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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부터 14일까지 신촌 아트레온에서 ‘서울여성영화제‘가 열린다. ⓒ서울여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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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회 서울여성영화제> 청소녀의 성(性), 동성애를 그린 작품 선보여
벚꽃 흐드러진 따스한 봄날, 서울 신촌에는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여성들의 영화축제가 한창이다. 올해로 8회를 맞는 서울여성영화제는 1997년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는 문제의식으로 시작해, 10년 동안 기존의 틀을 깨부수는 새로운 시각으로 사회를 접근하고, 끊임없는 의문을 제기하는 여성감독들의 다양한 작품을 소개해왔다. 이번 제8회 서울여성영화제에서는 ‘아프리카 특별전’, ‘페미니스트’, ‘여성영상공동체’ 등 7개 부문에 걸쳐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 33개국 97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이중 ‘여성영상공동체’ 부문은 영상 매체를 통해서 여성운동단체와 대중간의 의사소통을 돕고, 보다 적극적이며 직접적으로 사회·정치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이러한 점에서 여성영화제 프로그램 중 가장 급진적이면서도 참여위주의 작품들이 상영되는 부문이기도 하다. 특히 올해 ‘여성영상공동체’의 국내 작품들은 청소년 감독이 생리, 동성애, 10대 외계어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선보여 관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생생생생 생생~ 리리리리 리리~건강하게 생리~ 아름답게 생리~ 생리대를 주세요~ 청소녀들의 ‘생리공결권’을 주장하는 <생리해주세요>는 제작진들이 모 아이스크림 CF를 패러디한 ‘생리송’을 유쾌하게 부르며 영화의 시작을 알린다. 이들은 “생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거리 인터뷰도 시도해 보고, 남녀학생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평소 쉬쉬하던 생리에 대한 생각을 여과 없이 쏟아낸다. 심지어 남자 선배들에게 생리대를 건네주며 착용한 소감을 나누면서 여성의 심정을 공유하려는 시도를 펼치기도 한다.
이 영화는 제작단계부터 인터뷰과정, 셀프카메라, 몰래카메라 등 모든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면서 여자 관객에게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남자관객에게는 생리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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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평소 부끄럽고 불결하게 여겼던 생리에 대해 거침없이 털어놓으며 생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자는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다. ⓒ생리해주세요(드림필름, 손현주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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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흔히 한 달의 한번 여자에게 찾아오는 ‘마술’, ‘그날’이라고 불리며 ‘생리’라는 말을 꺼내는 것조차 부끄럽고 불결하다고 여겼던 생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한편 레즈비언 청소녀들이 학교에서 겪어야 하는 현실을 그린 <이반검열 I>은 실제 ‘이반(한국의 동성애자들이 만들어낸 동성애자를 지칭하는 말)’인 여중생이 셀프카메라 기법을 통해 일상생활과 심정을 솔직하게 담아내 관심을 끌었다. 여성영상집단 ‘움’에서 제작한 이 다큐멘터리는 ‘이반검열 프로젝트’ 시리즈 중 첫 번째 작품이다. “술 마시고 담배피우는 것은 되는데, 왜 여자끼리 좋아하면 안 되는데?” <이반검열1>에서는 성정체성을 고민하는 청소녀들이나 동성애자인 것이 노출된 청소녀들이 동성애자를 색출하는 일명 ‘이반검열’을 통해 학교에서 당하는 인권침해 실태를 ‘이반’의 눈으로 보여준다. 특히 여중이나 여고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반검열’은 머리가 짧거나 손만 잡아도 제재를 가하고, 교제사실이 탄로 난 학생들을 강제로 전학시키기도 한다. “왜 술 마시고 담배피우는 것은 되고, 여자들끼리 좋아하는 것은 안 되는데? ‘칼머리’ 한 학생들 다 잡아다가 “너 레즈야?”라고 물어보고 못 만나게 협박하고…. 도대체 우리가 뭘 잘못했는데.” 고백한번 못해보고 좋아하는 친구를 떠나보내야 했던 주인공 소녀는 답답하기만 하다. 학생부에 불려갔을 때마다 그의 팔과 책상에는 칼로 그은 자국이 늘어간다. 내일은 담임선생님이 부모님을 모셔오라고 했는데, 엄마한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친구들과 놀고 싶고, 너무 보고 싶은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소녀는 옥상에 올라 멍하니 하늘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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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는 청소년 레즈비언이 학교에서 당하는 인권침해 현실을 보여주며, 우리사회에 만연한 ‘동성애 혐오증‘을 비판하고 있다. ⓒ이반검열1(여성영상집단 ‘움‘, 이영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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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영화는 소수자인 동성애자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 부당함을 교육해야 할 학교에서 오히려 동성애자에 대한 폭력이나 차별이 아무렇지 않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꼬집는다. 이반검열 프로젝트를 제작중인 여성영상집단 ‘움’의 이영 감독은 10대 이반의 정서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 위해 셀프카메라 형식의 1인칭 촬영기법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영화에서 보면 주로 주인공과 발과 하늘 밖에 안 나온다. 하지만 이것이 10대 레즈비언의 현실이다. 카메라 뒤에 설 수 밖에 없는 이들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관객에게 다가가는데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또 10대이기에 슬프면서도 진지하고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현재 ‘움’은 <이반검열2>를 제작중이며, 이번 프로젝트 시리즈를 통해 우리사회의 호모포비아(동성애 혐오증)를 헤집을 생각이다. 이외에도 대학교에 간 엄마를 두게 된 여고생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화해를 그린 <신호-김효지 감독>와 “~하삼” 등 외계어가 일상 언어가 돼 버린 청소녀의 모습을 통해 우리사회 소통의 부재를 비판하는 <외계소녀 불시착하다-오민지 감독>는 현실에서도 발생할법한 청소년의 일상을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이 네 편의 작품은 14일 열리는 ‘8회 서울여성영화제’ 폐막식에서 다시 한 번 만나볼 수 있으니 관심 있는 ‘언니’들은 5천원을 손에 쥐고 신촌 아트레온으로 달려가 보시길. 김지훈 기자 news-1318virus@hanmail.net ⓒ2006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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