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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철학 ‘발굴’ 나선 중국 |
지난 30년 사이 중국사상 분야에서는 몇차례 놀라운 발굴이 있었다. 새로운 자료들은 사상사 연구에 커다란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세 가지 발굴을 간단히 소개하고, 다음 회부터 이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연구성과들을 몇 차례로 나누어 소개하고자 한다.
가장 경이로운 발굴은 1972년 호남성 마왕퇴(馬王堆)의 한나라 무덤(漢墓) 발굴이라 할 수 있다. 세 개의 무덤에서 여자 미이라와 유물 3천여점, 12만자 이상의 비단에 쓰여진 글(帛書) 등이 나왔다. 미이라는 2천여년의 세월이 흘렀는데도 내장까지 전혀 부패하지 않았으며, 미이라의 몸에 방부제를 주입하자 동맥을 따라 퍼져나갈 정도였다. 이 발굴에서 학술적으로 더욱 중요한 것은 누구나 육안으로도 읽을 수 있는 상태의 백서(帛書)였다.
그로부터 20년이 흐른 1993년 겨울, 역시 호남성에 위치한 형문(荊門)시 곽점(郭店)의 전국 시기 고분에서 초(楚) 문자로 쓰여진 대량의 죽간(竹簡, 대나무 판에 쓴 글)이 발굴되었다. 부분적으로 도굴된 흔적이 있는 이 무덤에서 8백여 매의 죽간들이 나왔다. 1998년 출판된 이 자료들은 중국학 연구자들의 열띤 연구와 토론을 이끌어내고 있다.(bamboosilk.org)
세번째 발굴은 가장 최근(2001∼2002년)에 이루어졌다. 상해박물관에서 발간한 두 권의 책이 중국학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박물관쪽이 1994년 홍콩 골동품 시장에 나돌고 있던 죽간 1천2백여매를 입수하고, 다시 비슷한 성격의 죽간 5백매 가량을 기증받아 그동안 여러차례 전문적인 처리와 감정을 거쳐 정리한 결과의 일부라 한다. 이 책의 서문에 따르면 자료를 입수한 경위가 ‘007 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긴박감이 넘친다.
이처럼 놀라운 발굴들과 고고학적 연구는 중국 고대철학사를 다시 써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히 1990년대 이래 자신들의 전통문화 연구에 관심을 기울여 온 중국 지식인들은 새로운 발굴에 더욱 자극되어 인터넷 사이트( http://www.guoxue.com )를 중심으로 시시각각 새로운 성과를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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