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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4.20 16:31 수정 : 2006.04.20 16:31

생기발랄하고 마냥 철없어 보이는 열여섯 소년의 얼굴에서 인생의 깊이가 느껴지는 또다른 빛깔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인터뷰>'대현이의 열혈남아' CJ 박대현(16)군

열여섯 소년 박대현(동성중3), 그를 만난 첫느낌은 다소 불편했다. 머리 스타일부터 운동화까지 매우 평범해 보이지만 사실은 꼼꼼하게 코디된 모습. 왠지 이 소년 앞에 서면 촌티날 것 같아 자신의 스타일을 다시 한번 신경 쓰게 만든다. 바이러스 아나운서 오디션에서 소녀처럼 예쁜 웃음을 흘리다가, “춤을 춰보라”는 PD의 요구에 한번도 고사하지 않고 자신의 끼를 맘껏 자랑하던 소년. 그때까지만 해도 대현이의 빛깔은 하나였다. 생기발랄하고 세련된 감각, 한없이 밝고 투명한 색깔이었다.

그와 마주 앉은 두시간이 언제 흘러갔는지 몰랐다. 눈을 들어 다시 이 소년의 얼굴을 보았을 때, 더 이상 앳된 열여섯의 얼굴이 아니라 그리 순수하지 않은(?) 철학적 아이가 한명 앉아 있었다. 가정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철들어야 했다는 중3의 얼굴, 고통과 시련이 무엇인지 모르는 풍족한 사람들이 오히려 가엾다고 말하는, 미래의 방송인을 꿈꾸는 대현이에게서 또다른 빛깔이 묻어났다.

"방송인이 되기 위해 중2때부터 '욕'도 끊었어요"

■ 사람들


전 대인관계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선생님, 친구들, 그리고 청소년단체 활동을 하면서 만난 모든 사람들. ‘사람이 사랑이다’라는 신조를 갖고 있어요. 음......제 미래를 생각해서도 나쁜 관계는 만들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요. 그런데요 학교 친구나 학원 친구들 중에 저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왜냐구요? 착한척 한다구요.(슬픈 얼굴) 저도 그런 친구들한테는 그냥 그렇게 대해요.

그리고 친구들은 절 잘 이해못하더라구요. 전 보기와 다르게 철학적이거든요.(웃음) 친구들은 그런 거에 관심 없잖아요. 솔직히 제가 전화하면 당장 달려올 친구는 없어요.

그런데 '희망'이라는 청소년단체에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람이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미연, 선영 누나를 만나면서 친남매처럼 가까워졌고, 서로 꿈도 비슷하고‥· 제 전화 한통에 누나들은 금방 달려올 사람이라 확신할 수 있어요.

■ 꿈

초등학교 5학년때 였어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매력, 한번 사는 인생인데 평범하게 살긴 싫다는 충동(?)이 일어서 무작정 혼자 오디션을 보러 갔어요. 그러나 제 순번이 오기 전에 기가 죽어서 나온 적이 있어요. 왜 그렇게 용기가 없냐구요? 전 혼자 갔었는데 다른 아이들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스타일’을 다 살려서 왔고, 부모님들이 다 따라 왔더라구요. 저런 아이들을 내가 이길 수 있을까 해서 그냥 나왔어요.

그러나 그때부터 저를 관리하기 시작했죠. 제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중학생이 되어 잠시 꿈을 포기한 적이 있지만, 작년부터 다시 방송인을 꿈꾸게 되었어요. 작년에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오디션을 봤어요. 최종 합격을 한 곳도 있었는데, 훗훗(쓴 웃음) 돈을 내야 했죠. 400만원‥· 결국 그냥 나와야 했어요. 물론 속상했죠. 그렇지만 저보다 엄마가 더 속상해 하셔서 그냥 티 안내요. 작년에 '활력프로젝트'에서 VJ반을 했어요.

저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어요. 바이러스 아나운서, CJ가 된 것도 미래 방송인이 되기 위한 경험이라고 생각하구요, 희망에서 만난 누나들과 '씨밀레'라는 영상제작 동아리를 만든 것도 그런 노력이죠.

참, 전 욕도 끊었어요. 제가요, 예전에는 욕이 안들어가면 문장이 안된는 사람 있잖아요? 그런 사람이었어요. 입만 열면 욕이었죠. 그러나 앞으로 방송인이 되기 위해서 이미지관리를 해야죠. 지금은 거의 욕을 안하고 있죠.

■ 열정

빨간색을 좋아해요. 열정적이잖아요. 지금 바이러스 라디오에서 “대현이의 열혈남아”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친구들한테 사연 받으러 돌아다니는 것도 좋아요. 음..그리고 희망 안에서 '놀자' 모임 두개를 운영하고 있구요.꼭지점 댄스 동호회 소모임장 '꼭지'도 하고 잇어요. 그리고 영화제작 동아리 “씨밀레”, 인권법안 운동본부, 바이러스 아나운서, CJ...우와 정말 많은 활동을 하고 있죠? 그런데 힘들기 보다는 다 즐겁고, 부모님께서도 인정해주시니까 좋아요.

대현이는 바이러스 라디오에서 매주 목요일 9시 ‘대현이의 열혈남아‘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저라도 철들어야 가정을 깨뜨리지 않지요"

■ 물질만능주의

사실 이런 사람 불쌍해요. 돈많다고 세상을 다가진척 하는 사람들. 과연 행복할까요? 물론 돈이 많으면 좋은 점도 있죠. 저희 가족이 싸우는 이유는 딱 하나에요. 돈 때문이죠. 집에 돈이 없어서 부모님이 싸우기도 해요. 학원비도 제 때 못내고, 갖고 싶은 물건도 가질 수 없어서인지, 두 살 위인 형은 부모님 편이 아니죠. (쓴웃음) 아니 사고만 쳐요. 우리 가정이 깨지지 않게 하려고 전 노력을 많이 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나라도 철이 들어야지’ 생각하며 살았어요.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행복하기도 해요. 돈 은 사람이 갖지 못한 걸 가졌잖아요? 고통, 시련....이런걸 아니까 이다음에 어른이 되서도 감사할 줄 알고, 남을 도와줄 알게 되죠.

■ 이기주의

제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죠. 저는 사실 친구랑 싸워본 적이 없어요. 되도록이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애를 쓰죠. 그런데 자기 것만 고집하는 친구들, 정말 싫어요. 때론 그런 사람을 보면 욱하는 성격에 사고를 치기도 하죠. 암튼 이기적인 것은 너무 싫어요.

■ 엄마

엄마를 생각하면 가장 속상하기도 하고, 또 존경스럽기도 해요. 엄마는 몸이 안좋으신데도(사실 병원에 입원해 계셔야 할 정도로) 하루 12시간씩 일하시면서 살아오셨어요. 그 돈으로 아직도 절 학원에 보내주시죠. 쓰러질 듯 하지만 안쓰러지시고 늘 버텨주시는 모습이 존경스러워요. 그래서 엄마한테는 더 웃으면서 얘기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 핸드폰, 디카, MP3플레이어, 학교, 성적, 학원

대현이의 애장품 세가지. 핸드폰, 디카, MP3플레이어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이 소년의 얼굴은 늙어 있었다. 유난히 하얀 흰자위에 슬픔이 비쳐보였다. 세련된 스타일 뒤에 가려진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그러나 인터뷰 내내 손으로 만지작거리는 그의 소지품들은 이 소년이 '열여섯'임을 알려주었다.

핸드폰, 작년에 부모님이 사주셨다고 한다. 한달에 문자는 몇 개나? 3월에는 11000건. 매달 자기가 사용한 문자 수, 통화량을 기록해놓는다고 한다.

MP3 플레이어, 심심해서 동대문에 놀러갔다가 경품 당첨이 되서 받았다고 한다. 최신 제품에 비해 좀 구식이라고 창피해하긴 했지만 이 소년의 애장품임에는 틀림없다.

디카, 몇 개월 동안 용돈을 모아 자신이 마련한 유일한 물건. 디카는 생활이라고. 기자가 대현이를 찍는 동안에도 틈만 나면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싸이에 올린단다.

이 자유로울 것만 같은 소년에게 학교는 어떤 의미일까? 답답해서 무언가 박차고 날아가버리는 꿈을 꿀 거 같다는 기자의 추측은 무너졌다. “나쁘진 않아요. 재밌는 것도 많구요.”선생님들이 잘 대해주기도 하지만 지금 학교가 너무 규제가 심해서 애들의 반발이 더 큰건 불만이란다.

그럼 성적은? 기자의 선입견을 뒤집어 엎고 의외로 훌륭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다만 등수를 공개하지 않기로 약속. 하지만 대현이는 학원은 정말 짜증난다고 한다. 집안 형편도 어려운데 꼭 다녀야 하나 싶지만, 엄마가 너무 확고하시다고. 사실 대현이는 학원도 자주 땡땡이 치고 있다. 아니, 사실은 혼자 공부하면 과연 어떤 성적이 나올까 스스로 도전해보고 싶다고 한다. 이미 이 학원을 4년 반째 다니고 있기 때문.

대현은 인터넷특성화 고등학교를 가고 싶지만 엄마는 반드시 인문계 고등학교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시기 때문에 중3 말쯤 되면 한바탕 시끄러울 거 같다는 말을 하면서 얼굴을 살짝 찌푸린 대현이, 다름없는 중3의 얼굴이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대현에게서 문자가 왔다. “오늘 수고하셨구요, 인터뷰 기사 예쁘게 써주세요. 사진은 블로그에 올려주시고요.” 세련되고 예쁘지만 철학적인 아이, 대현이 다운 깜찍한 문자였다.

최룡훈 기자 beloved93@hanmail.net

ⓒ2006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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