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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20 17:05 수정 : 2005.02.20 17:05

빨갛고 빨간 나무/미우라 아야코/너른들

미우라 아야코는 ‘빙점’이나 ‘길은 여기에’같은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다. 이렇게 우명 작가가 쓴 동화라는 기대감을 갖고 보면 좀 실망스럽다. 이야기 흐름이 단순하고, 흥미를 끌만한 특별한 장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린 오카모토 요시코는 다운증후군 화가다. 글처럼 그림 역시 단순 소박하다. 옮긴이도 전문 번역가는 아니다. 동네 어린이집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 할머니다.

주인공 어린이는 자기 집 뒤쪽 넓은 들판 건너편에 있는 나무를 날마다 본다. 그러다 문득 무슨 나무일까?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온통 보랏빛 들국화가 피어나는 가을 들판 건너편에 있는 나무가 점점 빨갛게 되기 때문이다. “엄마, 저기 빨간 나무는 무슨 나무예요?”하고 묻지만 엄마는 “글쎄? 무슨 나무일까?” 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다. 그래서 주인공 마짱은 그 빨간 나무에 작접 가보고 싶어진다. 그 나무에 올라가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래서 아침에 길을 떠니지만 들판 한 가운데서 작은 시냇물을 만나고, 물고기를 잡아서 집으로 돌아온다. 마짱은 다음날 꼭 건너편에 있는 빨간 나무까지 가겠다는 마음으로 다시 떠나지만 들판 중간에서 다람쥐를 만나서 따라다니다가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 다음날 더 굳센 결심을 하고 들판을 건너간다. 나비와 토끼를 만나 놀다가 또 돌아올 뻔하지만 이번에는 빨간 나무에 올라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잊지 않고 건너 간다. 주인공이 본 빨간 나무는 빨간 사과가 열리는 나무였다. 주인공 마짱은 달콤한 사과를 따먹고, 마침내 빨갛고 빨간 사과 나무에 올라간다. 마치 화려한 몸짓과 변화무쌍한 목소리로 연기하는 동화 구연 실력이 하나도 없는 평범한 할머니가 어린 아이들한테 흥얼흥얼 들려주는 듯한 이야기다. 그러나 천천히 천천히 여러 번 읽다보면 그 속에 담긴 즐거움과 평화가 점점 더 또렷하게 떠오르는 책이다. 아이가 질문하기가 무섭게 정답을 가르쳐 주고, 단번에 외우기를 바라는 요즘 엄마들도 이 책의 엄마처럼 한발 물러서서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성공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슬기를 배웠으면 좋겠다. 이주영/서울 송파초등학교 교사 jyl0301@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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