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연구학교 50곳으로”
교육단체등 “도농격차 더 커질것”
정부가 초등학교 1~2학년 영어교육 연구학교를 50곳으로 확대하겠다고 나서면서 영어 조기교육 확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전국 3천여 초등학교 교사들이 ‘초등 영어 도입 저지’ 대표자 선언을 하는 등 영어 조기교육 확대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1~2학년 영어 연구학교 확대 강행
22일 교육인적자원부는 서울 행당초등학교 등 초등 1~2학년 영어교육 연구학교 50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이는 지난 1월 16곳에서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지 불과 몇달 만에 연구학교를 세배나 확대한 것이어서 교육단체들로부터 ‘졸속 확대’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이들 50개 초등학교 1~2학년생들은 올 9월 새학기부터 영어교육을 받게 된다. 교육부는 2008년 8월까지 2년 동안 연구학교를 시범 운영한 뒤 2008년 하반기에 초등 1~2학년 영어교육 전면 시행 여부를 비롯해 구체적인 시행 방법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3~6학년 영어교육 평가부터 하라”
전교조, 범국민교육연대, 국어단체연합, 참교육학부모회 등 10개 교육·한글단체는 이날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초등 1~2학년 영어교육 도입 반대 견해를 표명했다.
이들은 “모국어가 안정되는 결정적 시기인 초등 1~2학년에 영어 교육을 도입한다면 언어 혼란은 물론 정체성의 혼란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 단체는 특히 “교육부의 연구학교 시범운영 확대는 초등 1·2학년 전면 실시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수순”이라며 “1997년 도입돼 10년 동안 시행돼온 초등 3~6학년 영어교육에 대한 평가부터 먼저 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전국 3천여 초등학교 대표자 선언에 참여한 교사들도 사교육 열풍이 유아단계에서부터 더욱 번져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유현초등 2학년 교사인 허영주씨는 “찬성론자들은 도농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영어 교육을 1·2학년 공교육으로 끌어들여야 한다지만, 정반대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도시 아이들은 각종 사교육의 혜택을 받아 시골 아이들과 격차가 점점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은 어떤가? 이날 ‘연구학교 확대’ 발표 자료에서도 교육부는 영어 조기교육 확대론을 뒷받침하는 논거를 부각시켰다. 우선 유럽과 중·일·홍콩 등 주변국의 초등 영어교육 현황자료를 내세워 조기 영어교육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현황자료는 경인교대 연구팀이 교육부 의뢰로 내놓은 ‘초등학교 조기영어교육 확대방안 연구’에서 발췌한 것이다. 그런데 ‘확대방안 연구’ 원자료를 보면 세계 200여 나라 가운데 1999년 현재 36개 나라만이 초등 영어교육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초등 1~2학년 시기에 영어교육을 도입한 나라는 절반을 밑돌며, 이들 중 다수는 대부분 영국 식민지 출신 국가다. 또 일본의 경우 공립 초등학교에서 영어교육을 공식 도입하지 않았다. 중국은 2004년에 초등 영어교육을 도입했는데, 대도시인 상하이·베이징·칭다오를 빼고는 모두 3학년부터 영어교육을 하고 있다. 장혜옥 전교조 위원장은 “정책연구 보고서인 ‘확대방안 연구’조차도 조기 영어교육에 유리한 점만을 인용했다”고 비판했다. 허미경 최현준 기자 carm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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