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2.21 16:05
수정 : 2005.02.2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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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1월28일 서울 서초동 법원기자실에서 서울대학교 김민수교수가 파기환송심에서 승소한 뒤 그간의 심정을 밝히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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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교수 "정운찬 총장은 집단사표 수리해야" 성명 맞서
서울대학교 일부 미술대학 교수들이 지난달 28일 재임용탈락 취소청구소송에서 승소한 김민수 서울대 전 산업디자인학과 교수의 ‘미대 복직’에 반대하며 집단 사표를 내 파문이 일고 있다.
서울대 미대 권영걸 학장은 21일 “미대 디자인학부 교수 10명의 사표를 받아 21일 오후 ‘총장에게 드리는 글’과 함께 총장에게 전달했다”며 “디자인학부뿐 아니라 미대 교수 전체를 대상으로 사표를 받고 있으며, 사표를 더 받아서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총장에게 전한 글에는 ‘김민수 교수가 미대와 미대 교수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내용과 ‘김민수 교수가 논문을 표절하는 등 교수로서의 양식이 부족해 자격이 없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권 학장은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서울대에 복직은 시키되 미대 교수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학장은 “지난 16일 미대 교수회의를 통해 사표를 내자는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으나 미대의 다른 교수는 “교수회의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고 디자인학부에서 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민수 교수는 이날 성명을 내어 “재임용 거부처분을 취소하고 원상회복을 시키라는 법원의 판결이 났는데도 미대 교수들은 미대가 아닌 기초교육원으로 보낼 것을 주장하는 등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정운찬 총장은 미대 디자인학부 교수들의 집단사표를 수리하라”고 요구했다. 김 교수는 “부당한 이유로 나를 재임용에서 탈락시키는 데 공모했던 미대 교수들이 무슨 염치로 명예훼손 타령을 하는가”라며 “논문 표절 의혹도 이미 2000년 다른 교수들과의 공개토론회를 통해 혐의가 없는 것으로 인정된 바 있다”고 말했다.
교수단체들도 미대 교수들의 집단 사표 제출은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한 실력 행사라며 비판하고 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김세균 의장(서울대 정치학과)은 “미대 교수들이 반성은커녕 이렇게 사표를 내고 반발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황상익 전국교수노조 위원장도 “학내에 김 교수에 우호적이지 않은 일부 세력이 있다해도 법원 판결에는 따라야 한다는 견해가 대부분”이라며 “미대 교수들의 이런 태도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 고위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학문하는 사람들은 법원의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미대 교수들이 반발한다고 해도 서울대는 이전에 밝힌 대로 3월부터 김 교수가 강의를 시작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밟는 등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형섭 서수민 기자
sublee@hani.co.kr
아래는 김 전 교수의 성명서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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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미대 디자인학부 교수들의 집단사표를 수리하라!
1월 28일 고등법원 승소이후 벌써 3주가 지났다. 또한 변창구 교무처장이 1월 31일 기자회견을 통해 '전향적인 신속한' 처리를 약속하며 3월 1일자 복직설을 전 언론에 유포한지도 3주가 지나가고 있다. 이제 3월 1일은 열흘 정도 밖에 남지 않았지만 대학 본부는 아직까지 법의 판결을 겸허히 수행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이제껏 보여준 서울대 본부와 미술대학의 태도는 가히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최근 2월 16일 미대는 전체 교수회의를 열어 디자인학부 전 교수들(양승춘·장호익·백명진·권영걸·이순종 등)의 집단사표로 나의 원상회복을 저지하려는 최후의 발악을 자행했다고 한다. 또한 디자인학부 교수들은 나를 '기초교육원'으로 보낼 것을 주장했다니 적반하장도 유분수란 말이 바로 이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재량권 일탈 남용에 의해 위법한 재임용 거부처분을 취소하고 원상회복시키라는 법원의 판결이 났는데 내가 왜 뜬금없이 기초교육원 교수가 되어야한단 말인가. 그렇다면 법대나 의대 교수는 어떠한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몽니가 버젓이 발생할 수 있는 배경에는 사표를 반려한 우유부단하고 무능한 정운찬 총장과 본부의 태도가 있다.
나의 부당해직 사건 이후 6년반이란 외롭고 고된 법정투쟁을 통해 얻어낸 확실한 법의 심판에도 불구하고 정총장은 법의 수행을 외면하고 있다. 국립 서울대와 디자인학부는 대한민국이 법치국가임을 철저히 무시하고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는 치외법권의 특권을 누리는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인가, 무법천지 깡패집단인가!
이번 디자인학부 집단사표 소동은 이성적 학문집단으로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패거리 깡패 조직의 면모를 스스로 드러내고 범죄 공모를 자인하는 꼴이다. 이로써 그동안 무엇이 나의 부당해직 사건을 발생케 했으며 침묵의 카르텔로 학내에서 방관되고 법의 심판으로 해결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나를 재임용 탈락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연구심사 보고서 대필의혹사건과 임용비리의 핵심에 있는 권영걸 교수를 학장으로 모셔놓은 미술대학은 스스로 범죄소굴임을 자랑하고 있지 않은가. 더 나아가 당시 부수언 학장(현 명예교수)과 함께 나의 재임용탈락 음모를 획책하고 진두지휘한 실무책임자인 백명진 교수는 현재 교수협의회 부회장으로서 서울대 교수 모두를 범죄의 공모자로 엮고 있지 않은가.
디자인 학부가 집단사표까지 불사하지 않을 수 없는 속내를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다. 작년 서울대 국정감사 때 권영걸 학장 대필의혹을 제기한 민노당 최순영의원은 국회청원에 이어 부패방지위원회 제소를 통해 끝까지 전모를 밝힐 결연한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나 역시 필요하다면 민형사 소송을 통해서 범죄조직 소탕과 함께 미술대 바로 세우기에 나설 것이다. 따라서 디자인학부의 비리와 범죄공모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것은 시간문제이며, 막다른 골목에 봉착한 범죄자 디자인학부 교수들은 집단사표라는 최후의 악수로 정총장을 협박하고 범죄은폐를 종용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착각하지 말라! 지난 2월 3일 '김민수 교수 원상회복을 위한 공동투쟁위원회 성명서'에서 요구한 나의 즉각 원상회복 등 5가지 촉구사항이 이행되지 않는다면 정총장 퇴진 운동은 물론 국립서울대의 최대 위기를 촉발하게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정 총장은 반려했던 디자인학부 교수들의 집단사표를 즉각 수리하고 범죄 집단과의 고리를 단절함과 동시에 과오를 인정하고 시정해야할 것이다.
아직도 서울대라는 기득권 세력을 업고 범죄조직과의 공생을 은폐하고, 역사와 정의의 심판을 피해갈 수 있다고 착각하는가. 그렇다면 추락하는 서울대에 날개가 있음을 전 세계에 확실히 공표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그 결과의 책임은 조직의 수장으로서 정운찬 총장에게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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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0월18일 오전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국정감사장 밖에서는 교수재임용에서 탈락한 김민수 교수와 학생들이 복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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