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4.10 16:27
수정 : 2006.04.10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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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가는 길] : 출처 서울대학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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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트라이앵글은 입시제도와 관련되어 있으나, 입시제도를 정확하게 분석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입학시험과 관련해서 고등학교의 학습 성취도, 국가수준에서의 평가, 상급학교인 대학에서의 평가라는 세 축이 균형을 잡고 있으니 나름대로 균형감 있는 입시제도로 평가받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죽음]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으니 정책입안자들은 매우 불만스럽고 당혹스러울 것이다.
그런데 이를 학생의 입장에서 보면 그 체감은 균형이 아닌 고통과 절망으로 다가온다. 학교의 내신성적도 올려야 하고, 3학년 마치면서 수능시험도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하고, 그것만으로 부족해서 대학에서 치르는 높은 수준의 논술과 면접을 통과해야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것이다. 세 가지가 균형 잡혀 있으니,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을 것 아닌가. 3년 줄곧 성적 관리를 해야 하고, 수능과 논술 대비 또한 만반을 기해야 하니 3년이 입시 기간이 되는 셈이다. 그 긴장과 스트레스는 어른들도 겪어 보았을 터이니 상상이 가고 남으리라.
그 입시의 정점에 서울대가 있다. 여러 조건이 맞지 않아서 서울대를 못 가는 경우가 많지만, 공부 좀 하겠다고 맘 먹은 학생치고 서울대를 외면하긴 힘들 것이다. 공부 잘하는 학생이 가기 때문에 기본 의욕도 있는 것이지만, 서울대를 졸업했을 때 따라오는 이익은 단순한 자존감을 넘는 무수한 특권이 고구마덩쿨처럼 엮어져있다는 것을 대한민국 초딩들이라고 모를 것인가.
최근 서울대에서 발표한 2006학년도 서울대 입학자 통계를 보면, 서울대를 합격하기 위한 확실한 방법이 눈에 들어온다. 서울대를 입학을 목표로 한다면 먼저 사는 곳부터 목적의식적이어야 한다. 그 첫출발은 강남에 사는 것으로 시작한다. 서울 강남구와 마포구의 서울대 합격자는 9:1 의 비율을 보인다. 농어촌지역의 학부모 학생들은 서울이 부러울 것이지만 따지면 서울도 다 같은 서울이 아니다. 강남구와 전라남도는 12:1로 어디서 살고 있느냐의 따라 당락의 확률이 달라진다. 강남 진입에 성공했다면 다음은 집 근처 8학군 학교 내지는 특수목적고등학교에 다녀야 한다. 5부 능선 통과. 이어 3년 성실하게 고액과외를 받는다면 고지는 눈앞이다. 마지막 쪽집게 고액 논술을 받게 되면 비교적 여유 있는 마음으로 합격자 발표를 기다릴 수 있다. 만약 이것도 불안하다면, 부모의 직업을 경영 관리직(사무직)이나 전문직으로 서둘러 바꿔야 한다. 서울대 합격생의 부모 60%에 해당하는 직업군이다. 피할 것은 부모가 ‘소규모 농축산업, 비숙련노동, 무직’을 직업으로 택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런 부모들은 서울대 합격자 부모 비율에서 5% 수준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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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출처 : 서울대학교 홈페이지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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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잘 한다 해서 다 서울대 가는 것 아니다. 2005년 기준 전국 고등학교는 2095개이다. 이 중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한 고등학교 수는 846개에 불과하다. 3분의 1 넘는 정도의 학교수가 서울대를 보내고 있다. 2002학년도부터 꾸준히 합격자 학교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이는 지역할당제, 농어촌지역특별전형 등에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어쨌든 1249개에 이르는 고등학교의 전교 1등이 서울대에 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머리 좋다고 다 서울대 가는 시절이 아니다.
이건 트라이앵글을 넘어서는 거대한 벽이 아닐 수 없다. 2008학년도 수험생들이 이런 내막까지 알게 된다면 트라이앵글이 아닌 어떤 명명을 하게 될까. 명명의 시도조차 의미가 없어지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이런 벽을 뚫고서 서울대 가고 졸업하면 다 되는 것일까?
행복하고 가치 있는 삶까지 통째로 보장받는 것일까?
과연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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