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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서울 동부지방검찰청 회의실에서 최진안 차장검사가 검사아들 답안지 대리작성 사건에 대한 최종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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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제 식구에 대한 수사는 “역시나”였다. ‘검사아들 답안지, 담임교사가 대리작성’ 검찰 수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높았다. 현직 교사가 검사 아들의 답안지를 수십차례에 걸쳐서 대리작성한 사실은 모든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허탈하게, 또 분노하게 만들었다. 그 허탈과 분노는 검찰 수사에 대한 높은 관심과 기대로 이어졌다. 여론의 높은 관심을 생각하면, 검찰도 이전처럼 제식구 감싸기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뒤따랐다. 하지만, 검찰이 자기 식구를 상대로 벌인 수사결과는 역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었다. 답안을 대리작성한 교사는 구속되었지만, 정병욱 전 대구고검 검사에 대해서는 혐의점을 찾을 수 없었다. 여론의 관심에 비추어 완전면죄부를 줄 수는 없고, 찾다찾다 아들입학을 위한 위장전입 사실을 들어 주민등록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배재고에 다니는 정 전 검사의 아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이나 처벌도 없었다.
하지만, 검찰의 부실수사와 제식구 감싸기에 대한 증거는 속속 드러났다. ■15일 서울 동부지검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에 최선다했지만…오교사 단독범행”
지난 15일 서울 동부지검은 “언론 등에서 제기한 모든 의혹에 대해 진상을 규명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자세로 수사에 임했다”면서 언론에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동부지검은 전 대구고검 검사 정병욱(49)씨 아들의 답안지를 대리작성한 서울 배재고 수학교사 오동원(41)씨를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정 전 검사는 답안대리 작성 관련 여부를 밝혀내지 못한 채 아들(16)을 배재고에 편입시키기 위해 위장전입한 사실(주민등록법 위반)에 대해서만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최진안 동부지검 차장검사의 이날 발표는 궁색했지만, 나름대로 검찰이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는 인상을 풍기기 위해 애썼다. 최 차장검사는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서 “담임교사가 자신의 아들의 답안지를 대리작성했는데 부모가 그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지만, 그 대가로 정 전 검사와 오 교사 사이에 어떤 거래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입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검찰 스스로, 무엇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지'를 충분히 알고 있던 것이다. 그러나, 검찰의 발표는 '역시 대한민국 검찰이 그러면 그렇지'라는 저잣거리의 상식을 벗어나지 못했다. ■검찰의 검사아들 개입 의도적 은폐, 오교사 공소장서 드러나
서울 동부지검은 성적 조작에 정병욱(49) 전 대구고검 검사의 아들(16)이 직접 가담했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앞서 검찰은 지난 15일 ‘오동원 교사 답안지 조작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답안지 조작 사건은 오 교사의 단독 범행”이라고 밝히며 오 교사를 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그러나 검찰이 구속기소한 배재고 오동원 교사의 공소장은 검찰의 수사발표가 정병욱 검사와 그 아들의 혐의를 은폐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오 교사의 공소장은 오 교사 단독범행이 아니라 정 전 검사의 아들이 오 교사의 지휘 아래 직접 답안지를 고치는 방법으로 답안조작이 이뤄져온 사실을 적시하고 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오 교사는 지난해 4월27일부터 같은해 12월13일까지 5번이나 답안지를 수거해 물리실로 가져가 같은 반 공부 잘하는 학생의 답안을 정군에게 주고 답안을 직접 작성하도록 했다. 검찰은 지난 15일 오 교사가 지난해 10월8일 치뤄진 서울 배재고 2학기 중간시험에서 정 전 검사 아들의 사회시험 답안지를 조작하고, 시험감독 조아무개 교사의 서명을 위조하는 등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14차례나 답안지를 조작하고 시험감독 교사의 서명을 2차례 위조했다고 혐의를 밝혔다. ■14번 시험중 다섯차례는 정 전 검사 아들이 직접 시험지 고쳐
그러나 오 교사에 대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오 교사는 지난해 모두 5차례에 걸쳐 해당과목 시험이 끝난 뒤 정군에게 자신의 답안지를 재작성하도록 시켰다. 오 교사의 단독범행으로 알려진 14차례의 성적조작 중 5차례는 정군이 직접 답안 재작성을 했다는 것이다. 정군이 성적우수 학생의 답안지를 보고 자신의 답안지를 직접 재작성한 시험은 아래의 다섯차례다. 1)2004년 4월27일 오전 9시20분 1교시 1학년 7반 국어시험 감독 후
2)4월29일 오전 9시20분 1학년7반 중간고사 1교시 사회 시험 감독 후
3)10월4일 오전 10시20분 1학년7반 중간고사 기술가정 시험감독 후
4)10월8일 오전 9시15분 1학년7반 중간고사 사회 시험감독 후
5)12월13일 오전 9시20분 1학년7반 기말고사 영어 시험감독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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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검찰은 이런 사실을 15일 수사발표에서 의도적으로 제외했다. 정 전 검사 아들의 범행가담 사실을 검찰이 고의로 숨기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는 대목이다. 검찰은 15일 발표 때 “정군과 정군의 부모가 오 교사의 답안지 대리작성 사실을 몰랐냐”라는 질문에, “정 검사와 학생이 모두 이번 사건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진술했고, 이를 뒤집을 물증을 찾아내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정군이 답안지 대리작성을 했다고 하는 검찰의 공소장을 검찰 스스로 부인한, 검찰의 대국민 거짓해명이다. 최진안 동부지검 차장검사는 지난 15일 발표때 “오 교사가 답안 대리작성을 한 사실을 부모나 정군에게 알렸다는 사실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정군도 몰랐다고 부인하고 있다. 의혹은 있는데 입증이 안됐다. 정군이 부모와 떨어져 서울 강동구 ㅌ오피스텔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시험 성적을 부모에게 바로 알릴 수 없었던 것 같다”고 정군의 범행 가담 사실을 의도적으로 은폐했다. ■16살 학생이 자기손으로 답안 조작한 사실 과연 부모가 몰랐을까
그러나 16살에 불과한 정군이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5번이나 자기 손으로 답안을 조작한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가는 대목이다. 또한 검찰은 정군이 범행에 직접 가담한 것을 밝혀냈음에도 정군에 대해서는 기소조차 하지 않았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정군이 답안지 조작을 오 교사와 사전에 모의한 것이라면 정군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해 11월 광주에서 발생한 휴대전화를 이용한 대입수능부정 사건 때의 처벌수준과 동떨어진다. 이때 검찰은 사건에 ‘후배 도우미’로 단순가담한 배아무개(19)군 등 24명을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해 사회봉사, 보호관찰 등의 보호처분을 받게 하는 방식으로 처벌했다. ■정군 기소도 안해…휴대폰 수능부정땐 단순가담자도 처벌
또한 답안 대리작성 사건이 이 학교와 시교육청 감사에 의해 드러난 지난해 12월 말 이후 오 교사와 정 전 검사가 수차례 전화통화를 한 사실도 밝혀져 수사와 감사에 대비해 `말맞추기' 를 했을 가능성을 짙게 하고 있다. 최 차장검사는 지난 15일 “오씨와 정 전 검사 모두 정군의 편입 이전에 친분관계가 있었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 수사결과 그 이전부터 양쪽이 잘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지만 두 사람간의 금품거래 관계를 밝혀내지 못했다. 오씨는 또 고아무개(42)씨 등 같은 학교의 국어·영어·수학 담당 교사 3명을 정군 부모에게 소개해 지난해 6월부터 짧게는 2개월, 길게는 6개월 동안 일주일에 2차례씩 과외수업을 진행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고씨 등 배재고 교사 3명은 교사 신분으로 한달에 100~150만원씩 돈을 받고 과외를 한 혐의(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위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의 수사발표 믿을 수 있는 국민은 몇명?
오씨는 정군이 배재고로 편입하기 전부터 자기반으로 데려오기 위해 반배치 신청서를 냈고, 입학식 직후에는 정군이 생활하며 불법과외를 받았던 서울 강동구 길동 ㅌ오피스텔 입주자 카드를 작성하기도 했다. 오 교사가 정 전 검사 아들의 배재고 편입부터 시작해 오피스텔 입주와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과목 현직교사 과외알선, 조직적인 대리시험 등 종합관리를 해온 것이다. 하지만 오 교사가 정 전 검사와 아무런 금품이나 대가성 거래 없이 ‘단독범행’을 했다는 게 검찰의 발표다. 검찰의 발표를 믿을 수 있는 국민은 과연 4천500만명중 몇명이나 될까? <한겨레> 사회부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온라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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