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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4.17 15:07 수정 : 2006.04.17 15:07

최재천 교수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인터뷰>'알면 사랑한다'는 최재천 교수를 만나다.

·‘개미를 사랑한 생물학자, 최재천. 그는 과학을 과학자들의 커뮤니티 바깥으로 끌고 나온 귀한 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흔히들 ‘과학자’하면 흰 가운 입고 실험실에 틀어박혀 연구만 하고 있는 사람을 떠올리곤 한다. 또 ‘과학자들은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 없어.’란 생각을 갖고 있다. 반면에 ‘과학’하면 어렵고, 따분하고 재미없는 것. 머리만 아프고 도대체 나랑 무슨 상관이 있는 건지 통 알 수없는 것으로 여긴다.

이러한 과학과 과학자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과는 도통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지는 과학자가 바로 최재천(이화여대 석좌교수) 교수이다.

인터넷에서 그를 검색해보면 각종 크고 작은 과학 관련 뉴스에서 빠지지 않는 걸 볼 수 있다. 어디 뉴스뿐인가, 그만큼 많은 베스트셀러를 가진 과학자도 드물다.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개미제국의 발견』, 『대담』 등등 직접 쓴 책 외에도 유명한 과학 서적의 번역, 감수 등에서 그의 이름을 찾기는 쉬운 일이다.

"난 원래 과학과 거리가 먼 사람"‥ 시인을 꿈꿨던 과학자

“사실 저는 이런 자리에 있기에는 무척 부족한 사람입니다.” 그는 손사래를 치며 말한다. 중학교 시절, 백일장에서 장원한 적도 있고 한때 신춘문예를 준비할 생각도 했다는 그는 자신이 구조조정(?)의 피해자라고 했다. “전 당연히 문과 갈 생각이었는데, 고1때 새로 오신 교장 선생님이 이과를 늘리셨어요. 그래서 과학 공부를 하게 됐죠.”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어렸을 때부터 과학에 대한 소질을 보인 것과 달리 그는 자신이 원해서 과학을 택한 것도 아니었다. 특히나 수학을 못했다고 하는 그는 첫 대학 입시에서 탈락을 맛본다. 어렵게 재수를 해서 들어 온 대학에서도 진로 문제로 방황하던 그는 우연히 유타 대학의 한 곤충학자를 만나면서 자신의 길을 깨닫게 된다.

“하루살이 분류의 세계적인 권위자셨어요. 일주일 동안 그분을 따라 전국을 누볐는데, 그분은 개울만 보면 차를 세워놓고 신발도 안 벗고 첨벙첨벙 개울로 들어가요. 돌아가시기 전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선생님은 왜 이곳까지 오셔서 관광도 안하시고, 애들처럼 물에 첨벙첨벙 들어가는 고생스런 일만 하시냐?>고 여쭤봤더니 이 양반이 자기 소개를 다시 하더군요.

<저는 유타대학 교수 누구누구입니다. 제 집은 유타 대학 뒤쪽 산기슭에 있는데 밤엔 야경이 다 내려다보입니다. 그리고 겨울에는 집에서 스키를 타고 내려가면 제 연구실로 바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플로리다에 별장이 있어 여름엔 그곳에서 지내고, 이렇게 아름다운 부인도 있습니다. 이 나라는 제가 102번째로 방문한 나라입니다.> 라고 하시더군요. 그때 바로 <바로 이거다!>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 자리에서 넙죽 엎드려 <선생님! 제가 평생 하고 싶었던 게 바로 그겁니다.>라고 말씀 드렸죠.

과학적 사고 하는 사회가 합리적 사회, 대중의 과학화 필요해

대학 졸업 후 미국 유학길에 오른 그는, 하버드 대학에서 사회 생물학의 세계적인 권위자, 에드워드 윌슨 교수의 가르침을 받게 된다.

“그분이 워낙 유명하셔서 대중적인 글쓰기를 많이 하셨어요. 그러면서 보고 배운 것도 있었고…. 원래 글 쓰고 싶단 생각도 있었는데 우연히 기회를 얻게 됐죠.” 워낙 대중적인 과학자가 부족하다보니 쉽고 재밌는 글을 쓰는 최 교수는 자연스럽게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됐다.

“이런 활동을 하게 된 걸 후회하지 않아요. 필요한 일이거든요. 저는 과학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사회가 살기 좋은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주먹구구식 , 떼쓰는 사회죠. 이러한 사회가 과학적 사고를 하게끔 누가 도와줍니까? 과학자들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죠. 연구의 단 1%라도 대중과 나누고, 호흡해야 합니다.”

연구와 대중활동을 함께하는 게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웃으며 답했다.“전 이런 게 제 연구분야예요.(웃음) 과학의 물음은 크게 ‘왜’와 ‘어떻게’ 두가지죠. 실험실에서 흰 가운 입고 연구하시는 분들이 ‘어떻게’를 연구하신다면, 전 ‘왜’를 연구하는 거예요. 가령 ‘철새들이 별을 보고 남쪽으로 날아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면 제게는 ’왜 남쪽으로 날아가는가?‘란 질문이 남게 돼요. 만약에 인간이라는 ’동물‘을 연구하고 싶다면 번화가에 가서 지나가는 사람들 관찰하는 게 저한테는 연구죠.”

과학은 삶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 것

그는 "과학이 자연스럽게 대중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최 교수는 자신도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참 신기하다고 했다. 그러나 “과학은 다른 게 아니라 우리 삶 주변에 대한 호기심을 갖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학을 잘해야 과학을 잘하는 게 아니예요. 수학은 그저 과학을 하는 데 필요한 도구일 뿐입니다. ‘나는 뭘 못하니까 과학은 안돼’라며 겁먹지 말길 바랍니다. 남달리 호기심이 많다면, 누구나 과학을 할 수 있어요.”

“생각하는 동물이 궁극적으로 해야 할 일이 <과학>”이라는 그는 “과학자의 삶이란 인류 공유의 지식과 지혜에 도움이 되다 죽는 것이 소원이자 목표”라고 말했다. 그에게 과학은 놀이요 소명이요 삶 그 자체였다. 늘 웃음을 잃지 않는 얼굴, 그리고 과학과 인간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있기에 그는 진정 행복해 보였다.

박소희 기자 sost38@nate.com

ⓒ2006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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