호작용을 하도록 하는 ‘연극놀이’가 새로운 교육 형태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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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사회성 쑥쑥 ‘연극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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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사회성 쑥쑥 ‘연극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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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동의 잠재력 개발과 사회성 키우기에 적절 연극놀이는 자칫 다른 사람들과 다르기 때문에 자신감을 잃고 위축될 수 있는 장애아동들에게 효과가 더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타인들과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고립감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며, 연극활동 내의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행위는 아동의 숨겨진 능력을 발견하도록 자극한다는 것이다. ㄱ초등학교가 특수반 아이들을 대상으로 연극놀이를 시작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사다리연극놀이연구소에 의뢰해 2명의 전문강사를 불러 움직임 놀이, 물체변형 놀이, 막대인형을 통한 이야기 극화 등의 3가지 큰 주제 아래 한 학기 동안 연극놀이를 진행한 것이다. 이 학교 특수반 김진주 교사는 “장애 학생들은 공부는 둘째 치고 대체로 의기소침해 있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못해요. 자신을 드러낼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시작했다.”고 말했다. 효과는 예상보다 컸다. 이해력은 뛰어난데 말을 거의 하지 않았던 아이가 작은 목소리이긴 하지만 말을 하기 시작했고, 놀이를 해도 아무 개념없이 뛰어다니기만 하던 아이가 놀이 규칙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장애아동에게 흔히 나타나던 과잉행동장애도 연극 속에서 직접 행동을 해봄으로써 조금씩 바뀌어가는 징후도 뚜렸했다. 무엇보다 자신이 다른 물건, 다른 사람이 되보는 경험을 통해 상호관계에 대한 인식이 형성된 점이 학부모들을 기쁘게 하고 있다고 김교사는 전했다. 글·사진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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