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시험 준비기간 동안 수십여 개 이상의 학교에서 치러진 전 과목 시험 문항들을 몽땅 다 소화해내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미리 풀어 오도록 과제로 내 준 후 몇몇 문제들만 함께 풀어보는 과정을 거치는 듯싶다. 그러니 열대여섯 과목에다가 수십 개 이상의 학교 문제를 대비하며 풀어야 하는 아이들의 부담이 어떻겠는가? 상상 자체가 불가능하다. 평상시 잘 대비해 온 소위 범생이들도 이 문제풀이 훈련을 건너뛸 수는 없다. 불안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학원의 이 같은 시험 대비 전략에 활용되는 관내 학교들의 기출문제집에 내가 근무하는 학교의 문제도 빠지질 않았으니 당연히 내가 출제한 문제 역시 주인의 허락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이 떠돌아다니고 있는 실정이다. 그것도 학원들의 수입 재원을 구성하는 중요한 문제로 말이다. 섬뜩한 생각마저 들면서 동시에 비장한(?) 책임감까지 느껴진다. 게다가 교육당국의 기발한(?) 정책까지 교사들을 긴장시키는 데 한 몫 톡톡히 하고 있다. 공공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모든 시험 출제 문항을 인터넷에 공개해야 하는 정책이란다. 소위 비중이 큰 시험 즉, 도 단위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비롯해서 한 번의 시험으로 인생을 결정해야 하는 도박과도 같은 시험인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 등의 출제 작업은 적게는 일주일의 기간에서부터 꼬박 한 달여 기간까지 비공개 장소에서 합숙 작업을 벌이면서 만들어 내고 있잖은가? 많은 전문가들이 심사숙고를 거듭하며 만들어 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불거진 적이 몇 차례 있었음도 경험한 바이고 말이다. 길게는 한 달여 동안 많은 전문가들이 애를 썼는데도 생겨나는 문제들이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일선 학교 각종 정기고사 상황에서는 얼마나 많은 오류로 나타날지. 적지 않은 사회문제를 야기 시킬 것이 명약관하하지 않은가? 인터넷에 공개되어야 하기에 다만 더욱 더 신중에 신중을 기할 밖에는 뾰족한 수가 없을 듯 하다. 최선을 다한 후 결과야 겸허히 수용하는 수밖에. 이래저래 떠돌고 있는 내가 출제한 문항들이 더욱 광범위한 세상을 향해 인터넷 기술을 타고 전 세계를 향해 나아간다니 부족한 실력에 제대로 따라 갈수 있을지 두려운 마음을 털어 내기가 전혀 쉽질 않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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