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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촌지 문화는 버리고 작은 감사의 뜻 취지 살리자 |
졸업식 날 학부모 한 분이 찾아오셨다. 올해 졸업을 하는, 2년 전 담임 반 아이의 어머니였는데, 인사가 늦었다며, 한과 한 상자를 놓고 가셨다. 따지자면 촌지일 터이나, 사양하기가 어려워 결국은 “맛있게 먹겠습니다.”하며 그 마음을 받았다.
사실 교사로서는 그 동기나 내용이 어떠한 것이든 ‘촌지’만큼 부담스러운 것도 없다. 특히 학기 초나 상담 때 부모님이 (간혹) 슬쩍 놓고 가는 상품권 같은 촌지는 곤혹스럽기 짝이 없다. 편지를 써서 조심스럽게 돌려드리긴 하지만, 아이에게도 그렇고 영 뒷맛이 개운치 않다.
다행히 요즘은 그런 관행이 많이 사라져 학부모를 대하기가 참 편해졌다. 촌지 문화는 당연히 없어져야 한다. 어찌 학교뿐이겠는가. 허나 한편으로는 그와 관련해서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이를테면 학년말에 소박하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말 그대로 감사 나누기의 미덕까지도 더불어 사라지는 추세가 확연한 것이다. 사실, 그것은 대단한 선물일 필요도 없이 편지 한 통만으로도 충분한데 말이다.
몇 해 전 종업식 날 학부모에게 작은 선물을 받은 적이 있다. 목사탕이었는데 겉포장에 이런 쪽지가 붙어 있었다. “일년간 철부지들 데리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 그런데 선생님께서 담배를 많이 피우신다고 아이가 걱정을 많이 합니다. 이 참에 끊어 보시지요. 애 아빠도 담배 끊을 때 이 사탕 드셨습니다.” 그 편지 한 통으로 며칠 동안 기분이 유쾌했다.
딱히 보상이나 감사를 받고자 해서가 아니다. 요즘 아이들을 대하다 보면 누군가에게 진실로 감사하고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일에 참 인색하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일궈내는 것, 그리고 그 마음을 표현하게 하는 것도 중요한 교육이다. 이것만큼은 부모의 역할이 크다. 저녁 밤참으로 만든 찐고구마 중에 몇 개 덜어서 아이를 통해 밤잠 설치며 아파트를 지키는 경비 아저씨에게 보내드리는 일, 얼마나 따스한 교육인가.
종업식도 끝났고, 졸업식도 치러졌다. 아이들은 이제 한 단계씩 진급하게 될 것이다. 이 아이들에게 ‘새 학년이 되었으니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고 주문하기 전에, 지난 학년 선생님들께 편지라도 한 통 쓸 수 있게 토닥여주는 부모님이 많았으면 좋겠다. 감사는 곧 자신에게 돌아오게 되어 있거니와, 신뢰와 정이 없는 교육은 감동이 없다. 감동과 상상력이 없고서야 어찌 교육이 살아나겠는가. 덧붙여 고백하자면, 교사만큼 쓸쓸함과 마주 서 있는 직업도 드물다. 그 쓸쓸함을 딛고 거듭나게 밀어주는 힘이 다름아닌 위로와 격려인 것이다.
이상대/서울 신월중 교사 applebighea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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