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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29 17:37 수정 : 2006.03.29 17:37

"정부가 개혁보다 평화를 원한 결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로버트 러플린 총장은 29일 "정부가 개혁보다는 평화(Peace)를 원했다"며 이사회의 임기연장 불가 결정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러플린 총장은 이날 KAIST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어제 이사회 개최에 앞서 사임의사를 밝히는 것이 어떠냐는 요청을 받았으나 그러지 않았다"며 "이사회(정부)로부터 어떤 메시지가 있는지 알고 싶었고 그 메시지는 (정부가) 개혁보다는 평화를 원했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러플린 총장은 7월 임기가 끝나면 미 스탠퍼드 대학교로 돌아갈 예정이며 KAIST 석좌교수 임용은 조건이 맞으면 응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러플린 총장과의 일문일답.

--이사회로부터 임기연장 불가 통보를 받았는데.

▲어제 결과는 행복하지 않았다(unhappy). 그러나 이사회의 결정으로 분쟁이나 갈등이 해결된 뒤에는 일이 어떻게 될지 확연(clear)해 졌기 때문에 오히려 행복(happy)하다.

--무엇이 확연해 졌다고 보나.

▲정부에서 평화를 원했다. 개혁보다 평화를 원해서 그런 결정이 났다고 본다. 언제 어디서나 무엇을 바꿀 때는 갈등이 있게 마련이다.


카이스트는 변화를 희생시켜 앞으로 부드럽고 순조롭게 가는 쪽으로 결정이 난 것으로 본다.

--이번 이사회 결정에 대해 이의는 없나.

▲재작년 총장에 임명된 것은 정부에 의해 임명된 것이고 교수들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 상황은 교수협의회에서 스트라이크를 일으킨 건데 결국 정부에서 이를 인정한 것으로 본다. 상황이 바뀐 현실을 받아들인다.

--그동안 총장으로서의 가장 큰 어려움은.

▲규약이나 규제 외에 정부와의 관계 정립이 안돼 있었고 재정적인 부문에서 컨트롤 하기 어려운 것이 문제였다.

이 때문에 여러 문제가 파생, 힘들었고 조직이 잘 되려면 재정이 잘 돌아가야 하는데 마음대로 이를 조절할 수 없었다.

--총장 부임 때 계획한 이상은 실현됐는지.

▲사실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지 몰랐으나 교수로서 뭔가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카이스트가 MIT와 경쟁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그동안 깨달은 것은 법적.제도적으로 정비된 MIT와 카이스트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내가 총장으로 재임하면서 거둔 성과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카이스트가 글로벌 유니버시티가 되느냐 안되느냐에 따라 판명될 것이다.

국제화 플랜 등에 대해 많은 교수들이 이해하지 못했다. 교수들은 연구만 해야 하는데 국제화가 필요하냐고 되물어 의사소통이 잘 안됐다.

비유를 들겠다. 뭔가 새로운 일을 하게 되면 세가지 단계가 있다.

맨 먼저 '당신 미쳤냐?''말도 안되는 소리다'라는 단계와 두번째 '원래 그랬던 거야. 새삼스럽게 말할 필요없다'에 이어 마지막은 '그건 내 아이디어야'라고 말한다.

--교수들이 특히 임기연장에 반대했는데.

▲지금 우리는 교수들의 스트라이크 한 가운데 있다. 교수들의 말이 전부 사실은 아니다. 의견이 다르면 타협점을 찾기 어렵다. 문제는 하느냐 마느냐는 것이다.

교수는 총장이 권한을 충분한 권한을 실행하기를 원하지 않았고 나는 그 일을 해야만 했기에 책임을 진 것이다.

--교수들에게 섭섭한 감정은 없는지.

▲교수들에게 섭섭하다 아니다라고 대답할 성질은 아니라고 본다. 비즈니스 관계로 설명해야 한다.

사실 우리가 하는 일은 비즈니스며 비즈니스는 우호적이지 않다. 이제 나와 카이스트의 비즈니스는 끝났으며 그래서 실망하거나 괴롭거나 특별히 섭섭하다는 감정을 갖고 있지 않다.

--이사회에서 미리 사의를 표명하라는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는.

▲내가 먼저 사임하면 책임은 나에게 오지만 이사회에서 해임하면 그 이유를 밝혀야 하고 책임권한도 그쪽으로 돌아간다.

이사회가 스트라이크를 일으킨 교수협의회를 지지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앞으로 계획은.

▲3개월 임기가 남은 동안 상징적인 일을 주로 할 것으로 본다. 임기를 마치면 원래대로 스탠퍼드 대학으로 돌아가겠다.

석좌교수 제안은 대우와 조건이 맞으면 검토해볼 생각이다.

--한국과 카이스트에 대한 생각은.

▲한국은 아름다운 나라이다. 이번 일은 한국에서만 나오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은 개혁이 안된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카이스트의 이번 일은 하나의 '쇼'라고 본다. 이슈가 사라지면 화내거나 갈등 같은 것들은 모두 사라진다.

마치 어린아이들이 과자를 달라고 크게 울다가 과자를 주면 울음을 그치는 것과 같다.(웃음)

조성민 기자 min365@yna.co.kr (대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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