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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20 16:57 수정 : 2005.02.20 16:57


서울 행당동 어린이도서관 ‘책읽는 엄마 책읽는 아이’ 2층. ‘뚱딴지’라는 다소 우스운 간판이 붙어 있는 스물댓 평 이 공간은 인근 행당·사근초등학교 14명의 행복공동체다. 수업이 끝나면 이곳에 모여 오후 시간을 함께 보낸다. 카네이션과 토기 모양 베개를 만들고, 풍선장식, 종이접기 등을 한다. 놀이수학, 신문활용교육(NIE), 재미있는 영어 등의 교과활동도 이어진다. 금요일이 되면 어김없이 인근 박물관, 공원, 유적지 등으로 나들이를 간다. 그렇지만 전문교사가 따로 있지는 않다. 아이들의 부모가 선생님이다. 이른바 ‘품앗이 방과후 교실’이다.

개학일이 다가오면서 부모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학교가 파한 뒤 ‘학원 뺑뺑이’가 아니면 친구와 어울리거나 오후 시간을 보낼 마땅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종일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다니다가 올해 처음으로 학교에 들어가는 아이를 둔 맞벌이 부모들은 둘 중 하나가 직장을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까지 하기도 한다. 이런 고민을 하는 부모들이 늘어가면서 최근 품앗이 방과후교실이 곳곳에 생기고 있다. 사교육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아이들이 다양한 체험활동과 공동체 활동을 통해 건강하게 지낼 수 있기를 바라는 부모들의 마음이 방과후 교실로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품앗이 방과후 교실’은 운영하는 곳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대체로 놀이·책읽기·특기교육·체험학습 등으로 꾸려진다. 기본적으로 학교교육을 연장하기보다는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보고 배우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뚱딴지’의 경우 요리 만들기, 인형·풍선 만들기나 종이접기, 공연 보기, 생태체험 학습 등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서로 어울려 뛰어놀거나 1층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는 것은 덤으로 얻는 재미다.

교사는 당연히 부모다. 각자 대학전공이나 특기를 살려 분야를 나눠 맡는다. ‘뚱딴지’에서 놀이수학을 가르치는 학부모 문혜경(38)씨는 “요즘 부모들은 기본적으로 대학교육을 받은데다 직장경력도 있기 때문에 최소한 한두 가지는 잘 가르칠 역량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부모들이 나서기 때문에 품앗이 방과후는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 보통 한달에 10만~15만원 정도만 운영비로 내면 된다.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를 가르친다는 생각에 수업준비를 철저히 하기 때문에 교육효과는 상당히 좋다.

은평시민회 방과후 학교 신미혜 원장은 “기본적으로 아이들끼리 충분히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만으로도 방과후 교실의 매력은 크다”며 “부모와 아이가 서로 소통하고 뭔가를 주입하기보다는 같이 배워간다는 생각으로 운영한다면 학원 보내는 것보다는 훨씬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 어떻게 시작할까?


품앗이 방과후 모임을 만들려면 우선 집이 가깝고 아이들 나이와 부모의 요구 등이 비슷해야 한다. 공동육아를 했던 부모들끼리 뜻을 모으는 형태가 가장 많고, 거주지역 모임이나 놀이터처럼 아이들과 부모들을 함께 만날 수 있는 장소에서 자연스럽게 모임을 구상해볼 수 있다. 요즘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하는 경우도 많다. ‘품앗이 공동체’(pumasi.org)에 들어가 보면 ‘품앗이은행’이 있다. 다음 카페(cafe.daum.net)나 네이버 카페(cafe.naver.com) 등 포털사이트를 돌아다녀 보면 품앗이를 같이 하자는 글들이 많이 올라 있고 현재 운영하는 품앗이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품앗이이기 때문에 전업주부가 아니면 못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부산에서 최근 품앗이를 시작한 김미정(35)씨는 “10가구 정도가 참여한다면 그 가운데 절반 정도만 교사로 활동해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맞벌이 부부라면 한달에 한번 정도 특강 형식으로 수업을 하거나 주말 체험프로그램 등을 이끄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프로그램은 최소한 한달 전에 미리 짜야 한다. ‘뚱딴지’의 경우 매달 교육활동지라는 이름의 교재를 만들고 있다. 프로그램은 책읽기, 요리, 바깥나들이, 체험활동 등 아이들의 흥미를 고려해 계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숙제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따로 주거나 고학년을 위해서 특정 과목에 대한 수업을 진행할 수도 있다. 부모들이 가르칠 수 없는 과목은 지도강사를 두거나 문화센터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요즘에는 부모들이 태권도나 피아노 등 예체능 분야나 영어 등 상당한 전문성이 요구되는 과목은 학교가 파한 뒤 학원에서 배우고, 방과후 교실로 오는 형태로 운영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품앗이 방과후 교실은 프로그램에 얽매이기보다는 자유로운 활동이 폭넓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 아이들 생활 자체를 존중하고 즉흥적인 활동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품앗이 방과후 교실이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공동육아협동조합 이송지 사무국장은 “최대한 자주 만나 의견을 나누고 교육 방향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작업을 해야 한다”며 “사교육이 아니기 때문에 부모들이 욕심을 버리고 아이들에게 즐겁고 보람된 시간을 마련해준다는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사진 뚱딴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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