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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4.09 16:10 수정 : 2006.04.10 14:04

좋아하는 주제 정해 상상력 마음껏 펼쳐보자
재미있게 그림도 그려 예쁘게 오리고 붙이고… 자, 이제 출발!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한 극작가가 만든 성교육 보드게임이 500여 학교에 공급되면서 선생님과 부모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주사위를 굴려 목적지에 도달하는 이른바 뱀주사위 놀이 방식인데, 어떤 칸에서는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하고, 어떤 칸에서는 그룹이 토의를 통해 답을 결정하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성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카드나 주사위, 병마를 특징으로 하는 보드게임의 활용성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환경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일깨우는가 하면, 어려운 금융지식도 쉽고 재미있게 이해시키는 데 보드게임이 이용되고 있다. 특히 요즘에는 기존에 나와 있는 보드게임들을 사서 수동적으로 즐기기만 하는 게 아니라 원하는 교육적 목표에 맞는 보드게임을 스스로 만들어 이용하는 부모와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 직접 만들어보자

1970년대에 유행했던 뱀주사위 놀이판.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에 맞춰 내용과 규칙을 바꿔 놀이판을 스스로 마들어보자

보드게임을 만드는 것은 일종의 ‘프로젝트 학습’이라고 할 수 있다. 구상 단계부터 실제 제작, 실행, 평가 단계에 이르기까지 치밀한 준비와 정밀한 노력이 요구되며, 만들고 즐기는 전체 과정이 영화나 연극처럼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우선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 자신이 즐기고 싶은 게임 유형이나 배우고 싶어하는 목표를 정한 뒤 적절한 주제를 정한다. 게임의 전체적인 시나리오나 컨셉트, 분위기, 목표 대상, 난이도 등을 개괄적인 구상하는 기획 단계가 뒤를 잇는다. 이어 기획과 목적 안에서 세부적인 규칙을 만들고, 게임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한 디자인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구성물들을 조립해 하나의 완성물을 만들어낸다.

전통적인 가족 게임 ‘뱀주사위 놀이'를 실제로 만들어 보자. 준비물은 두꺼운 8절 도화지와 A4 대여섯 장, 색연필, 가위, 풀, 주사위 2개이다. 준비물이 다 갖춰졌으면, 게임 제목을 짓는다. 평범하게 ‘사다리와 미끄럼틀’이라고 할 수도 있고, ‘정상을 향하여!'라는 도전적인 제목도 달아볼 수 있다.

제목과 함께 시나리오도 정해본다. 기존의 뱀주사위 놀이처럼 착한 일을 많이 하여 ‘100까지 가기’로 할 수도 있고, 산에 오르는 테마로 하여 ‘정상 정복’으로 할 수도 있다. 주제에 따라 규칙과 디자인도 영향을 받으므로 처음의 기획이 중요하다. 칸 수를 정하고 트랙을 어떻게 그릴지도 생각해야 한다. 꼬불꼬불 뱀처럼 할지, 직선형의 고속도로처럼 만들지, 아니면 꽈배기처럼 꼬아볼지. 연필로 마음껏 트랙의 모양을 그려본다. 그리고 사용할 주사위 수를 정한다. 초등 2학년 이하라면 주사위 1개, 이상이라면 2개를 사용해도 좋다. 2개를 사용하면 게임을 더 역동적으로 진행할 수 있고, 덧셈 능력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떨어지는 칸에 뱀을 넣을 것인지, 올라가는 칸에 사다리를 넣을 것인지도 자유롭게 정해본다. 미끄럼틀이나 엘리베이터, 동아줄 등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


전체적인 분위기와 대략적인 스케치가 끝나면 구체적인 규칙을 정한다. 통상적인 규칙대로 할 수도 있지만, 주사위 1개로 한다면 1이나 2가 나왔을 때 한번 더 하는 규칙을 만들 수도 있다. 또는 앞에 있는 말과 같은 위치에 도착했을 때는 말을 잡아서 처음으로 보낼 수도 있고, 100에 정확히 도착하지 못하면 남는 숫자 만큼 뒤로 보내는 규칙을 만들 수도 있다.

규칙을 다 정했으면 이제 그리기만 하면 된다. 분위기에 맞게 연필, 색연필, 싸인펜 등을 이용해서 예쁘게 꾸민다. 게임 제목도 멋지게 그려 넣고, 트랙도 예쁜 색깔로 칠하고, 각 칸에 숫자도 잘 보이게 써넣는다. 떨어지는 곳에는 우울한 표정의 얼굴, 올라가는 곳에는 기쁜 얼굴을 그린다. 뱀이나 사다리도 A4종이에 그려서 잘 오려 붙인다.

뱀주사위놀이 뿐만 아니라 윷놀이, 체스, 부루마블 등 기존에 있는 게임들을 변형하거나 새로운 디자인으로 만든 뒤, 가족 또는 친구들과 함께 즐겨볼 수도 있다.

■ 어떤 효과 있나

아이들은 보드게임을 직접 만들어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먼저 게임을 기획하면서 어떤 일이든지 계획을 세우고 계획에 맞추어 실천해가는 습관을 기르게 된다. 게임에 시나리오를 부과하고 자신만의 규칙을 만들면서 창의력과 상상력, 수학적인 응용력을 키울 수 있다. 그림을 그리고 가위로 오리고, 붙이는 과정을 통해 손지능이 발달하고 미적 감각도 길러진다. 다 만든 다음 실제 게임을 해보면서 문제점과 해결책을 찾으면서 비판적 사고와 분석력도 발달한다.

보드게임스쿨(boardgameschool.com) 김기찬 대표는 “보드게임을 만드는 것은 종합적인 지적, 감성적 능력이 요구되는 분야로서 어린이들에게 새로운 도전의식을 심어주고, 게임을 완성시키는 과정을 통해 상당한 성취감과 자신감을 불어 넣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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