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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4.26 16:06 수정 : 2006.04.26 16:33

안락하게 살던 선호의 가족은 우연히 남한의 조부와 연락을 하게 되고, 이것이 발각되자 탈북을 감행한다. ⓒ영화

[기자가 본 영화] 영화 <국경의 남쪽>

“저는 1975년 조선로동당 창건일에 태어났습니다. 이름은 김선호. 만수예술단 호른 연주자이며 고향은 평양입니다. 저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연화가 있습니다. 동치미처럼 찡하고 화통한 연화가 난 정말로 좋습니다.”

만수예술단의 호른 연주자 선호(차승원)는, 꽃처럼 어여쁜 연인 연화(조이진)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한의 할아버지와 주고받은 비밀편지가 발각되는 바람에 탈북하게 된다. 어렵사리 남한에 도착한 그는 연화를 빼내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하지만 현실은 이를 쉽게 허락지 않는다. 결국 그는 고달픈 생활 속에서 힘이 되어준 경주(심혜진)와 결혼하는데…, 거짓말처럼 연화가 그 앞에 다시 나타난다.

선호와 연화의 사랑은 ‘목숨까지 건‘ 순정 그 자체이다. ⓒ영화

영화의 초점은 선호와 연화의 사랑이다. 같은 곳에서 함께 숨 쉬고 느낄 때와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국경 안에서 있어도 끊어지지 않는 순애보가 바로 <국경의 남쪽>이 말하고자 하는 바이다. 쉽게 사랑에 빠지고, 그 속도만큼 사랑이 식어버리는 요즘, 어쩌면 영화 속 선호와 연화의 사랑은 그들이 국경의 ‘북쪽’에 있었기에 가능한 것으로 여겨진다.


한편 <국경의 남쪽>은 ‘분단’이 국가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현실이며, 개인의 일상에 어떻게 깊이 파고드는지를 그리고 있다. 시대에 둔감하고 평범했던 주인공이 어느 날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 모습을 통해 분단조국은 여전히 대한민국의 ‘오늘’임을 보여준다.

영화 속에서 선호는 이렇게 말한다.

“어렸을 땐 인생이란 그저 세상의 모든 적들을 용맹하게 물리치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건널 수 없는 국경도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선호는 홀로선다. ⓒ영화
삶이란 이해할 수 없는 음표로 가득 찬 악보와도 같아서 제가 할 일은 그저…더듬더듬… 연주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인생은 예측불허이며, 희생을 치르지 않는 한 그 진가를 알 수 없는 것이다. 세상에는 ‘넘을 수 없는’ 국경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선호처럼.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얘기 같지만, 그것을 깨닫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늦게라도 깨달았다면 울고 웃으며 성장하게 된다. 현실의 선호도, 연화도 어떤 모습이든 간에 먹먹한 가슴으로만 살지 않으리라 믿는다.

박소희 기자 sost38@nate.com

ⓒ2006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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