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보통 학생들이 “왜 머리를 그렇게 잘라야 하냐?”고 묻는 말에, “학생다워야 하니깐” “곧바르게, 단정하게”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강조하곤 한다. 하지만 그건 이제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다. 저번 CA시간에 본 방송에서 국민학교는 황국신민학교의 줄임말이고, 그곳은 곧 국가주의 교육을 하는 일본이 전시에 예비군으로 동원하려는 음흉한 목적으로 복종, 규율, 질서, 순응을 강조하는 곳이라고 하였다. 그런 것이 단지 반공하자는 박정희 시대의 정책에 그대로 변형되어서 답습하고 악화되었다고 한다. 물론 그때는 지금보다 더 상황이 안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나쁜 악습을 아무것도 모르고 배운 어른들은 ‘체제에 복종해라! 복종하지 않으면 나쁜 학생이다.’라면서 학생답지 못하다고 꾸중하는 모습들 같아 한심하기까지 한다. 한국은 특히 중학교, 고등학교에 와서 곧 사회로 나가야 할 이들에게 자율, 창의성은 커녕 억압하고 타율적으로 지도하려고 한다. ‘우리는 모두 하나! 그러니깐 넌 튀어서는 안돼.’라는 식으로 머리를 묶는 것까지 참견하려고 나선다. 획일적으로 하라고 강요한다면 그것 또한 너무 싫다. 오죽하면 유엔아동협약에 가입한 우리나라에게 우리나라의 교칙이 학생인권을 침해하므로 교칙을 고칠 것을 권고한다는 말까지 나올까? 매년 학생들이 두발제한 폐지를 부르짖는데도 끄떡도 없는 교육당국에게 찌릿하는 눈길만 줄 뿐 답답하기만 하다. 나는 이런 복잡한 것들을 홍세화씨가 말하는 똘레랑스에서 찾으려고 한다. 저번 시간에 본 방송에서 자세히 말한 건 아니지만, 똘레랑스라는 제목은 이 때문에 나온 것일지도 모른다. 인터넷 검색으로 똘레랑스를 찾아보니깐 ‘다른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의 자유 및 다른 사람의 정치적, 종교적 의견의 자유에 대한 존중’, ‘특별한 상황에서 허용되는 자유’ 이런 뜻을 가지고 있었다. 즉, “권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금지되는 것도 아닌 한계자유”를 의미한다고 한다. 학생들은 개성과 자유를 원하고, 교사들은 얌전하고 학생다운 것을 원한다. 똘레랑스를 행하는 것처럼 서로 너무 자신들의 주장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학생들은 학습에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만 개성과 자유를 표현하고, 교사는 권위, 통제하려는 마음을 버리고 같이 참여하는 자율, 민주시민양성의 본분을 되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만족했으면 좋겠다.
평> 주장 잘 드러나…대안 구체성 부족 아쉬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므로 자신의 신체에 관한 개성 표현을 할 수 있고, 사상의 자유도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리고 그 자유는 법률이나 법령, 조례나 규칙의 범위 안에서 허용 받는다는 것도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규칙의 하나인 용의 복장 규정은 학생이나 교사 모두 만족할만한 의견수렴을 해서 짜기 힘든 것이 현실이어서 논란이 많다. 이 글은 머리 길이 제한에 대해 기성세대들이 지닌 의식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그 대안으로 서로가 관용하여 합의점을 찾을 것과 자율과 참여를 내세우고 있다. 대안의 구체성이 부족하고 학생들의 입장만 치우쳐 강조한 점이 아쉽지만, 요즘 학생들의 의식과 주장이 잘 드러나 생동감이 있는 글이다. 박안수/광주고 교사, 문장 비평글(teen.munjang.or.kr)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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