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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사자후’는 소리를 질러 상대를 제압하는 일종의 음파무기로 표현된다. 사자후의 달인이 종을 이용해 소리를 증폭시키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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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푸 허슬> 2004년, 감독 저우싱츠(주성치), 출연 저우싱츠(주성치), 이안화(원화), 이안추(원추)
본래 무협 영화라는 것이 어느 정도 과장이 포함되기 마련이지만, <소림축구>에서 저우싱츠(주성치)가 보여준 것은 황당함 그 자체였다. <쿵푸허슬>(사진) 역시 저우싱츠 특유의 유쾌한 황당함이 빛나는 작품이다. 그의 영화는 한때 일부 마니아들이 즐기는 B급 영화로 취급되기도 했지만, <쿵푸허슬>은 흥행에도 성공하는 개가를 올렸다. 정통쿵푸와 컴퓨터그래픽이 만나 빚어낸 만화같은 장면들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다.
도끼파의 도끼날이 모든 것을 굴복시킨 1940년대 중국 상하이. 도끼파는 별 볼일 없어 보이는 돼지촌을 접수하려고 하지만 오히려 그곳에서 강호의 고수들을 만나 고전을 면치 못한다. 도끼파는 떠돌이 형제킬러인 ‘심금을 울리는 가락’을 고용해 돼지촌 고수들을 제거하기로 한다. ‘심금을 울리는 가락’이 고수들을 완전히 제압했다고 생각되는 순간, 파자마 바람으로 등장한 집주인 아주머니의 놀라운 무공이 드러난다. 사실 그녀는 전설 속의 무공인 ‘사자후’의 달인이었던 것이다.
거문고를 타는 ‘심금을 울리는 가락’과 소리를 질러 공격을 하는 ‘사자후’는 모두 음파무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사자후는 ‘사자의 울부짖는 소리’라는 뜻을 갖고 있지만, 불가에서는 ‘악마를 귀의시킨 부처의 설법’이라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영화 속 아주머니와 같이 남편에게 고함을 지르는 것을 사자후라 하기도 한다.
물론 거문고를 타거나 소리를 질러 이처럼 치명적인 공격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미국 샌디에고에 있는 아메리칸테크놀로지(AT)에서 개발한 ‘장거리 음파기기(LRAD:Long Range Acoustic Device)’라는 장치는 음파를 이용한 최첨단 무기다. 미국은 2004년 이 장치를 이라크에 배치했다고 한다. 빛을 증폭시킨 레이저처럼 음파무기는 소리를 증폭시켜 무려 150㏈의 소음을 발사할 수 있다. 일반 총소리(약 120∼130㏈)보다 무려 100배나 큰 소리다. 이 정도 소리는 귀뿐 아니라 피부로도 느낌이 올 정도로 강력하다. 이러한 소음에 장시간 노출되면 청각장애는 물론이고 자칫하면 청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무림 최고수인 ‘야수’에게 사자후가 통하지 않자, 집주인 아주머니는 종을 사용해 공격을 한다. 종이를 깔때기 모양으로 말아서 이야기를 하면 크게 들리는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한다고 소리가 증폭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소리가 퍼지지 않고 한쪽 방향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크게 들릴 뿐이다. 소리와 같은 파동은 거리의 제곱에 비례해서 그 세기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호랑이 울음소리 중 낮은 주파수의 소리가 멀리까지 전파되어 다른 동물의 근육을 얼어붙게 할 수도 있다는데, 사자후도 그런 것일까? 최원석/김천중앙고 교사 nettrek@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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