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사고력 키우기 보단 암기에 급급
올해 서울시교육청에서 학생들의 사고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기 위해 서술형·논술형 문제를 40%까지 확대했지만, 학교 현장에선 사고력 키우기와 거리가 먼 외우기만 하고 있다. 서술형 문제 풀기 위해 문단, 문장, 단어 순으로 암기 S여고에 다니는 이은미(고2)양은 시험을 앞두고 교과서를 외우느라 바쁘다. 서술형·논술형 문제를 풀기 위해 교과서를 꼼꼼하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1학년을 거치면서 서술형·논술형 문제에 대한 나름의 노하우가 생겨, 그는 현재 문단, 문장, 단어순으로 암기를 하고 있다. 은미양은 “말은 사고력을 키운다지만, 서술형 문제를 풀려면 암기를 해야 한다”며 “오히려 내 생각대로 적다보면 점수가 깍인다”고 말했다.J고에 다니는 전해진(고2)양도 지금 서술형·논술형 문제에 대비해 교과서를 외우고 있다. 그나마 담당 교사가 서술형·논술형 문제로 나올만한 부분을 찝어주었기 때문에 부담이 덜하다. 해진양은 “서술형 문제를 잘 풀려면 교과서를 다 외우고 있어야한다”며 “예전 주관식 문제랑 별 다를바 없다”고 이야기했다. “얼마나 암기했느냐에 따라 점수가 달라져” 평소 수업시간에 주입식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서술형·논술형 문제는 학생들의 사고력 키우기가 아니라 교과서 내용을 그대로 적는 수준에서 반복되고 있다. 여기에 사고력과 문제해결 능력은 필요치 않다. 얼마나 교과서 내용을 많이 암기했느냐에 따라 점수는 달라진다. 정영제(고2)양은 “서술형·논술형문제가 나와서 그 전과 달라진 건 좀 더 자세히 외워야한다는 사실뿐”이라고 말했다. 교사들 역시 학생들의 사고력을 키우기 위한 서술형·논술형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H여고 국어담당인 이상렬 교사는 “현재 수업이 입시를 위해 주입식으로 가고 있는데, 제대로 된 서술형·논술형 문제가 나올 수 있겠냐”고 말했다. 그는 “교육청에서 서술형·논술형 문제를 40%까지 내라고 하니 교사들이 어쩔 수 없이 내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오히려 서술형·논술형 문제 확대 계획 세워 하지만 학교 현장의 목소리와 다르게 서울시교육청은 서술형·논술형 문제를 더 확대할 생각이다. 이미 시교육청에선 지난 3월에 학생들의 사고력과 문제해결 능력 측정에 대한 중요성을 감안해 내년부터 서술형·논술형 문제를 50%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수업내용에 대한 변화없이 확대되고 있는 서술형·논술형 문제에 대해, 교사와 학생들은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상렬 교사는 “입시가 있고, 주입식 교육이 있는 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영제양도 “시험 때만 서술형·논술형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평소에 학생들이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혜규 기자 6695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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