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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된 말로 가방 끈이 그렇게 짧은 것도 아닌 데 학교는 정말 왜 이럴까? 멍청한 그 짓을 뭐가 나온다고 저렇듯 움켜쥐고 내팽개치지 못하느냐는 것이다. 나라가 수여하는 교사 자격증엔 지도할 수 있는 전공 교과를 명기해 놓고 있다. 하지만 희한하게 그 자격 속에 학생들의 교복이 어쩌니, 머리 모양이 저쩌니 등등을 꼬치꼬치 지도할 권한은 전혀 부여하질 않았다. 똥인지 된장인지 정도는 척 하면 알아야지 그런 걸 일일이 써놓는 그런 자격증도 있더냐며 따질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현실은 하다못해 아이들의 사소한 다툼까지 끼어들어 판결을 내려 줘야 하는 그야말로 눈코 뜰 새조차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으니 그런 선생 똥에 뭐 먹을 게 있다고 개가 눈독을 들이겠는가? 정작 자격증에 부여된 교과 지도보다는 전혀 전문 지식을 쌓지도 못했는데 해결사 노릇에 가정이나 사회에서 손놓아 버린 생활지도까지 몽땅 떠맡아 가지고는 비지땀을 삐질 삐질 흘려대고 있으니 다만 한심할(?) 뿐이다. 이게 다 학교가 교사들이 멍청해서 그런 게 아니고 뭐냐는 것이다. 세계가 인정한 인권 보호국인 우리나라, 남의 나라 인권에 감내라 배내라 할 만큼 대단한 수준에 올라있는 우리나라이기에 한 치의 인권유린인들 용납되겠는가? 제대로 인권이 보장되는 나라를 건설해야 했기에 인권 침탈 여부를 판정하는 소위 국가인권 위원회까지 구성하였을 테고 저항할 수 없는 괴력까지 부여했으니 저들의 권고에 누구라서 감히 ‘아니오’ 할 수 있을까? 또한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교육부라는 곳에서도 이미 이 같은 원성을 유발하는 규정에 대해서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추상같은 지시를 내렸으니 ‘자신들은 무죄하다’며 발뺌하고 있는 현실을 보라. 그 사안에 끼어 넣지 말라는 은연의 강요도 들어있다. 그런데 정말 ‘학교는 그냥 인권위의 권고대로, 학생들의 열화와 같은 저항에 순수하게 손을 놓아버리면 될 텐데 왜 똥고집을 부리고 있을까?’ 상당한 분량의 업무로 저들을 힘들게 했던 그 일을 면케 해 준다는 데.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온갖 욕 다 해가며 꼴통들이라고 비난에 비난을 더하고 있는 소리가 교사들의 귀엔 들리지 않는 단 말인가? 정말 한가한 가 보다. 그렇게 시간이 남아돌면 교재연구나 열심히 해서 잘 가르치기나 하란다. 학생들은 또 어떤가? 어쨌든 정해진 규칙대로 지도해 볼라치면 저들의 저항(?) 또한 교사들이 무서워할 만큼의 수준이 된 지 오래이다. 인권위의 권고로 힘까지 얻었고, 교육부의 지시도 가세한데다가 힘 있는 언론매체들까지 마치 교사들과 학교를 인권유린의 당사자 인양 몰아붙이고 있으니 차제에 잘 된 게 아닌가? 그냥 머리를 기르든 말든, 온갖 형태로 꾸미든 말든 학생들의 인격(?)을 존중해 주면 된다는 것 아닌가? 어디까지 어떻게 보호해주는 게 바르게 저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일까?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정말 멍청하기 이를 데 없다는 경멸의 눈으로 학교를 교사들을 바라보는 시각에 부응하면 쉽게 해결될 문제이다. 그렇다면 학생들의 욕구의 끝은 과연 어디까지 일까? 이 질문은 교사들이 고민할 사항인가 아닌가? 머리만 저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면 만족해하며 학교생활에 최선을 다 할까? 조금 있으면 훨씬 더한 요구들이 봇물 터지듯 쇄도 할 것이다. 교복자율, 등하교 시간 자율, 입맛에 맞지 않는 수업 거부, 등등. 이 일 역시 학생들의 요구를 들어주어야 한다고 인권위에서 권고할 가능성이 꽤 높아 보이지 않는가? 수많은 인권 보장을 소리 높여 외치는 단체들 역시 마찬가지 일 터이다. 교사들이야 엄청나게 업무가 경감되는 것이니 찍 소리 하지 말고 감지덕지 고마워만 하면 될 일인 듯싶다. 과연 이렇게 쉽게 생각하는 게 맞긴 맞는 처신일까? ‘그러면 그렇지 교사나 학교가 저 모양이지 뭐 별 수 있나’라며 국민의 세금으로 녹을 주는 게 아깝다며 억울해 죽겠다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닐 텐데 상당히 걱정은 된다. 칼을 달라는 세 살배기 자식에게 그 녀석의 인권 보장 운운하며 선뜻 내줄 부모는 세상에 없다. 30~40명에 이르는 한 반의 아이들을 아니 수천 명에 가까운 한 학교의 학생들에게 어떤 지도가 과연 교육적인 바른 가르침일까? 이런 추세라면 진정 교사가 학교 당국이 학생들에게 가르치며 지도할 수 있는 게 과연 있기는 한 걸까? 두발 자유를 힘 있게 외쳐대는 저들을 보면서 한 편에선 머리 모양을 단속하겠다는 학교의 대응을 보면서 교사의 처지가 다만 딱할 뿐임을 절감하게 된다. 과연 바른 교육자는 이럴 때 어떻게 처신할는지? 지혜자의 잠언을 기다려 본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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