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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진] 로플린 총장의 계약연장 반대를 위한 전제조건 |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교수협의회(회장 윤춘섭)는 23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과 대전 카이스트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어 “로버트 로플린 총장의 계약연장에 절대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과거, 카이스트 총장으로서 노벨상 수장을 외국에서 모시고 온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로플린의 대학개혁 구상은 카이스트를 종합대학으로 승격하고, 학생을 2만명으로 늘리고 등록금을 6백만원을 받아내겠다는 기사를 접했다.
즉시, 학생들과 교수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반발을 했다. 개인적으로 로플린의 개혁구상은 좀 공상과학소설같지 않나 생각이 든다. 솔직히, 요새 지방에 있는 국립대로 2만명이나 갈 애들이 있을까 의문이다.
그러나, 일단 총장 후보들을 심사하였을 것이고, 그들의 비젼을 들어보았을 터인데, 그 당시에 로플린을 총장으로 모셔온 교수진들까지 로플린을 왕따시키는 모습을 보면서, 도대체 대학의 지성인들이 무슨 생각으로 일을 처리하는지 의문이 갈 지경이었다.
요번 "로플린 계약연장 반대"를 카이스트 교수협이 반대를 한다고 그런다. 그런데, 그 반대이유는 매우 가관이다. 교수협은 “논란의 본질은 로플린 총장의 재정이나 인사 운용 업적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로플린이 총장으로서의 자질과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라고 주장을 했는데,
그 근거로써, 로플린 총장이 지난해 4월 미국 출장 때 존스홉킨스대학 물리학과에서 자신의 책 의 내용에 관한 콜로키엄(발표회)을 한 뒤 물리학과 교수들과 담화하는 중 “한국이 부패하고 엉터리다. 카이스트 교수 및 학생이 엉터리다. 한국의 정치·금융시스템이 엉망이다”는 발언이다 (기사내용 발췌).
사실, 말이라는 것이 "아" 다르고, "어"가 다를 것이다. 즉, 어떠한 내용인지 짐작을 가나, 거기에 참석한 한국인 교수들에 의해서 전해지는 뉘앙스는 못 믿겠으며, 또한 로플린이 주장하는 내용이 허구이냐, 진실이냐를 먼저 따져보아야할 것이다.
솔직히, 국가시스템이 잘 돌아가면은 국민들이 그리 정치에 관심이 없었을 것이며, 카이스트 대학교 시스템이 잘 돌아가면은 굳이 외국인을 총장으로 뽑을 이유도 없으며, 더더구나, 노벨상 수장자를 총장으로 모신 것으로 보아도, 카이스트가 개혁열망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즉, 개혁을 당해야할 주체가 바로 카이스트라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카이스트는 우수한 대학이다. 그러나 노벨수상자 로플린의 눈에는 개판인 대학일 수도 있으며, 그 말을 굳이 한국과 대학을 비하했다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국가시스템과 일반 대학교 운용이 개판이며, 아직까지도 국립대 교수들의 밥통은 선진국 대학 교수들에 비해서 강철밥통이다.
정부와 카이스트 이사회 등은 이달 초 5명으로 ‘총장업적검토 소위원회’를 꾸려 로플린 총장의 재임 중 업적에 대한 종합평가를 하고 있으며 28일 평가 결과를 이사회에 정식 보고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나는 이 ‘총장업적검토 소위원회’의 구성원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한다.
‘총장업적검토 소위원회’의 구성원은 20명 이상으로 해야할 것이며, 70프로를 일본, 미국, 유럽 등에서 초빙한 외국인 (교수, 학자, 행정가 등)들로 구성해야 옳다.
대학 시스템의 선진화와, 그리고 대학교 내부의 운용과 대학교수들의 연구의 부조리를 제대로 개혁했는지를 체크하는 것은 선진국 시스템이 기준이어야 하며, 구성원은 정치적인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외국인 석학들로 이루어져 한다.
협의회는 이날 기자들에게 배포한 ‘카이스트 노벨상 총장의 실상’이라는 문건에서 “(로플린 총장이) 부임 뒤 (3월23일) 현재까지 해외출장 총 18회(103일), 휴가 6회(30일)로 근무일의 33%인 133일을 해외에서 체류했다”고 밝혔다는데,
133일이 외국에서 체류를 하던, 뭐하던 간에, 시스템만 제대로 개혁이 되어 있고, 국립대 교수들의 강철밥통을 깨부순다면, 232일도 상관없지 않은가?, 도대체 포인트가 무엇인지, 카이스트 교수들은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기본적 덕목이던, 뭐이던 간에, 그의 개혁실행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를 과학적으로 평가를 하고 나서, 그것을 근거로 계약연장을 반대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일단 로플린을 총장으로 앉혀놓았다면, 그가 구상한 개혁비젼을 강력하게 지원하고 응원해야 순리가 맞다. 사실, 그가 원하는대로 실행을 했는지도 의문스럽다. 처음부터 카이스트는 단지 노벨상 수상자라는 얼굴마담을 걸어놓으려는 심상이 아니었는지 의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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