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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26 17:06 수정 : 2006.03.27 16:13

이주노동자에 빗장 건 우리
동물보다 못한 사랑 부끄럽다면
관용의 화분에 물을 주세요

모캄과 메오

‘단일민족’ ‘살색’은 닫힌 말입니다. 나와 다른 사람, 나와 다른 것을 품지 못합니다. 이방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길 역시 꽉 닫혀 있습니다. 닫혀 있을뿐만 아니라 한겨울 얼음장처럼 차갑습니다.

타이에서 온 모캄은 외국인 노동자입니다. 오리 농장에서 일하는 모캄은 한국말이 서툽니다. 몸도 약합니다. 남들은 다 드는 사료 세 부대도 힘겹습니다. 농장 주인은 모캄을 잡어먹지 못해 안달입니다.

그런 모캄에게 어느날 가족 이상으로 가까운 친구가 생깁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사람이 아니라 도둑 고양이입니다. ‘녀석’의 꾐에 빠져 오리 농장을 습격했다 검둥개에게 다리를 물려 생명이 사그라들려고 하는 순간에 모캄이 구원의 손길을 뻗칩니다. 정성껏 치료해주고 이름도 ‘메오’라고 붙여줍니다.

모캄과 메오는 이후 둘도 없는 동무가 됩니다. 모캄은 매일같이 맛있는 음식을 갖다주고, 메오는 살가운 몸놀림으로 이국에서 가족과 떨어져 살아가는 모캄을 위로해줍니다.

누구나 동물이 사람보다 더 가깝게 느껴질 때가 있을 겁니다. 힘들고 괴로울 때, 외롭고 고독할 때, 울적하고 슬플 때 옆에 있어주는 동물은 그 어떤 사람보다 우리에게 든든한 힘과 따뜻한 위안을 줍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평생 인연을 맺고 죽을 때까지 같이 살기도 합니다.

아마도 모캄에게 메오는 가족 다음으로 소중한 존재가 됐을 겁니다. 하지만 악독한 농장주인으로 상징되는 닫힌 사회는 그 정도의 관계조차 그냥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밀린 월급은 줄 생각도 하지 않고, 고국에서 모캄을 기다리는 귀여운 딸이 당장 수술을 해야만 하는 딱한 사정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비정한 농장 주인은 눈에 쌍심지를 켜고 메오를 쫓아내려 애씁니다.

못된 주인은 결국 메오를 내쫓을 핑계거리를 찾아냅니다. ‘녀석’과 ‘송곳니 아저씨’가 오리 축사를 습격하는 것을 막던 메오에게 그동안 사라진 오리에 대한 책임을 씌웁니다. 견디다 못한 모캄은 메오를 상자에 담아 농장 밖으로 나가는 트럭에 실어 보내고 자신도 떠나가고 마는 거죠.

우리 사회가 그 정도 관용도, 그 정도 인정도 없는지 너무 안타깝습니다. 아니 최소한의 양심은 도대체 어디에 버린 걸까요? 농장 주인도 아이가 있을텐데 그 아이가 그런 아빠의 모습을 본다면 뭘 느낄까요?

내쫓긴 메오는 상처 입은 몸을 이끌고 모캄을 찾아 먼 길 되짚어 옵니다. ‘사랑만이 희망이다’는 단순하고도 위대한 진실이 가슴에 사정없이 울립니다. 모캄과 메오는 비록 몸은 헤어졌지만 서로에게 보여준 믿음과 사랑으로 분명 또 다른 희망을 꾸려갈 것입니다. 쩍쩍 갈라지다 못해 사막처럼 무미건조하게 변한 우리들 마음에는 언제 포용과 사랑의 샘물이 흐를까요? 김송순 글, 원혜영 그림. -문학동네어린이/6500원.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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