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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국어교사모임 박종호 사무처장, "국가가 만든 교과서에 안티를 거는 대안 교과서를 만든게 큰 성과"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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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교과서 운동을 펼치고 있는 전국국어교사모임 박종호 사무처장
교과서를 바꾸면 교육이 바뀐다. 입시위주의 획일화된 교육을 바꾸는 운동 중 하나로 ‘대안 교과서 만들기 운동’(대안 교과 운동)이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교육은 국가가 만든 교육내용과 교과서를 가지고 진행되었다. 따라서 전국 모든 학생들은 똑같은 교과서를 가지고 똑같은 내용의 수업을 들었다. 대안 교과 운동은 단지 교과서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교육 내용을 바꾸자는 의미도 있다. 대안 교과 운동을 하는 교사 중에는 객관식 평가시험을 보지 않고 수행평가로 대체하는 교사도 있다. 특히 한 번에 입시교육을 바꿀 순 없지만, 대안 교육을 활성화시키다 보면 자연스럽게 획일화된 교육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담겨있다. 대안교육 모임의 중심엔 교과별 모임이 있다. 전교조가 결성되기 이전인 1988년 새로운 교육 내용을 고민하는 교사들이 모여 ‘교과별 모임’을 만들었다. 이 모임이 이어져 현재 전국국어교사모임, 전국역사교사모임 등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대안 교과운동은 이 교과모임에서 이끌고 있으며, 국어와 역사의 경우 이미 기존 국가 중심의 교과서에 안티를 거는 대안 교과서가 나온바 있다.현재 대안 교과 운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전국국어교사모임의 박종호(42) 사무처장을 만나 대안교과 운동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았다. 다음은 박 사무처장과 나눈 이야기다. -대안교과운동이 무엇인가요? “기존엔 전국 모든 학생이 국가가 만든 단 한권의 교과서만을 가지고 공부했다. 따라서 ‘식목일에 온 가족이 북한산 가서 나무 심고, 롯데월드에 가는 교과서 내용’이 있다면 서울에 있는 학생이든, 탄광촌에 사는 학생이든 간에 모두 똑같은 내용으로 공부를 했다. 하지만 지역마다, 학교마다 학생들의 상황이 다 다르다. 학생들이 만 명이면 만개의 교과서가 나올 수 있게 교육내용을 구성하고자 하는 게 ‘대안교과서운동’이다.“ -대안교과서 운동의 시작과 전개과정은? “전교조를 만든 89년 이전부터 대안교과운동은 있었다. 기존 획일화된 교과를 해체하고 학생생활 중심의 교육으로 재구성 하자는 운동이었다. 하지만 97년 전교조가 합법화되기 이전까지 대안교과운동은 엄청난 탄압을 받았다. 우리가 내용을 조금만 바꾸면, 국가에선 ‘의식화’교육이라고 탄압을 했다 이때까진 새로운 대안 교육을 만드는 대신 기존 교육내용에 활용할 수 있는 교사용 교육 지도안을 만들었다. 그러다 전교조가 합법화가 되었고, 교사들은 ‘전교조 사수’가 아닌 교과에 신경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때마침 7차교육과정이 들어서면서 교사가 교육내용을 만들 수 있는 통로가 생겼다. 일부 교사들은 7차교육과정을 신자유주의 교육과정이라고 전면적인 비판을 한다. 하지만 7차 교육과정의 철학 중에 수요자 중심, 학생 중심이라는 개념이 있었다. 또한 7차에서 정부가 ‘교과서는 하나의 자료’라고 말하면서, 새로운 교육내용이 들어갈 공간을 마련했다. 국어교과의 경우 97년부터 대안 교과를 연구했고, 2003년에 ‘우리말 우리글’이라는 대안 교과서를 제작했다. ‘우리말 우리글’의 경우 ‘학생들이 우리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데 교과 목적’을 두었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수업을 하는 게 아니라 ‘우리말을 배우는 주체가 학생이 될 수 있게’ 교육 내용을 만들었다.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의 과정을 만들었는데, 각 학년 교과서당 5만부 이상이 팔렸다. 교육부가 준비하는 차기 교육과정에선 국정 교과서 제도가 없어진다. 따라서 대안교과서가 교육제도 안에 들어갈 가능성은 커졌다.“ -대안 교과운동의 성과와 한계는? “국가 중심의 일방적인 교육내용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교사, 학생 중심의 교육과 현장의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교과서를 만들었다. 이것은 중요하다. 앞으로 민간에서 교과서를 만들게 될 때, 우리가 만든 교과서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다른 교과서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수업에선 학생들이 정답이 없는 교과서라는 걸 좋아했다. 처음엔 부담을 느꼈지만. 또한 활동 중심이라는 걸 좋아했다. 기존 교과가 자기 생각을 교과에 짜 맞추는거였지만, 새 교과에선 학생들이 하나하나 만들었다. 딱딱한 지식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같이 토론하는 형태였다. 교사는 길 안내만 했다. 그러다보니 전통적인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의 역할이 바뀌었다. 오히려 교사가 할 일이 없다고 걱정했다. 교과서도 딱딱한 게 아니라 시대의 흐름과 맞추어갔다. 디자인만 봐도 학생들은 교과서가 아니라 ‘잡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칼라, 디자인에서도 학생들을 배려했다. 하지만 기존 교과서에 대해 안티를 거는 새로운 교과서를 만들었지만 우리가 만든 대안 교과가 하나라는 것은 또 하나의 획일화라는 점에서 한계다.“ -앞으로 대안교과 운동의 방향은? “교육내용을 구성하고, 교재를 구성하고 채택하는데 교사와 학생이 전면적 주도권을 행사해야한다. 또한 아주 다양한 형태의 교육내용과 실천사례를 축적해 지역별, 교과별, 교실별 교재를 만들어야한다. 한명 한명 학생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형태로 교과를 만들어야한다. 현재 국어 뿐만이 아니라 음악, 미술 등 다양한 교과에서 대안 교과서를 준비하고 있다.“ 정혜규 기자6695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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