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래의 중심부 세력들이 '교육'이라는 가치를 통해 인민들을 세뇌한 가장 근본적인 예시는 바로 '근현대사'이다. 민중사학의 등장 이후로 한국의 근현대사는 꾸준히 재평가되었고, 또 그 성과가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민중사학의 연구성과는 한국의 역사교과서에 등록되지 않고 있다. 물론 역사교과서의 내용도 시대에 따라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한국 사회의 주류세력이 가지고 있는 이데올로기인 '반공, 좌익척결, 극우 반동주의'의 잔재가 역사교과서에 상당수 남아있다. 아직까지도 군사 독재정부 시기의 노동운동이나 민주화운동에 대한 내용이 교과서에는 거의 수록되어 있지 않고, 그 대신에 박정희 정부의 경제 발전에 대한 찬양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윤리'교과에서도 그와 같은 가치를 유추해 낼 수 있다. 타 교과서에서는 사라졌지만, 아직까지도 윤리 교과서의 앞쪽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은 태극기와 '국기에 대한 맹세문'이다. 국기에 대한 맹세문의 군국주의적, 파시즘적 요소는 <한겨레21>에서 이미 다룬 적이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윤리 교과서를 읽어보면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한 이면적인 긍정', 그리고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한 부정'을 엿볼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는 이미 대세가 되어가고 있는 현실인데, 이에 대해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시선을 바탕으로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를 분석할 수 있는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윤리 교과서는 학생들에게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한 긍정을 주입시키고 있다(알고보면 너무나도 많은 폐해를 양산했던 경제체제가 아니었던가?신자유주의의 도입으로 인한 폐해는 7년 동안에 너무나도 많은 사례로 드러나게 되었는데, 왜 교과서에는 그러한 내용은 모두 빠져있는가?). 위에서 거론했던 '문학'교과서에도, 민족반역죄를 범했던 작가와 그 작품에 대해서는 따로 죄목을 거론해야 했고, 또 그러한 관점에서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어야 했다. 그것이야말로 학생의 문학적 관점을 신장시킬 수 있는 좋은 요소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문학 수업에서 그러한 요소는 말살되어 있다. 오로지 '문학사적'이라는 의미에서만 작품이 평가되어 있다. '역사' 그 자체에서의 평가는 사라졌다(그러나 '역사'의 평가로 인해 그 동안 주목을 받지 못했던 작품들도 많다.해금 전까지는 '읽는' 것만으로도 죄가 되었던 좌익 작가들과 월북 작가들의 작품들이 그 예다.). 나름대로 학생의 입장에서, 역사적 입장으로 판단하여 한국 교육을 평가해 본 결과는 대충 이러하다. 한국의 중심부 세력을 차지하고 있던 친일파와 친미 극우파 세력들은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를 인민들에게 주입시키고, 그 죄값을 숨기기 위하여 '교육'이라는 방법을 사용했다. 그리고 이는 58년이란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 동안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또 교과서의 내용도 바뀌었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것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아직까지 주류 사회의 구성원으로 남아있는 친일파와 친미 극우파의 영향이라고 밖에는 할 말이 없다. '역사'의 진실을 은폐하고 그 왜곡된 '역사'와 중심부 세력의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교과서를 써내려왔고, 또 그 교과서가 지시하는 바에 따라 주입 교육을 받은 세대들은 다시 그 내용을 후대들에게 교육시키고 있다. 어떠한 시점에서 그러한 악순환을 끊지 않는다면 한국 교육의 '파시즘적' 요소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파시즘 국가'를 지양하고, 열린 민족주의를 지향하고, 과거청산이 이뤄지고 있는 국가에서 이러한 요소가 잔존한다면 한국 역사의 발전도, 한국 사회의 발전도, 한국 교육의 발전도 궁극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이제는 반드시 변해야 한다. 악순환을 빨리 끊어야 한다. 그 기회는 바로 지금이다. '대변화의 시대'라고 불리는 현 시점이 바로 그 시점이 될 것이다. 한국 교육의 실태가 어떻느니 마느니 말한다지만, 궁극적인 문제는 아직까지 파악하지 못한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있다. 과연 진정한 문제는 어디에 있는 것일지, 한국 인민 모두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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