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과 5일에 졸업식과 종업식을 치렀다. 이로써 지난해 3월1일에 시작한 2004학년도 한 해를 마감한 셈이다. 이제 곧 학교의 새해라 할 수 있는 2005학년도를 맞이하게 된다. 우리 학교에서는 시업식을 삼일절 기념식에 이어서 담임 선생님 소개와 새 학급 편성 발표를 하는 정도로 간단히 하고, 종업식 역시 아주 간소하게 해오고 있다.
“…한 학년을 마치면서, 여러분이 저에게 물어본 말과 부탁한 말을 소개하고, 여러분의 궁금증을 한꺼번에 좀 풀어드릴까 합니다. 먼저 1학년 어린이가 질문한 것부터 몇 가지 소개하겠습니다. 좋은 마음을 가지면 진짜로 소화가 잘 돼요? 교장 선생님 일기 쓰세요? 교장 선생님 딱지 잘 칠 수 있어요? 왜 남기지 말고 먹어야 되나요? 왜 책을 많이 읽어야 되나요? 함께 생각해 볼 만한 질문이지요? 다음은 2학년, 3학년의 질문과 부탁입니다.…”
한 학년을 마치는 날 둘째 시간, 나는 교무실에 앉아서 마이크를 잡고 방송으로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를 끝내면서, 한 해 동안 가르쳐주신 선생님께 ‘선생님, 고맙습니다!’, 서로 도우며 함께 지낸 동무에게도 ‘동무야, 고맙다!’ 하고 인사도 하게 했다. 시작도 중요하지만 끝맺음 또한 중요하다.
졸업식은 종업식 하루 전날에 치렀다. 졸업식 때 나는 단 위에서 내려와 졸업생 한 사람 한 사람 손을 잡고 축하하며 졸업장을 준다. 이 때 담임 선생님도 졸업생에게 일일이 상을 주는데, 그건 한 마디 칭찬하는 말이다. 그러니 졸업식 준비는 졸업장 만들고, 아이들은 노래를 연습하고, 보내는 말과 남기는 말을 직접 써서 연습하는 게 전부다. 식장은 아주 소박하게 차려놓으면 된다.
졸업식 때가 다가오면, 나는 한 달 전부터 졸업생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준비한다. 방학 중에 6학년 담임 선생님이 아이들 몇 명 데리고 제주도 문화 답사 갈 때 따라 가서, 아이들과 함께 먹고 자고 구경하면서도 나는 아이들에게 해 줄 알맞은 말이 무엇일까 하고 생각에 골몰했다. 졸업식 전 날 밤까지 말 다듬기를 거듭했건만, 자고 일어나면 고칠 말이 또 있다. 졸업생들에게는 평생에 한 번 있는 일이니, 마지막 말이라 여기고 준비한다. 이번 졸업생들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바른 생각 실천하면, 지금 이곳 하늘나라’로, 우리 학교 교훈과 그 속에 숨은 뜻을 풀어주는 것이었다. 이야기 내용을 미리 글로 써서 복사한 것을 한 부씩 나눠 줬다. 졸업식을 마치고 나서, 졸업생의 아버지 한 분이 ‘졸업식 때 교장 선생님 말씀이 짧게 느껴졌습니다. 비디오에 담아놓았습니다.’ 하시는 게 아닌가! 이야기를 하고 나서 반성해 볼 때마다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전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이 날은 학부모님 인사 한 마디에 그래도 마음이 좀 놓였다.
끝이 좋아야 시작도 아름답다. 졸업식과 종업식이 학교 구성원 모두에게 큰 기쁨을 안겨주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거창 샛별초등학교 교장 gildongmu@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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