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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10 14:38 수정 : 2006.05.10 14:45

구로고등학교에서 한미 FTA 관련 강연을 한 영화배우 최민식씨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한미 FTA에 무관심은 절대 안돼요!”

“야, 최민식이야, 최민식!!”

5월 9일 오전 9시반, 구로고등학교 시청각실은 학생들의 환호성으로 들썩였다. 영화배우 최민식이 나타났기 때문.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그의 등장에 학생들은 무척이나 놀란 눈치였다.

아무것도 알지 못했던 학생들은 무척 놀랬지만, 열렬히 환호했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최민식이야, 최민식”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안녕하세요, 영화배우 최민식입니다. 어젯밤까지 학생들을 만날 생각에 이런저런 준비를 많이 했는데, 막상 교정에 들어서는 순간 사전에 정리한 것들이 다 지워져 버렸어요.” 오랜만에 학교에 찾아오니 그저 웃음만 나온다는 그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강의는 진행됐다.


“오늘 제가 강연할 내용은 다소 무거운 주제입니다. 재밌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스크린 쿼터와 한미 FTA의 중요성을 공유하려고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그는 학생들 앞에서 생각을 이야기하려니 무척 쑥스럽다며 멋쩍게 웃었다.

영화와 스크린 쿼터제는 왜 중요할까?

먼저 그는 자신의 학창시절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시절에, 전 다른 학생들보다 좋은 영화나 연극을 보면 잔영이 오래 갔어요. 그리고 ‘저런 작품을 나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연극영화과를 택하게 됐습니다.” 이어서 그는 영화란 누구에게는 심심풀이 땅콩 같은 소일거리이지만, 자신 같은 사람에게는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영화의 의미에 대해 말했다.

열심히 듣고 있는 학생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화제는 자연스럽게 스크린 쿼터제로 옮겨져 갔다. “스크린 쿼터에 대해 아는 학생?” 몇몇을 제외하고는 거의 잘 모른다는 분위기에 그는 “쑥스러운가 보네요.(웃음) 먼저 의무상영일 146일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 얘기해보죠.”라며 강연을 이어갔다.

“1년 중 146일이면 전체 40%를 차지합니다. 결코 한국 영화만 보라는 게 아니에요.”

그는 스크린 쿼터제를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며 이렇게 말했다. 완제품이 나오면 매장에 진열이 되는 음반이나 책에 비해 영화는 독특한 유통구조를 갖는다. “극장에 걸리지 않는 필름은 그저 폐품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영화는 배급이 절대적이죠.”

그러나 현 정부가 한미 FTA를 추진하면서 스크린 쿼터제 축소는 협상의 선행조건이 되었다. 따라서 오는 6월 1일부터 기존 146일에서 73일로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왕의 남자>가 1,000만 관객이 봤는데 내리라고 한다면 어떻겠어요? 배급사들이 <고질라>, <스파이더맨>같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안주겠다고 협박하면 극장주는 손쓸 수가 없는 거죠.”

결국 스크린쿼터제를 축소하게 되면, 다양한 한국 영화를 볼 수 있는 가능성도 자연스레 적어지는 것이다.

최민식 씨는 “그럼 축소가 되면 어떻게 될까요?”라며 반문했다. “시나리오 단계부터 ‘과연 이 영화가 돈이 될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영화인 스스로 검열을 하게 되는 거죠. 하지만 영화는 창의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생겨나기도 전에 크게 위축되어버린다면 얼마나 큰 불행인가요?”

“현재는 스크린 쿼터제 덕분에 설령 망해도 극장에 걸 수 있는 권리는 보호받고 있지만, 이것이 축소된다면 영화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게 되는 겁니다. 이는 한국 영화산업의 위기일 뿐 아니라 정체성의 위기이며, 창작의 싹을 잘라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를 곱지 않은 눈으로 보고 있다. 영화인들의 밥그릇 싸움이라 칭하거나, 오히려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권리를 뺏는 것이라고 반박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한 부정적 시각들은 영화 산업의 시스템 구조를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사실 영화인들도 말할 의무를 못 느꼈기에 저희의 잘못도 크죠. 소통 가능한 이야기를 만드는 데만 최선을 다했지 영화산업 구조나 스크린 쿼터에 대한 홍보는 부족했던 게 사실이에요.”

“스크린 쿼터제 축소는 강자가 약자를 때리는 것과 똑같은 일입니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하지만 그는 한국영화가 단기간에 급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은 스크린 쿼터제 같은 정부의 보호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영화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우릴 부럽다고 말합니다. 영화의 불모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어떻게 순식간에 다양하고 질 높은 영화가 쏟아져 나오느냐고 말이죠.”

한미 FTA, 국민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논리에 이끌려 가고 있어

스크린 쿼터제가 축소된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FTA(Free Trade Agreement)이다. 예를 들어 스크린 쿼터제나 무역관세 같은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는 장치들을 없애고 ‘자유롭게’ 사고팔자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 있어서 미국의 입장에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것.

“경제교류를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분야에 걸쳐서 진행한다면 이를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게 상식 아닐까요? 하지만 이해당사자들의 의견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급하게 추진하는 것도 모자라 협상도 하기 전에 스크린 쿼터제를 축소하고,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을 완화하는 등 이미 내어준 것이 4가지나 됩니다.”

“미국은 자선 사업가도, 천사의 나라도 아닙니다. 철저히 국익을 위해 한반도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국민에게 속이고 있습니다. 모든 것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고, 국민들의 합의를 도출해서 협상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부분의 학생들은 FTA를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또한, 그는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모든 것을 사고팔지만 지켜야할 것이 있습니다. 말, 습관, 생활양식…. 문화는 경제교역의 대상이 아닙니다. 「햄릿」과「감자」를 읽을 때 느낌이 다르듯, 우리의 말과 생활방식을 통해 우리만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다양한 문화예술분야에서도 특히 영화를 통해 우리는 한 나라를 쉽고 간편하게 이해할 수 있다. 최민식 씨는 영화 <우나기>를 예로 들며 “‘일본 사람은 요즘 이렇게 사는구나.’라고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라며 영화는 오락거리에 그치지 않는, 너무도 영향력이 크고 중요한 매체라고 다시 한 번 힘주어 말했다.

“영화보다 당장 먹고 사는 일이 더 급하지 않느냐고 물으신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예술이 왜 필요할까요? 정신적인 풍요와 성숙을 왜 추구할까요? 스크린쿼터제가 축소되면 이제 극장가는 헐리우드 영화판이 될 것입니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사람들은 미국식 사고방식을 주입받게 될 테죠. 그것이, 문화패권주의가 바로 무서운 것입니다. 한국 사람의 이야기이기에 보고 듣고, 울고 웃는 그런 판을 없애는 일이 부당한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싸우는 이유입니다.”

한미 FTA는 청소년에게 가장 큰 영향 끼쳐‥,무관심은 금물

마지막으로 그는 학생들에게 간곡히 부탁한다며 “절대 무관심하지 말아주세요.”라고 덧붙였다.

“재밌고 자세하게 FTA에 대해 알게 됐어요.” 한수진(고3)양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한미 FTA는 지금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어도 그 피해는 여러분에게 옵니다. 제가 지금 땀을 삐질삐질 흘려가며 이야기하는 이유도 바로 그런 까닭입니다. 역사적으로 민중의 무관심 때문에 피해를 본 경우는 많았습니다. 일방적인 여론에 속지 말고 관심을 가져 주세요.”

강연을 마친 최민식 씨에게 한 여학생이 무언가를 전해줬다. “강연을 들으면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편지로 썼어요.” 정은선(고3)양은 기자의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정 양은 FTA가 기분 나쁘다며 “정부가 잘못하는 것 같아요. 점점 사람들이 힘을 잃게 만들고 있잖아요? FTA가 실행되면 미국의 욕심만 더 커지고 결국 우리나라 산업은 크게 위축될 것 같아요.”라고 걱정스레 말했다.

한편 최민식 씨가 와서 놀랐다는 한수진(고3)양은 “맨 처음엔 연예인이 온 것에만 집중했는데 계속 듣다보니 좀 더 자세히 알게 돼서 재밌고 좋았어요.”라며 “어렵게만 느껴졌는데 앞으로 더 자세히 알고 싶고, 무관심해지지 않으려고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실태를 알게 되니까 착잡하네요.”라며 입을 뗀 한상협(고3)군은 “FTA 관련 뉴스를 몇 번 보긴 했지만 정확한 뜻을 몰랐어요.”라며 일방적으로 진행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강연은 한미 FTA저지 교육공동대책위원회에서 주관하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서 진행하는 ‘한미 FTA와 한국사회’의 계기 수업의 일환으로, 전교조는 5월 말까지 일선학교에서 한미 FTA 관련 계기수업을 진행하고, 지속적으로 토론회와 대국민 선전을 펼칠 예정이다.

박소희 기자 sost38@nate.com
ⓒ2006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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