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5.15 16:53
수정 : 2006.05.1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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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버티켈을 찾아간 아주대 자원봉사단 학생과 그 지역 주민이 힘을 모아 마을 화장터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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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세계로 지역으로
국외 자원봉사
단국대학교 경영학과 4학년인 김승희씨는 지금 인도에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을 골라 다니며 인도의 낯선 얼굴을 만나는 중이다. 지난 2월, 6개월여에 걸친 네팔 자원봉사 활동을 마친 뒤 내친김에 인도까지 돌아보기로 한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김승희씨는 “괜찮은 학점으로 그럭저럭 취직을 할 미래가 싱겁게 느껴져 떠났던 자원봉사가 내 인생을 구원했다”고 말한다.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고, 평생 누군가에게 보탬이 되는 일을 하며 살아가겠노라 결심을 했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으로 떠나는 배낭여행이나 어학연수 대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저개발국을 찾아 구슬땀을 흘리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의료나 교육 같은 전문 분야 활동만 하는 것이 아니다. 쓰레기를 줍고 나무를 심고 길을 닦고 돌담을 쌓는 등 각종 허드렛일을 마다지 않는다. 현재 세계 30여개국에 장단기 자원봉사자 400여명을 파견 중인 세계청년봉사단 양진아 간사는 “벌써부터 올 여름방학 기간에 국외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요청이 잇따르고, 휴학을 한 뒤 6개월에서 1년 정도 장기 체류를 원하는 학생들의 문의전화도 하루 평균 3~4통에 이른다”고 전했다.
국외 자원 봉사 활동을 학점으로 인정해 주거나 아예 대학 차원의 봉사단을 꾸려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는 대학들도 늘고 있다. 아주대학교는 교직원과 학생들로 구성된 네팔 자원 봉사단을 매년 두 차례씩 현지에 파견한다. 봉사단 운영을 맡고 있는 아주대 오용직 팀장은 “봉사단 모집 경쟁률이 5 대 1에 이를 정도로 학생들의 참여가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2003년부터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 지역에서 활동해온 덕성여대는 올해도 타이와 필리핀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명지대·건국대·한양대·충남대 등 국내 여러 대학들이 교수와 학생, 교직원이 참여하는 국외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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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해외 봉사활동 돕는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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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인연’에 눈물 왈칵
1년만에 찾아간 네팔 버티켈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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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대학교 학생들과 버티켈 마을 아이들의 즐거운 수업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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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한 공항 분위기, 신기한 듯 우리를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 1년 전 그대로다. 나는 2005년 아주대 네팔 국외봉사단원으로 참여해 이미 한 차례 자원봉사 활동을 한 경험이 있다. 공항을 빠져나와 아이들이 기다릴 그곳으로 달려가는 길은 지난 일 년의 기다림보다 길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나마스떼!”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버스로 30여분 거리에 있는 작은 마을 버티켈. 그곳에 2주 동안 머물면서 마을에 필요한 시설을 짓고, 네팔 어린이들과 보내는 것이 우리의 임무다. 올해는 돌을 하나씩 날라 마을에 화장터를 만들었다. 힘든 육체노동이 봉사단원들에게는 더욱 보람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우리가 땀흘려 만든 화장터에서 고귀한 생명들이 편안히 하늘나라로 가길 기도한 뒤 저물어 가는 해를 바라보던 순간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네팔어가 서툰 우리들에게, 아이들은 “굿모닝 미스”라며 친근하게 다가온다. 더위 때문에 각종 전염병과 질병에 노출되기 쉬운 아이들을 위해 위생 교육 시간을 마련했다. 얼굴에 밀가루를 묻혀가며 함께 뛰고 깔깔대니 어른 아이가 따로 없다.
지난해 인연을 맺은 우마 가족을 다시 만났다. 울컥 눈물이 쏟아진다. 얼굴색과 생김새는 다르지만, 그는 네팔에 있는 나의 또다른 ‘엄마’다. 점심식사에 초대받아 가니 우마가 방안 곳곳에 나와 함께 찍은 사진을 걸어둔 것이 눈에 띈다. 매일 나를 위해 기도한단다. 돌아오는 날 ‘우마’ 엄마는 공항까지 나와 잡은 손을 놓지 못하며 눈물을 흘렸다. 히말라야 저편 버티켈에 내 가족이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가슴 한구석이 저리다. 나는 그들에게 어떤 희망을 전할 수 있을까. 어쩌면 희망은 해맑게 웃는 네팔 아이들이 아닐까.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 큰 나무로 성장하도록 기도하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인 것 같다. 우마가 나를 위해 그랬던 것처럼.
피영란/아주대학교 사회과학부 4년
에이즈와 싸우는 천사들을 보다
캄보디아 테레사 수녀의 병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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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베트남과 캄보디아에서 활동한 덕성해외봉사단원들과 현지 아이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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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캄보디아 프놈펜. 날씨는 찌는 듯 무덥다. 12일 전 서울을 떠나 베트남을 거쳐 캄보디아까지 오는 동안 무더위와 갑작스런 소나기에도 조금 익숙해졌다. 비가 와서 물이 고이면 열악한 수로시설 때문에 거리에 홍수가 나는데, 오늘은 다행히 비가 금세 그쳐 차질 없이 움직일 수 있었다. 그동안 고아원과 천막 학교를 찾아가 질병과 가난에 시달리는 가여운 이들을 많이 만났지만, 오늘은 각오를 더욱 단단히 해야 한다. 이틀 일정으로 병원 봉사를 하기로 했는데, 결핵과 에이즈에 걸려 부모와 친구들에게 버림받고 직장에서도 쫓겨난 이들이 머무는 곳이다. 프놈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자비의 선교사들’이라는 이름의 이 병원은 테레사 수녀가 직접 세웠다고 한다.
캄보디아는 에이즈 발병률이 몹시 높다. 천사 같은 얼굴로 힘겹게 병마와 싸우는 아이들을 보니 마음이 무척 아팠다. 부모님이 에이즈에 걸렸기 때문에 날 때부터 에이즈에 걸린 경우가 전체 환자의 60%나 된다고 한다. 타인의 고통을 통해 자신을 위안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지만,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이고 많은 것을 가진 행운아인지 새삼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픈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은 해맑게 웃으며 노래를 불렀다. 수녀님을 도와 환자들에게 먹일 약을 분리하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다. 에이즈 환자에 대한 편견이나 두려운 마음을 떨치고 아이들에게 다가가 어울릴 수 있었던 나 자신이 조금은 자랑스럽다. 내 작은 실천이 아이들에게 아주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나는 누군가에게 간절히 기도했다.
김진/덕성여대 심리학과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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