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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4.03 14:03 수정 : 2006.04.03 14:14

파이프를 이용하여 학생을 체벌하고 있는 교사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좌담회> '교사의 체벌'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이야기

“체벌? 맞으면 오히려 오기가 생긴다”

매일 학교 현장에 가면 교사가 학생에게 ‘체벌’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회초리, 매 등을 이용해 육체적인 체벌을 가하는 교사도 있고, 벌을 세워서 신체적인 고통을 가하는 교사도 있다.

교사들은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떠들거나, 교사의 지도를 따르지 않을 때 교육이라는 목적으로 체벌을 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교사에게 맞는다고 ‘자신이 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교육적 목적이라면 교사가 체벌을 했을 때 학생들의 변화가 뒤따라야하지만, 학생들은 교사에게 체벌을 당할 때 자신이 변해야겠다는 생각보단 ‘오기’가 생긴다고 대답한다.

현재 중,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조경선(중3)양, 최선영(중3)양, 차동훈(중3)군, 이종민(고2)군, 김지윤(고2)군을 만나 체벌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학생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문제여서 그런지 ‘체벌’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마자 자신의 이야기를 술술 꺼냈다.

학교에서 체벌을 받아본 적 있나? 체벌이 심하다고 생각했을 때는?

지윤 - 국어시간에 땅을 보고 있는데, 교사가 ‘핸드폰 보고 있냐’고 이야기하면서 엉덩이를 때렸다. 한 50대 맞았다. 친구들이 나보고 신고하라고 했을 정도다. 그렇게 맞았는데 다음날 교사가 ‘미안하다’고 한마디만 하더라. 내가 왜 맞아야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경선 - 우리 학교 교사들은 남, 녀 상관없이 파이프 같은 걸로 때린다. 여학생들은 치마를 입기 때문에 맞은 자국이 다 보인다. 작년엔 기술 교사가 우리 반만 ‘욕’을 하면서 수업을 했다. 한 친구가 ‘왜 우리에게 욕을 하냐’고 항의했더니 그 교사가 그 애 부모 욕을 했다.

선영 - 초등학교 5학년 때, 지각을 하면 교사가 교탁 앞에 앉으라고 하고 대걸레로 발바닥 때렸다.

종민 - 교사들이 학생을 차별하면서 때린다. 한번은 우리 반에서 전교 3등하는 애랑, 성적이 좋지 않은 애랑 동시에 책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 교사는 전교3등 하는 애를 위해 직접 책을 갖다 주었고, 공부 못하는 애는 한 시간 동안 벌세웠다. 한동안 학생들이 그 교사 이야기를 했다

선영 - 체벌에도 공부를 잘하는 애랑, 못하는 애라는 차별이 심하다. 다 같이 한반에서 떠들어도 공부 못하는 애들만 뺨을 맞는다.

지윤 - 교사가 시범케이스로 누굴 때려야 교사를 얕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범 케이스로 꼭 한명씩 심하게 때린다. 초등학교 때 책을 갖고 오지 않아 교사가 내 뺨을 때린적이 있다. 그 후에 1학년 때 다시 책을 안갖고 왔는데 맞는게 무서워 양호실 간적도 있다.

종민 - 내 친구는 중학교 때 자다가 교사에게 걸려 한번 혼났다. 근데 자지 않고 고개만 숙이고 있었는데, 교사가 또 잔다며 따귀를 때렸다. 교사가 따로 불러 더 혼내니 그 친구가 정말 화가 나 책상을 던지는 일도 있었다.

지윤 - 신입생 OT 리허설 하려고 야자를 빠진다고 교사에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당일날 야자당번 교사에게 말하니 사유서 쓰지 않았다고 뺨을 때렸다. 딴 교사에게 말해서 허락받았는데, 정말 이럴 땐 황당하다.

내 친구는 병원 간다고 사유서 쓰고 다른 친구에게 주고 병원에 갔는데, 그 교사가 사유서 대신 갖고 온 친구를 오히려 때렸다. 병원 간 내 친구가 사유서 갖고 오지 않았다고. 그 교사가 나름대로 규칙을 정하고 우리가 지키지 않는다고 생각하니까 때리는 것 같다.

매일 많은 교사들이 체벌을 가하는데, 교사들이 어떨 때 체벌을 한다고 생각하나?

경선 - 교사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체벌을 가한다. 학생을 불렀을 때 바로 대답을 안하거나 교사가 자기를 무시한다고 생각을 하면 체벌을 한다. 교사 개인적 감정으로 때리는 것 같다. 자신의 자존심을 건들었다고 생각하고.

지윤 - 수업시간에 애들 떠들거나 잘 때도 체벌을 해서 주의를 준다.

경선 - 수업시간에 조금이라도 떠들면 바로 분필과 분필지우개 날라 온다. 자기 기분 안좋은 날 체벌을 많이 한다. 언제는 칠판에 손 뻗으라고 하고 선을 그은 뒤에 손가락이 선에서 내려오면 때린 적도 있다.

종민 - 자기 말 안 들을 때. 심부름 하는데 바로 안할 때 때리기도 한다. 교사도 사람이라서 감정이 실릴 수 밖에 없다.

선영 - 문제 못 풀어서 맞기도 한다. 과학 시간에 교사가 문제 풀라고 하고 못맞추니 때리더라.

교사에게 체벌 당했을 때, 기분이 어떤가?

경선 - 대놓고 애들 앞에서 맞으면 사실 쪽팔리다. 교사를 좋게 볼려고 해도 좋게 볼 수가 없다.

선영 - 맞다. 나는 맞고 있는데, 애들이 그 모습 보고 웃을 때 진짜 쪽팔리다.

지윤 - 체벌도 그렇지만, 교사들이 욕할 때가 더 기분 나쁘다. 특히 내가 잘못했는데, 그거 가지고 우리 부모님 욕하는 교사들은 정말 싫다.

종민 - 괜히 맞으면 수업시간 내내 기분이 안 좋다. 교사에게 맞거나 모욕당하는 모습을 보며 친구들이 웃으면 힘든 수업시간에 잠시라도 활력소 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참는다.

교사들이 체벌을 가하는 것에는 체벌을 통해 학생들을 변화시키겠다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는 것 같다. 정작 맞는 학생들은 교사들의 체벌이 도움이 되는가?

동훈 - 도움이 안된다. 맞으면 같이 때리고 싶다.

경선 - 맞으면 아프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떠든다고 때리지만, 일단 맞은 후엔 학생들은 아파서 수업에 집중 못한다.

지윤 - 근데 솔직히 지나치게 수업시간에 떠들면 체벌을 해야 조용한 분위기가 형성 될 때도 있다.

종민 - 필요하면 체벌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체벌을 하지 않아도 좋은데 굳이 하면 오히려 수업 분위기도 망치고 좋지 않다.

경선 - 우린 동물이 아니다. 말로 해도 되는데, 맞으면 도움은 커녕 화가 난다. 교사에게 맞으면 오기가 생긴다. 오히려 그 교사 수업은 집중도 하지 않는다. 수업 듣고 싶다가도 맞으면 수업 듣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종민 - 흔히 교사들이 수업 분위기 잡는다고 체벌을 하는데 효과가 없다. 애들은 사람 봐가면서 떠든다. 학생들이 만만하다고 생각하는 교사에게 떠들기 때문이다. 체벌을 해도 그 순간만 조용하지, 체벌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경선 - 학생도 안다. 체벌로 분위기를 잡을 수 있는 교사와 체벌을 해도 분위기 잡을 수 없는 교사. 수업 1, 2시간 해보면 다 안다.

지윤 - 수업시간에 지루하니 애들은 떠든다. 근데 교사는 애들이 떠든다고 매를 든다. 그렇다고 맞으면 다 해결되는가? 매로서 해결될 수 없다. 수업시간에 한달동안 프린터물만 100장 정도 준 교사가 있다. 수업시간에 원고지에 사미인곡을 쓰라고 한다. 애들은 사미인곡을 적고 있는데, 교사는 수업을 진행한다. 그런 수업은 학생들도 무시하게 된다.

경선 - 우리 학교 학생주임 같은 경우는 때리는 걸로 모든 걸 해결하려고 그러는지 폭력만 사용한다.

체벌, 어떻게 해결해야할까?

종민 - 넘지 않아야할 선이 있다. 우리들도 교사를 무시하면 안되지만 교사도 학생인권 무시하는 언행이나 폭력은 없어져야한다.

지윤 - 체벌인지, 교육인지는 우리도 다 느낀다. 욕하고 체벌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선영 - 최소한 손찌검은 안했으면 좋겠다. 진짜 기분 나쁘다.

경선 - 무조건 때리기 전에 맞는 학생들의 감정을 생각했으면 좋겠다. 책 갖고 오지 않아 맞을때가 있는데, 책 갖고 오지 않아도 공부는 하고 싶은데 맞고 나면 그런 마음이 싹 사라진다. 진짜 맞으면 오기가 생긴다.

정혜규 기자 66950@hanmail.net

ⓒ2006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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