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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의여대 아동미술전공 학생들이 코시안의 집 아이들과 함께 종이 오려 붙이기 놀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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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세계로 지역으로
지역에 봉사하는 대학
숭의여대 미술 봉사 동아리 ‘러브 하트’
“통통한 뜨구(10)는 장난기가 많고, 애교도 많아,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지마(9)는 눈이 참 맑아요. 만난 지 얼마 안 됐지만 그림도 잘 그리고 정말 착해요.” 지난 5월 초 만난 숭의여대 아동미술디자인과 학생들은 자신들이 가르치는 아이들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들은 지난해 ‘러브 하트’라는 미술 봉사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요청을 받으면 벽화도 그리지만, 주된 봉사터는 경기도 안산의 ‘코시안의 집’. 국제결혼이나 이주노동자 가정의 아이들 삼십여 명이 모여 있는 이곳에서 ‘러브 하트’ 이모들은 천사 같은 아이들과 함께 미술 수업을 진행한다.
매주 토요일 네 시간 가량 진행되는 수업에서 학생들은 아이들과 다채로운 미술 활동을 한다. 그림도 그리고, 찰흙을 이용해 동물을 만들기도 하고, 종이 접기도 한다. 물감을 이용한 데칼코마니도 빠지지 않는다. 낯선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자라 온 아이들은 처음에는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죽는 그림도 그렸지만, 지금은 밝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다. 이들을 지도하는 윤현정 교수는 “미술 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며 “특히 그림을 그린 후 나누는 대화는 심리 치료의 효과까지 있다”고 했다.
한양여대 구강보건 봉사 동아리 ‘한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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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여대 치위생과 학생들이 장애인 학생들의 칫솔질을 도와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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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구동은 지금까지 학교 여덟곳과 시설 다섯곳에서 구강 관리를 해주고, 교육을 했다. ‘흥부와 놀부’를 개작한 충치 예방 연극도 자랑거리다. ‘한구동’의 황선희 교수는 “이렇게 전공을 살려서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다는 데 감사한다”며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에 더 열심히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방과후 학습 교수·학생 팔걷어 성균관대 수학교육과 4학년 박성준(26)씨는 매주 월요일 서울 강북구 번동중학교에 간다. 지난해 2학기부터 시작된 번동중 학습 봉사에서 그는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친다. 도서관 옆 작은 교실에서 6명의 학생들과 공부하고, 간식도 먹으며 얘기하다 보면 어느덧 세 시간이 후딱 간다. 박씨처럼 이곳에서 공부를 가르치는 ‘대학생 선생님’은 23명, 배우는 학생도 딱 23명이다. 일대 일 수업이다 보니 학생들은 넘치는 선생님의 사랑으로 행복하다. 박씨는 “올해 고등학교에 진학한 ‘제자’ 넷이 지난달 찾아왔는데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며 “졸업하기 전까지 꾸준히 아이들을 만날 것”이라고 자랑했다. 대학 교직원도 학습 봉사에 나섰다. 한양대 교직원 최윤아(29)씨는 지난해 4월부터 매주 한 차례 지역 중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친다. 4~5명의 학생들이 한양대로 찾아오면, 최씨는 대화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대학 국제협력실에서 일하는 최씨에게 영어 수업은 맞춤 봉사 과목이다. 한양대에는 최씨 말고도 함께 봉사하는 교직원이 여섯명 더 있다. 대학의 학습 봉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동국대는 지난 4월 초 서울 중구청과 손잡고, 소속 외국인 교수 11명이 지역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칠 수 있도록 했다. 전원 박사 출신으로 구성된 외국인 교수들의 수업은 높은 수준과 쉬운 해설로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광운대는 지역 장애인 학생들이 적은 비용으로 방과후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참빛 아동지원센터’를 열었다. 삼육대도 소속 외국인 교수들이 참여하는 영어 교실을 열어 지역 학생들에게 혜택을 돌리고 있다. 최현준 기자
‘알음알음’ 벗어나 체계적 참여 붐 대학 봉사활동이 달라지고 있다. 대학생들의 대표적 봉사활동인 농활을 대학 본부에서 추진하고, 야학, 공부방 등 학습 봉사도 대학 당국 및 교육청 차원에서 진행된다. 알음알음으로 이뤄지던 봉사 연결 활동은 포털 사이트 등을 통해 체계화, 규모화돼 가고 있고, 기업 차원에서 치러지던 봉사 공모전을 대학 당국도 열고 있다. 대학, 교육 당국 참여=성균관대는 지난달 충북 충주 지역 30개 농촌 마을과 1교 30촌 협약을 맺었다. 기업체에서 맺는 ‘○사 ○촌 자매결연’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올여름엔 학생과 교직원이 함께 농활을 갈 계획이다. 경남 김해 인제대는 지난달 20일 김해 분성여고와 방과후 학교 협약을 맺고 교사를 지원하고 있다. 교육대학원 석·박사 출신인 교사들은 분성여고의 심화 보충 학습을 맡아 가르치며, 봉사와 실습 기회를 아우르고 있다. 서울대 학생 300명은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지역 초·중생 1000여 명을 가르치는 멘토링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여대는 지역봉사 활동을 아예 정규 과목으로 채택해 눈길을 끈다.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지식을 토대로 봉사활동을 하면, 이를 학점으로 인정(전공 3학점+지역봉사 1학점)하는 방식이다. 현재 서울 노원구 내 각 학교와 지역봉사기관 30여 곳과 연계해 총 15개 전공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도 한양대 무지개 학습 봉사단, 숙명여대 지식봉사단 등이 지역 사회에서 교육 관련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기업, 포털 사이트 참여=2003년 발족한 써니 봉사단은 에스케이텔레콤의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지원 대상을 대학생으로 한정해 아동학습 봉사단과 아이티 봉사단이 꾸려져 있고, 매년 한 차례 봉사 공모전을 열어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누리집(홈페이지) ‘사이좋은 세상’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기반으로 활발한 봉사 연결 활동을 펼치고 있다. 330여 봉사 단체가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으며, 누리꾼이 기부한 23만개 남짓한 도토리가 봉사 단체에 전달됐다. 1997년 우리나라 최초로 대학생 특화 봉사를 지원하던 삼성생명은 현재 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를 통해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 밖에도 케이티앤지, 포스코 등이 대학생 봉사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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