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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에 열린, 입시교육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촛불문화제 모습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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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등급제 효과, 학생들의 생활은 어떻게 변했나
제목 : 인문계 고1인데 너무 힘들어요.ㅠㅠ내용 : 중간고사를 보고 있는데 4과목 평인이 60점대밖에 안됩니다. 전 가망이 없는 건가요?ㅠ 고1인데 이렇게 첫 중간고사부터 망가지고도 열심히 해서 대학 갈 수 있을까요? 누가 제발 좀 도와주세요. 정말 미치겠고... 아무 말이 안 나옵니다. 제목 : 내신등급제에 대해서
내용 :(중략) 우리 세대는 내신 망치면 다시 돌이킬 기회 없죠? 공부 못하면 살 가치가 없는 건가요? 죽어야 할까요? 진짜 열심히 했는데 국어 86점밖에 안 나와서 정말 살기 싫어짐. 난 왜 이렇게 꼴통이지. 포털 사이트는 중간고사를 앞둔 학생들의 다양한 고민거리로 뜨겁다. 그 중에서도 유난히 되풀이되고 있는 질문이 “내신 한번 못 보면 끝나는 건가요?”라는 것이다. 바로 2008학년도 대입부터 도입되는 내신 등급제 때문. 2005년 5월 7일, 천여 명의 학생들이 광화문에 모여 입시 경쟁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은 내신등급제로 인해 수능과 내신 성적까지 경쟁해야 하는 자신들을 향해 ‘저주 받은 89년생’이라고 지칭했다.
내신등급제 도입 1년 후, 학생들은? 그 후 1년이 지난 지금, 과연 학생들은 내신등급제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취재 결과, 대부분의 학생들은 “너무 힘들다.”고 입을 모아 얘기했다. A외고에 다니고 있는 이 모(고2)양은 “내신 등급제는 한마디로 말이 안 되는 것.”라며 “ 학교마다 차이도 있고, 내신문제도 다른데 똑같이 평가하려는 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는 김 모(고2)양도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우린 외고라서 더 힘들다. 일반 학교보다 인원이 적어서 1등급 나오는 애들도 없다. 나도 스트레스 엄청 받고 있고, 친구들도 불쌍하다. 시험기간만 되면 계속 답답하기만 하다.” 김 모 양의 말에 따르면, 현재 A외고에는 이과반이 없다. 그녀는 원래 인원이 적어 입시에 많이 불리했지만, 내신등급제 도입의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갓 고등학교에 입학한 고1들은 막연한 두려움에 휩싸여 있었다. 김 모(B여고 1)양은 “중학교랑 달리 대학입시의 당사자가 되니까 너무 떨리고 긴장된다. 공부를 어떻게 해야할 지 막막하다.”라고 말했다. 특히나 예민한 여학생들은 소화불량, 신경과민에 시달리는 게 보통이다. 김 모양은 “우리 반에 공부 잘하는 애는 스트레스 부담이 심한 까닭에 시험이 한 달이나 남았는데도 밥을 못 먹고 있다.”고 얘기했다. 다만 경쟁심때문에 친구 관계가 소원해지거나, 교실 분위기가 삭막하다는 언론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는 의견이다. 오히려 "같이 내신등급제 욕하면서 친해졌어요."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학생간의 관계는 이전과 다를 바 없었다. 점점 성적이 올랐다고? “그래도 너 예전 내신 엉망이잖아!” 기존의 대입제도에서는 수능의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컸다. 대부분의 대학은 수능 ‘점수’를 반영하여 평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수능은 ‘등급’만 반영된다. 내신은 이와 반대로, 이전까지 등급제로 평가했으나 2008학년도부터는 석차백분율로 평가, 사실상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줄 세우고 있다. 내신등급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학생들의 가능성’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령 1학년 때 내신이 매우 안 좋았지만 3학년이 되면서 성적이 크게 오른 학생이 있다고 하자. 이 학생은 성적이 향상됐음에도 이전의 내신이 안 좋다는 꼬리표를 달고 가는 것이다. 일선 학교 교사들은 이것이 지나치게 비교육적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사교육 잠재우기가 아니라 사교육 살려주기, 근본적인 제도가 바뀌어야 이와 더불어 공교육을 강화시킨다는 도입취지와는 전혀 다르게, 사교육은 더욱 강화됐다는 목소리가 크다. K여고에 다니는 임 모(고2)양은 “예전보다 예체능 과외 받는 애들도 훨씬 늘었다.”고 말했다. 한 교사는 “과외를 하거나 학원에 다니는 애들은 더 늘어났다.” 라며 사교육 없애는 데에는 전혀 효과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학부모의 글에는 “딸의 일과는 한마디로 전쟁”이라며 “중간고사가 발표되고 부랴부랴 학원에 등록했는데 모두가 가는 학원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처럼 느껴졌다.”라고 쓰여있어 많은 이들이 이를 보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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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등급제 도입후 오히려 사교육이 증가했다는 얘기가 많다. 한 입시관련 사이트에는 중간고사 대비 내신특강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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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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