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대학입시제도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우승열패'로 정의할 것이다. '돈'이 많은 이는 살아남는다. '돈'이 없는 이는 패배한다. 이것이 새로운 대학입시제도의 비극이라면 비극이고, 또 현실이다. 말 그대로 '무조건 우수한 조건을 가진 사람만이 살아남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런 세상을 만든 것은 물론 '교육제도'이다.
이번 교육제도 개정의 최우선 목표는 '공교육 정상화'라고 한다. 허나, 2008 대학입시제도를 앞둔 고등학생들이나, 그 학부모들, 학교의 대처방안을 보면 이게 과연 '공교육 정상화'가 맞는 것인지 하는 의심이 든다. 현재 인터넷상에서는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유행하고 있다. 내신, 논술, 수능의 3박자를 고루 갖춘 2008 대입제도를 삼각형에 비유한 이 동영상은 2008 대입제도를 학생의 입장에서 이야기한 동영상인데, 여기서 거론되고 있는 내신, 논술, 수능이 '공교육 정상화'를 방해하고 있는 가장 큰 요소라고 분석할 수 있다고 하면 과연 어떤 반응이 나올까? 허나 이건 사실이다. '공교육 정상화'를 이뤄내기 위해 도입한 요소가 역으로 '공교육 파괴'의 일등공신이 되어버렸다.
사교육이 공식적으로 허가된 이후, 대한민국의 공교육과 사교육은 그간 같은 길을 걸어왔다고 봐도 무방하다. 공교육이 지향하는 바가 있으면 사교육은 꼭 그에 맞춘 시스템을 설정하여 같이 발을 맞춰왔다. 그간 정부에서 '사교육 축소'를 지향해 왔다고 말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공교육과 사교육이 분리되기 힘든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기 때문에, '사교육 축소'를 대놓고 거론하기는 힘든 듯 하다.
여기에 학부모의 과열된 교육열까지 거든다. '남들은 다니는데 우리 아이를 보내지 않을 수는 없지 않느냐.'는 식의 사교육 경쟁은 2008 대입제도의 대상자 학생들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닌, 2007 대입제도의 대상자인 본인을 포함한 현재 고등학교 3학년인 모든 학생들에게도 해당되는 사항이다. 본인 윗대의 학생들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본다. 다른 학생들은 모두 학원, 또는 과외를 통해서 사교육을 받는데 자기 자식들은 학원이나 과외를 통한 사교육을 받고 있지 않다면 그에 대한 불안감은 어느 정도까지 느껴질 수 있을까? 2007 대입제도의 대상자인 본인의 경우에도, 주위 학우들을 지켜보면서 느낀 점이 있는데 그것은 '남들이 다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의 사교육 경쟁이었다. 모두가 남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학원을 다니고, 과외를 받는다. 그러한 과정에서 사교육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2007 대입제도의 대상자인 학생들의 사교육비 부담도 이 정도이다. 그렇다면 2008 대입제도의 대상자들의 사교육비 부담은 어느 정도까지 예측할 수 있을까? 2007 대입제도의 예를 들어보면, 현재 대학입시 반영의 당락을 결정하는 것은 '수능' 하나이고, '내신'은 들러리 취급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내신'에 대한 대비는 고등학교에서는 크게 비중을 두고 있지 않은 형편이다. 그러나 2008 대입제도의 대상자들의 형편은 이와는 전혀 다르다. '내신'이 대학입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7 대입제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고, 12번의 내신고사의 성적이 모두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신'에도 상당한 신경을 써야 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수능'의 비중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판단되고, 거기에 '논술'의 비중도 2007 입시제도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제는 '수능','내신','논술'의 3박자를 모두 철저하게 관리해야만 한다. 그로부터 얻는 부담은 2007 대입제도의 대상자들과는 비교할 수 없다.
여기에서 분석할 수 있는 사교육비 부담만이 문제가 아니다. 서울,특히 강남권의 사교육비 부담 정도와 지방의 사교육비 부담 정도를 비교하면 어떻게 될까? 상상도 할 수 없다. 지방에서 자주 듣는 말이지만, 강남에서는 학교 수업이 마치고 나면 학부모들이 학교 앞에 대기하고 있다가 학생들이 하교함과 동시에 그들을 바로 학원으로 데려가서 또 공부를 시킨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이 하루에 한 번이 아닌, 적어도 2~3번은 반복된다고 하는데 이는 지방에서는 전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본인이 거주하고 있는 부산만 해도 그런 점이 확연히 드러나는데, 대부분의 학교가 야간학습제를 채택하고 있다 보니 야간학습 종료 이후의 학원 공부 시간이 서울 강남권에 비해 현저하게 부족한 형편이다. 하루에 한 번도 고등학교 2학년으로 넘어오면 하기 힘든 실정이다. 그만큼 지방의 사교육비 부담은 서울 강남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족하다.
사교육비 부담의 증가와 수도권과 지방의 사교육비 부담 차이 심화가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당연히 '대학입시의 성패'일 것이다. 현재의 대학입시에서는 '사교육비 투자 정도'가 대학입학과 직접적으로 관련지어진다고 한다. 사교육비를 많이 투자한 학생은 좋은 대학, 소위 SKY 대학에 입학할 확률이 높아지고 그렇지 못한 학생은 그보다 더 낮은 대학에 입학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라면 현실이다. 헌데 이러한 구도가 2008 대학입시제도에서 개선되지 못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상황이 더 문제이다. 오히려 더 심화될 것으로 보는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우승열패', '우수한 이는 승리하고 열등한 이는 패배한다'는 법칙이 이에 딱 들어맞지 않을까? 돈을 많이 투자할 수 있는 학생은 우수한 이다. 그는 반드시 승리한다. 그렇지 못한 학생은 열등한 이다. 그는 반드시 패배한다. 이러한 구도가 심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한국 교육제도는 아무런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이러한 구도의 심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듯한 인상마저 풍기게 해 준다.
현 사회는 '양극화'의 시대라고들 말한다. 20:80이라는 표현은 이미 오래 전부터 사용되어왔던 표현이고, 그게 한국에서는 10:90이라는 새로운 신조어로 다시 표현되고 있다. 이러한 양극화의 풍토가 교육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는 교육제도 전반에 적용될 상황이다. 2008 대입제도가 만들 수 있는 영향이 이것, '교육제도의 양극화 조장'이라고 본다. 이는 사교육비 부담의 증가, 그리고 수도권과 지방의 사교육비 부담 차이 심화, 그리고 그로 인한 대학입시의 성패에서 확연히 드러날 것이다.
교육부에서는 2008 대학입시제도의 성과를 지금은 확언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시간을 두고 분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들의 주된 논리인데, 현 교육계의 실태를 보고 있자면 이미 그 성과는 정해진 것 같은 인상이 풍겨진다. '공교육 정상화'는 고사하고, '교육제도의 양극화 조장'을 가져온 최악의 교육제도로 인식될 수도 있는 교육제도가 2008 대학입시제도라고 본다.
그 동안의 대학입시제도가 보여왔던 악습이 2008 대학입시제도에서 심화된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아니, 그 악습이 '교육제도'라는 감투를 쓰고 정당화될 지도 모른다. 그 악습은 '사교육비 부담의 증가', '수도권과 지방의 사교육비 부담 차이 심화', '사교육비 부담으로 인한 대학입시의 성패', '교육제도의 양극화 조장'으로 표현될 것이다.
2008 대학입시제도는 '우승열패'다.
과연 그 '우승열패'는 극복될 것인가? 신화가 될 것인가?
그 답을 찾아내는 것이 교육 종사자들의 의무일 것이라고 감히 거론해 본다.
교사, 교수, 이외 교육 종사자들만이 아닌, 학생들마저도 짊어져야 할 의무일 것이라고.
거기서 나오는 답이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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