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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02 15:17 수정 : 2006.05.02 15:20

서울 고척도서관, 중간고사 기간이라 청소년들이 제법 눈에 많이 띈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저주받은 89년생의 중간고사 시험 현장

“잘못 태어난 것 같아요.”

내신등급제가 시행된 지도 벌써 1년, 현재 중간고사를 맞이한 고2학생들을 만났을 땐 이미 현실에 익숙해져버린 모습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그들은 너무나 힘들다.

오 모(구일고 2) 양은 “많이 피곤해요. 1점 차이로 등급이 왔다갔다 하니까 너무 긴장되구요. 예전과 달리 조금만 틀려도 우는 아이들이 많아요”라고 말했다.

오 양은 “시험 때가 되니까 서로 교과서를 빌려달라고 하는데 어떤 친구는 아예 교과서를 2개를 마련해 놓고 한 권은 개인용, 한 권은 친구 빌려주는 용으로 쓴대요”라며 서로 견제하는 살벌한 교실분위기에 대해 밝혔다.


최 모(고척고 2) 양은 “수능공부를 3년 내내 하는 느낌이에요. 처음 시작됐던 작년에는 불만도 많고 정말 힘들었는데, 이제는 벌써 익숙해져 버려서 그려려니 해요”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또한 “서로 필기하면 책도 안 빌려줘요. 옆 학교 친구가 그러는데 사물함을 열어놓으면 하도 책을 훔쳐가서 이제는 다 열쇠로 꼭꼭 잠그고 다닌대요”라고 설명했다.

내신이 대입에 반영되는 것 첫세대인 현 고2 학생들 "잘못 태어났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수행평가도 예민하기는 마찬가지. 시험을 잘 봐도 수행평가를 놓치면 등급이 떨어지기에 하나하나 바짝 긴장해서 하는 수밖에 없다. 최 모 양은 “노력을 안한 게 아니라 나름대로 열심히 해서 수행평가를 내도 선생님들이 갖고 있는 생각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점수를 생각보다 못 받을 수도 있어서 힘들어요”라고 토로했다.

이렇게 수행평가와 시험 때만 긴장하는 것이 아니다. 활기차고 즐거워야 할 학교생활은 항상 긴장의 연속이 된다. 운 나쁘게 자다가 걸리면 1점, 떠들어도 1점, 교과서를 제대로 챙겨오지 않아도 1점 등이 깎여 매일매일 학생들은 점수와 싸우고 있었다.

최 모 양은 “부모님들도 맨날 ‘너희는 내신등급제니까 항상 공부해야한다’고 압박을 주세요. 맨날 그렇게 압박 받는데 어디 공부하고 싶겠어요? 하고 싶은 것도 못하구요. 뭐든지 대학입학 뒤로 미뤄요”라며 안타까워했다.

오 모 양은 “잘못 태어난 것 같아요. 시기를 잘못 타고 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렇듯 부정적인 이야기를 덤덤한 듯 가볍게 이야기 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여실히 대변해 주는 말이었다.

sweet-jesoon@hanmail.net

전제순 기자 sweet-jesoon@hanmail.net
ⓒ2006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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