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탕을 주면서 첫시간을 기억하자고 이야기해요" 하헌종 교사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
<스승의 날>월계고 학생들이 존경하는 하헌종 교사
국가에선 ‘스승의 은덕에 감사하고 존경하며 추모하는 뜻’으로 스승의 날을 만들었다. 하지만 현재 스승의 날은 그 취지와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언젠가부터 촌지가 극성을 부리자 스승의날을 학생들의 졸업이 있는 2월로 옮기자는 주장이 나왔고, 급기야 올해 국가청렴위는 10일 교육청과 각급 학교에 ‘촌지 안주고 안받기’ 운동을 권고했다. 급기야 올핸 많은 학교에서 스승의날을 집에서 쉬는날로 결정했다. 스승의날이 천대받게 된 이유는 촌지 뿐만이 아니다. 스승이라 부르며 존경할만한 풍토가 없어진 것도 한몫한다. 입시교육에서 원인을 찾을 수도 있지만, 그만큼 존경할만한 교사가 없다는 이유도 된다. 그래서 <바이러스>에선 올 스승의 날을 맞아 학생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는 교사를 찾아보았다. "하헌종 선생님은 학생들 편이에요" “하헌종 선생님은 학생들 편이에요. 다른 선생님들 다 반대하는데 학생들 두발자유 시켜야한다고 주장하세요. 선생님께선 수업하는 반에 있는 모든 애들 이름을 외워서 따뜻하게 대해주세요. 애들이랑 서로 별명 부르며 허물없이 지내시구요. 가끔 박하사탕도 입에 넣어주시는데, 너무 좋아요.” - 김민지(고2) “하헌종 선생님은 좀 달라요. 스승의 날 선물 이야기 들어봤어요? 스승의 날 때 애들이 선물 가져오면 사실 교사들도 부담이거든요, 근데 하헌종 선생님은 애들에게 받고 싶은 선물이 있다고 말해요. ‘상자 안에 상자, 다시 상자 안에 상자가 있어서 맨 마지막 조그만 상자에 소금 있는 선물’ 받고 싶다고 하세요. 교직생활 하는데 변치 않겠다는 약속이라나.” -동료교사 김종일 월계고에서 사회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하헌종(48)교사. 지난 1986년 교직생활을 시작했으니, 올해로 21년째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전교조 결성 관련해 89년부터 94년까지 해직상태에 있었으니 교탁에서 서있는 것은 사실 16년째라고 할 수 있다 월계고 학생들은 존경하는 교사가 누구냐는 질문에 ‘하헌종 교사’를 단연코 꼽았다. 묻는 학생마다 이유는 비슷했다. ‘학생들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 교사에게 어떤 특별함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박하사탕’을 주는 교사 하헌종 교사는 매년 자신이 들어가는 반에 박하사탕을 주는 걸로 일년을 시작한다. 남녀 가리지 않고 자신의 손으로 입에다 직접 먹여준다.(이 이야기를 하면서 하 교사는 기자의 입에다 박하사탕을 건넸다) “사탕을 주면서 첫 시간을 기억하자고 이야기해요. 1년 후에 오늘을 다시 회상해보자는 성찰의 의미에요. 그 전엔 학부모들에게도 사탕을 주었어요.” 하교사는 첫 시간 이외에도 종종 학생들에게 사탕을 준다. 하헌종 교사는 학생들에게 박하사탕을 주면서 ‘사귀자, 뽀뽀하자’고 이야기한다. 괜한 오해를 살 수도 있는 ‘멘트’지만, 하 교사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사귀자’는 건 남녀 관계에서만이 아니에요. 어머니랑도 잘 사귀어야 하고, 친구와도 잘 사귀어야 하거든요. 인간관계를 잘 맺자는 의미에서 ‘사귀자’라고 말하는 거에요.” 그래도 하 교사의 행동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사람이 있었을 법한데. “평상시에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가 잘 맺어져 있으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요.” 대신 싫어하는 학생에게 억지로 먹이진 않는단다. 생일을 꼬박꼬박 챙겨주는 교사 하헌종 교사는 담임을 맡으면 언제나 학급 학생들의 생일을 챙겨준다. 생일인 학생을 한 달에 모아서 챙겨주는 게 아니라, 생일을 맞은 당일 날 바로바로 챙겨 준다. 물론 비싼 케익 보단 저렴한 과자를 준비하지만, 편지를 쓰는 등 정성은 언제나 가득하다. 하 교사는 생일을 받은 학생에게 ‘왜 사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건지’를 물어보면서 생일의 의미를 더해준다. “누구에게나 생일은 자기 ‘생존’을 느끼는 날이에요. 생일날 자기 삶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주는 거에요.” 학생들은 그를 ‘하박’이라고 부른다 학생들은 하헌종 교사를 부를 때 ‘하헌종 선생님’이라고 하지 않는다. 대신 하카프리오, 헌사마, 하쳉, 하박 등 하헌종 교사의 별명을 부른다. “제가 수업에 들어가는 교실은 첫 시간에 ‘자기소개’를 해요. 저도 학생들에게 소개를 해요.” 하 교사는 자기소개 시간에 언제나 별명을 소개 한다. 어느 날 학생들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브로마이드를 선물로 주면서 ‘선생님 사진이에요’라고 했단다. 그날이후로 그는 하카프리오가 되었다. TV에서 브루노와 보쳉이라는 외국인이 우리나라 탐방을 하는 프로그램이 시작한 이후에 그는 ‘하쳉’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남학생들 중에선 옹박을 본 따 하교사를 '하박'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여학생들 중에선 그를 ‘헌사마’라고 부르기도 한다.
|
학생들은 하헌종 교사를 ‘하카프리오, 하쳉, 헌사마’라고 부른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
그는 학생들에게 별명을 불러도 좋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교실에서 복도에서 그를 만나는 학생들은 별명을 부른다. “친근감이 있잖아요. 사실 학생들이 앞에서 욕하냐, 뒤에서 욕하냐 차이만 있을 뿐 교사의 권위가 많이 무너졌어요. 지금은 교사의 권력으로 그걸 유지하고 있지만. 전 교사로서 권력은 포기했어요. 교사의 권위는 학생들이 부여할 때 생기는 거라고 봐요. 오히려 아이들이 주는 권위를 받고 싶어요.” 하 교사도 학생들이 편한 교사라는 인식에 가볍게 대할 경우 상처를 받는다. 하지만 그는 학생들이 하 교사의 교육철학을 이해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월계고의 한 학생은 별명을 부르는 하 교사를 두고 ‘친자식 같이 대해주어 좋다’라고 말해주었다. 그는 학생들과 소통하는 또 하나의 방법으로 ‘즐, 허걱, 방가’같은 학생들의 언어를 쓴다. 학생들과 소통을 하는데 교사의 방식만으로 해선 안된다는 생각에서다.
|
하헌종 교사는 학생들과 또 하나의 소통창구로 미니홈피를 운영하고 있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
새로운 시도 학생총회, 학급회장선거, 학생회장 선거 하 교사는 월계고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바로 ‘학생총회’ 지난 4월 15일 전교생이 체육관에 모여 학생 총회를 시작했다. 안건은 ‘두발자유와 화장지사용, 핸드폰사용’문제였다. “민주국가에서 주권이 국민에게 있듯이, 학교의 주인 중 하나인 학생에게도 주권이 있어요. 하지만 지금까지 학생 참여는 배제되어왔잖아요. 학생총회는 학생들이 자율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과정이에요.” 현재 대부분의 학교에서 대의원회의, 학급회의가 유명무실하다. 하 교사는 교사와 학생 모두 학교에서 민주주의 훈련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학교에 학생총회를 제안했다. 지난달 15일 전교생은 학생총회를 통해 ‘두발 자율화부터 시작해서 빨간 안경테 사용 같은 용의복장 문제’까지 자신들의 입장을 정했다. 이어서 교장, 부장교사등과 협의회를 열고 학생들의 주장을 전달했다. 당시 교사들은 학생들이 공부와 같은 자신들의 책임은 지지 않고, 권리만 요구한다며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다. 결국 학생총회는 열렸지만, 학생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던 것. “이날이 4월 19일이었죠. 4.19라는 의미도 있고 해서 이날로 잡고 회의를 했는데 아쉬웠죠.” 이날 하 교사는 학생대표 2명과 4.19묘역에 갔다. “애들에게 ‘민주주의를 만드는 과정에 벽도 있다’고, ‘이 만큼 온 것도 진전 아니냐’며 위로했어요.” 하 교사는 학급회장 선거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했다. 학급회장 선거가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각 반에 3명씩 선관위를 구성했다. 또한 종이를 찢고 아무렇게나 투표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기표소도 설치했다. 학급회장 선거에서도 마찬가지다. 월계고는 학생회장 선거 과정에서 후보 토론회를 연다. 단지 연설만 몇마디 하고 학생회장을 뽑는 것을 넘어 후보들끼리 공약 토론 시간을 갖는다. 이 역시 민주주의 인간으로서 자라나기 바라는 하 교사의 노력이 담겨있다. 하 교사는 학생총회, 학생회장 선거, 학급회장 선거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주장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결정한 일에 책임을 다하는 학생들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다. 학생들 편에 있는 교사 학생들은 하 교사를 두고 ‘학생들 편에 있는 교사’라고 이야기한다. 지난해 두발문제로 사회가 시끄러울 때, 월계고에서도 두발규정 개정 관련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하 교사는 학생들 편에서 끝까지 두발자유를 주장했다. 학생들은 그런 하 교사를 잊지 않는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스스로 하는 게 중요해요. 가끔 내가 애들을 위한 활동이 나만의 만족에 불과하지 않나 걱정도 해요. 교사는 길 안내자라는 생각을 합니다. 학생들이 주체로 서서 자기 목소리 낼 때까지 길 안내자 업무를 할 거에요.” 정혜규 기자 66950@hanmail.net
ⓒ2006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