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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26 15:57 수정 : 2006.05.26 15:57

미술사 수업을 듣고 있는 이우학교 학생들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사는 곳 모두 배움터 되어야” 강원재 서울대안교육센터 부센터장

끝없는 입시경쟁, 사교육 시장은 늘어만가고 그 반대로 입시와는 관련이 없는 분야는 철저하게 배제되는 학교현실, '대안교육, 대안학교'는 그 현실을 바꿀 수 있을까?

IMF 이후 늘어난 ‘평생 먹고살기 고민’ … 기존 교육체제 이탈현상 가속화

1997년 IMF 위기를 겪으면서 사람들은 좋은 대학을 나오는 것만으로는 ‘평생 먹고살기’가 힘들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일찌감치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는 많은 학생들이 기존의 교육체제에서 이탈했다. 전국적으로 이러한 청소년 수가 급증하자 이들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학교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교육부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1996년 10월 ‘학교 중도탈락자 예방 종합대책’을 마련해 발표, 이듬해부터 ‘대안교육 특성화학교’가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된다.

특성화학교란 체험위주의 교육을 전문적으로 실시하는 중고교로, 2005년 6월 현재 총 25개교가 운영 중이고, 그 외에 비인가로 운영되는 대안학교 및 위탁교육기관이 100여 개에 이르며 대안교육에 대한 관심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과연 대안교육은 무엇이며, 한국의 대안학교들은 어떤 길을 걸어왔을까? 이것이 진정한 ‘대안 교육’이 될 수 있을까? 대안교육의 영향과 그 한계점, 나아가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알아보고자 강원재 서울시 대안교육센터 부센터장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인터뷰는 이메일(E-mail)로 진행되었다.

강원재 서울시 대안교육센터 부센터장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대안교육이 도대체 뭐야?

강 부센터장은 원래 전시,공연, 축제 등 문화예술 기획자로 활동가. 그러던 중 1999년 문화관광부 주최 <청소년 축제>를 기획하면서 많은 청소년들과 학부모, 교사들을 만나 대화하면서 좀 더 그들 가까이에서 활동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때마침 탈학교 청소년들의 문화작업장을 표방하던 영등포 ‘하자센터’에서 일하게 되면서, 학교를 힘겨워하는 아이들을 위한 다른 형태의 학습공간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대안교육이란 “공교육체제가 추구해 온 가치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교육을 추구하면서 운영되고 있는 것”이라며 ‘대안’은 하나가 아니라 ”100개의 대안학교가 있으면 100개의 대안이 있을 수 있다.“라는 이우학교 정광필 선생의 말에 동의한다고 했다.

“우리사회 대안교육의 형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지는 듯합니다. 첫째로는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장애가 있는 등의 사유로 일반 제도권 학교를 더 이상 다닐 수 없는 학생들을 위한 ‘보완교육’입니다. 또한, ‘생태, 인권, 평화’ 등의 새로운 삶의 가치를 추구하고 학습하는 ‘대안학교’와 학생들의 특기와 적성이 잘 발현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구성운영하는 ‘특기적성개발학교’가 있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유형의 학교 사이에도 공통점은 있습니다. 한 아이마다 맞는 개별 맞춤 학습을 하려 한다는 것, 그리고 ‘경쟁’과 ‘타율’보다는 ‘공동체 협력’과 ‘자율’에 근거한 학습을 중시한다는 것이지요.”

소수자 배려문제와 청소년의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방향 제시에 기여한 대안 교육

그렇다면 현재까지 진행된 대안교육의 성과는 무엇이며 한계점은 어떠할까? 강 부센터장은 이제 막 10년을 넘긴 대안교육은 아직 경험이 아직 부족한 것이 사실이며 대부분의 학교의 규모는 작고 학력 인정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공적 지원이 없기에 학습기자재나 전문교사인력의 확충이 어렵다. 강 부센터장은 이러한 어려움이 있지만 대안교육이 우리 사회가 추구하고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해준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거대한 학교체제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학교라는 것은,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배려의 문제입니다. 또한 가정형편이 넉넉지 못해 학업을 중단, 빈곤을 대물림 하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하고요.

더 나아가 청소년 사회안전망이라는 차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즉 학교를 벗어나 무리하게 사회로 진출, 폭력이나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청소년들에게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될 수 있을뿐더러 이들이 배움을 멈추지 않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요.”

“아직 갈 길이 멀어…, 교사의 질적 성장은 물론 대안 교육 법제화 시급해”

따라서 교육의 대안 제시는 물론 청소년의 사회 안전망이라는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그는 덧붙였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대안학교 교사는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배고픈 아이에게 공부를 하라고 할 수 없듯이, 영혼이 배고픈 아이에겐 공부보다는 돌봄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해 ‘돌봄의 학습’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 외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대안교육의 법제화’에 따른 시행령이 교육부 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안교육이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묻는 기자의 말에 그는 섣불리 대안교육 전반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문을 열었다. 각자 나름의 대안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자신의 사회적 존재 의의를 스스로 증명해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 다만 자신이 현재 소속된 서울시 대안교육센터의 경우 ‘「대안학교」라는 이름을 버릴 때가 된 것은 아닐까?’라는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에 열린 “교육사랑방, 삶과 교육을 위한 대화와 실천” 모임, 여기에선 대안교육과 개혁교육에 관한 논의가 진행됐다.ⓒ인터넷뉴스 바이러스

“‘학교’라는 이름이 갖고 있는 사회적 지시 체계가 너무 강하다보니, 학교가 갖춰야 할 온갖 형태의 학습규율로부터 우리 스스로도 자유롭지 못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더 나아가 학부모들도 대안학교로 오는 것을 ‘전학’정도로 생각하기도 하지요.

물론 대안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아진 것도 한 몫 하겠지만, 그만큼 제도권 학교를 그만두는 것에 대한 갈등과 고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왜 학교를 그만두려는 것인지, 그래서 학교는 자신에게 무엇인지, 자신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성찰의 과정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부터 ‘학교’라는 이름을 강조하거나 연연하지 말고, ‘사는 곳 어디나 배움터’라는 생각으로 21세기가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자라는 다양하고 새로운 학습 공간을 열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는 교육 또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기에 사람을 통해 기쁘고, 사람을 통해 힘들어진다며 아이들과 함께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서로 학습이 되는 관계가 잘 맺어지면 보람을 느끼지만, 그렇지 않으면 힘들다고 했다.

한편, 우리 사회는 대안학교 뿐만 아니라 ‘지역공부방’이나 ‘주말교실’, ‘아르바이트시장’등 새로운 돌봄의 학습 공간이 많이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합의가 잘 이뤄지지 않기에 여전히 먼 길에 놓인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 ‘교육이란 한 사회 또는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만큼 중요한 것이므로 쉽게 다루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해마다 바뀌는 입시제도, 그로 인해 해마다 흔들리는 우리의 교육제도는 국민들의 실망과 고통만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안교육'이 입시교육현실의 대안을 만들어낼지, 교육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박소희 기자 sost38@nate.com
ⓒ2006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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