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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4.04 15:26 수정 : 2006.04.04 15:26

필진네트워크/ 범사감사

‘아니 녀석들이 정말 그럴 수 있는 건가요?’ 억울함 반, 분함 반이 뒤섞여 허탈해 하는 동료 교사들을 보면서 벌써 몇 차례 먼저 치러냈다고(?) 느긋해 하는 모습이라니. 여태껏 숨어있더니만 여기저기서 옛 생각들이 삐죽거렸다, 새 봄 맞은 연한 잎사귀들처럼.

평소 복도를 지나치다 정면으로 마주쳐도 슬그머니 못 본 채 비켜 가던 녀석이 그날따라 고개를 거의 90° 정도 까지 숙이면서 인사를 하드라지 않던가? 너무도 기특해 ‘오 그래! 안녕, 잘 지내지?’ 그런데 이게 아이들 표현처럼 웬 쪽팔림이더란 말인가? 글쎄 그 녀석의 인사 상대는 선생님이 아닌, 그 선생님 뒤를 우연히 지나치던 동아리 선배였다잖은가?

학교가 워낙 크다보면 수업에 직접 들어오지 않음으로 우연찮게 3년의 과정 동안 한 번도 연결이 되지 않는 선생님과 학생 사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 쯤 되고 보면 그냥 모른 척 지나친들 딱히 인사를 받겠다고 다시 불러 세워 인사하도록 지도하기가 남의 일이기에 혹시 먼발치에서야 ‘아니 그래도 그렇지! 교사들이 따끔하게 불러 세워 야단을 쳐서라도 가르쳐야지 그게 뭡니까? 그러니 요즘 아이들이 인사성이 그 모양 그 꼴이지요?’라며 핏대를 올리시며 흥분하실 분도 계실 터이지만 한 치 건너 남이라고 현실과는 거리가 상당한 훈수에 그칠 수 있다는 안타까움만은 숨길 수가 없다.

선생님인지 아니면 볼 일 때문에 학교를 찾은 방문객인 지 알 길이 없을 테니 그 까짓 것 인사 한 번 안 한 게 뭐 그리 대수냐며 야단맞은 걸 서운해 하는 학부모님들도 적지 않으니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학교에서야 당연히 교내에 계신 분들이야 어차피 교사 아니면 더 낳은 교육을 위해 내교하신 분들일 테니 인사해 마지않아야 당연한 도리 아니냐며 힘주어 교육하고 있는데..... 여전히 잘 풀리지 않는 어려운 문제임을 입증하고도 남는다.

물론 선생님을 볼 때마다 행여 자신과 직접 수업으로 만나지 않더라도 예를 표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임을 밝혀 둔다. 간혹 아이들의 불평 중엔 ‘선생님들이 인사를 해도 받지도 않으세요’라며 볼멘소리를 해대는 학생들까지 있는 걸 보면 교사들도 처신에 신중을 기해야 함 또한 분명하다.

도무지 그 파편이 어디로 튈지 모를 만큼 전혀 예측 불허인, 별명이 럭비공이신 선생님들도 심심찮듯이 꼬물꼬물 수많은 우리 아이들 또한 어디로 어떻게 저들의 살아있음을 표시할지 아무도 감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학교는 언제나 기운이 넘쳐나며 생명의 소리들이 그 담장을 넘나드는 곳인지도 모른다.

그 옛날 학창시절 추억에 묻혀 오늘 우리 아이들도 그러려니 했던 게 큰 실수며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 정규 수업시간만으로도 파김치가 다 되었을, 물론 한참 때인 녀석들이 그것도 못 참으면 어떻게 세상을 살아갑니까? 라며 다그치길 원하실 테지만 견디지 못해 하는 건 엄연한 사실이다. 그런 저들에게 ‘얘들아! 도저히 못 참겠거든 뒤로 나가 차라리 자거라!’ 했던 게 말이다.

이 말을 하면서도 속으론 ‘설마 선생님이 그렇게 말했다고 녀석들이 진짜 뒤로 나가 자기야 하겠어’ 했건만 이런 속내를 훤히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30여명 학생 중 반 이상이 뒤로 우르르 몰려 나가는 게 아닌가? ‘아니 이를 어쩐 담’ 하면서도 그 말을 취소할 수 없어 한 시간 내내 속을 끓이면서 남아 있는 천연기념물 같은 아이들만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지 않았던가?

영악한(?) 아이들에겐 교사의 순진한(?) 옛 생각은 착각에 불과했을 뿐이다. ‘얘들아! 맞니? 선생님이 멍청하게(?) 착각한 게’ 그래도 여전히 그게 아니라며, 그럴 순 없는 거라며 고개를 세차게 좌우로 흔들면서 그 수업을 마쳤던 기억이 새삼 동료 교사의 희한하기 이를 데 없다는 듯한 경험 얘기를 들으며 떠오르고 말았던 착각이었다.

“애들아! 선생님이 착각한거지? 뒤에 나가 자면서도 선생님께 그러면 안 되는 데” 라며 마음 아파했지? 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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