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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20 19:16 수정 : 2005.02.20 19:16

지난해 포항 고교평준화추진윈원회 집행위원회 서재원위원장 등이 경북도교육청 정문 앞에서 도입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해부터 평준화에 반대하는 경제계와 언론, 정치권의 평준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이를 뒷바침하는 연구 결과도 제시되어 마치 평준화가 한국교육을 망치는 주범처럼 이야기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육개혁연구소와 서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에서 발표한 연구결과들은 평준화제도가 학생들의 학력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교 평준화를 바라보는 시각은 “학교교육, 특히 고등학교 교육을 어떻게 바라보는가”라는 관점에 따라서 전혀 다른 두가지 생각으로 나뉜다. ‘학교교육이 사회적 평등화를 구현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보면 평준화 정책은 대단히 긍정적인 효과를 갖고 있는 제도이다. 반면에 ‘학교교육이 경쟁과 선발의 원칙으로 효율성을 지녀야 한다’는 주장에서는 평준화가 이러한 원칙들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가톨릭대 성기선교수(교육학)는 한국교육개발원이 발간하는 <교육정책포럼> 최근호에 발표한 연구결과에서 “평준화가 학력하향화의 주범이라는 최근 일부의 연구결과는 결정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분석결과에 따르면 평준화가 학생들의 학력수준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증거는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중등교육 단계까지는 모든 사람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고 국민복지라는 시각에서 투자효율성을 따지기보다는 공공성을 기초로 학교교육을 운영해야만 한다”며, “더불어 함께 살아가면서, 남과 다른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소중하게 가꾸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한 입시기관이 1997년 3월 전국 고1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능 모의고사 성적과 이들이 고3이 된 1999년 10월의 모의고사 성적을 비교·분석했다. 전체 2만2천515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는 수원·청주·전주·마산·창원·진주 등 6개 도시 48개교를 평준화지역 표본으로, 안산·광명·춘천·원주·강릉·목포·순천·안동·포항 등 9개 도시 49개교를 비평준화 지역 표본으로 하였다.

연구결과를 보면 전체 대상자의 모의고사 평균점수는 235.61점(고1)에서 272.51점(고3)으로 36.90점이 높아졌다. 평준화지역이 235.97점에서 274.01점으로 38.04점이 올랐고, 비평준화 지역은 235.16점에서 270.63점으로 35.47점 올랐다. 평준화 지역과 비평준화 지역의 성적 차이가 1학년에서는 0.81점에 불과했으나 3학년에는 3.38점으로 벌어졌다. 성교수는 “이 결과는 평준화가 학생들의 학력수준과 관계없이 전반적으로 학력을 하향시킨다는 비판과는 거리가 멀다”고 설명했다.

고교 입학 당시 성적을 고려한 고3의 학교간 성취도 분석에서는 그 차이가 4.85%로 나타났다. 성교수는 연구결과에서 “미국의 고교간 차이가 3.9%로 이번 조사결과인 4.85%는 성취도에 있어서 학교효과가 매우 작거나 없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또한 다른 조건이 동일할 경우 평준화 고교는 비평준화 고교보다 고3의 성취도가 평균 0.89점 정도 상승한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차이는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변화도에 있어서 평준화 적용여부에 따라 특별한 차이를 보이지 않으므로 평준화가 학력을 하향시키지 않는다는 근거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교수는 “연구를 종합하면 학생들의 성취도 수준이 높은 학교가 학생들의 성취도 향상에 다소 유리한 측면을 보여 주고는 있지만 평준화 정책변인이 학생들의 성취도 수준을 전반적으로 떨어뜨리는 학력 하향화의 주범이라는 최근의 비판론과 부합될 만한 결과는 제시하지 않았다”고 결론내렸다.


학생의 학력수준에 상관없이 비평준화 정책이 평준화 정책에 비하여 학업성적 향상이 높다는 한국개발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대하여 성교수는 “이 연구가 동일한 시점에서 1학년과 3학년을 비교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대의 입학생 분석 결과에 대해서도 “2003년에 있었던 서울시 고등학교 8학군효과분석연구에서 8학군이 다른 학군에 비하여 학업성취도 향상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서울시 11개 학군 중 일등학군임을 확실히 할만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며, “수능 성적 상위 2%이내 학생들이 대부분인 서울대 사회대학 입학생들의 입학 경향 분석으로 평준화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성교수는 논문에서 “고등학교 평준화 정책은 운영의 묘만 잘 살려 간다면 교육적으로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제도임에 틀림없다”며 “하지만 최근 경기도 신도시가 평준화를 처음 도입하면서 기술적인 오류를 범하여 학부모들의 신뢰를 잃어버림으로 해서 평준화에 대한 반감이 고조된 것을 거울 삼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평준화가 학력의 하향 평준화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확인한 성과는 크다”고 평가하면서 “무엇보다 기초학력수준에 미달하는 학생들에 대한 제도적 보완을 통하여 전체적인 학력수준을 높이는 교육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용환 기자 yh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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