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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20 18:39 수정 : 2005.02.20 18:39

황제와 염제에 이어 다섯 방향의 큰 신 중 동방의 태호(太昊) 복희씨와 서방의 소호(少昊) 금천씨에 대해 알아 보기로 하자. 모든 신들의 탄생이 그러하듯이 태호의 탄생도 신비하기 짝이 없다. 중국에서 아득히 먼 변방에 화서씨(華胥氏)의 나라라는 곳이 있었다. 이곳의 한 소녀가 동쪽의 뇌택(雷澤)이라는 아름다운 호수에 놀러갔다가 호숫가에서 큰 거인의 발자국을 봤다. 소녀는 호기심에 자신의 작은 발로 그 큰 발자국을 밟아 봤다. 그 순간 이상한 느낌이 몸에 전해오더니 임신을 하게 되었고 이렇게 해서 태어난 아이가 태호였다. 태호는 사람의 얼굴에 뱀의 몸을 했다고도 하고 사람의 얼굴에 용의 몸을 했다고도 한다. 태호는 노끈을 꼬아 그물을 짜서 고기 잡는 방법을 사람들에게 가르쳤다고 하며 불을 일으키는 방법을 알아내 사람들에게 음식을 익혀 먹도록 가르쳤다고도 한다. 아마 태호는 염제나 황제보다도 더 이른 시기인 수렵시대의 큰 인물이었는지도 모른다.

태호의 또 하나의 중요한 문화적인 업적은 팔괘(八卦)를 고안해낸 일이다. 팔괘는 건, 곤, 감, 리, 간, 진, 손, 태 등 여덟 개의 부호로 하늘, 땅, 물, 불, 산, 천둥, 바람, 늪 등 여덟 가지 자연현상의 기운을 상징한 것인데, 동양의 고대인들은 이 여덟 개의 부호를 서로 결합시켜 세상의 모든 현상을 표현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동양에서는 팔괘를 이용해 점을 치기도 하고 세상의 이치를 헤아리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팔괘가 태호라는 한 신화적 인물에 의해 창안되었다기보다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보태져서 만들어진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서방의 큰 신 소호의 탄생 신화는 다른 신들의 경우와는 달리 로맨틱하다. 소호의 어머니 황아는 본래 천상의 궁궐에서 살았는데 밤에는 베를 짜고 낮에는 배를 타고 노닐었다. 그런데 어느날 서쪽 바닷가의 거대한 뽕나무 아래에서 용모가 빼어난 청년을 만났다. 이 청년은 새벽별 곧 금성의 화신이었고 둘은 곧 사랑에 빠졌다.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바로 소호였다. 소호는 처음에는 동방에 나라를 세웠는데 그 나라는 새의 왕국이었다. 즉 신하와 관리들이 모두 새였던 것이다. 예컨대 집비둘기가 교육을, 수리가 군사를, 뻐꾸기가 건축을, 매가 형벌을 맡았다고 한다. 소호의 이러한 신화는 고대의 동방 민족에게 새를 숭배하는 종교와 풍속이 있었던 사실을 반영한다. 고대의 우리 민족도 새를 숭배했었다. 고구려의 시조 주몽이 새의 알에서 태어났다던가 고구려 무사들의 모자에 새의 깃을 꽂았다는 이야기들로부터 그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소호는 원래 동방의 나라를 다스렸다가 나중에는 서쪽으로 옮겨 가 지는 해의 기운을 맡아 보는 서방의 큰 신이 된다. 아마 동방에는 큰 신 태호가 이미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영역을 서쪽으로 옮긴 것이 아닐까? 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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