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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26 16:06 수정 : 2006.05.26 16:06

요즘 학교 현장은 볼거리 풍년이다. 학생, 학부모들 뿐 아니라 전 국민이 혈안이 되어 볼썽 사나운 풍경들, 학교와 교사가 망가져 가는,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희한한 사건에 흥미를 만끽하며 고소해 하고 있다. 한술 더 떠 그 놈의 자식 맡겼다는 죄 아닌 죄 때문에 “찍”소리 한번 못 했었는데 잘 됐다며 말리는 시누이처럼 오히려 한 수를 더 뜨지 않고는 시대를 못 쫓아가는 얼간이로 전락할 수도 있는 묘한 세상을 살고 있다.

지방 선거 소식에 정신이 없긴 할 테지만 언론매체 역시 지면을 멋지게(?) 장식할 상당한 가치의 소재가 생긴 샘이니 얼마나 좋을까? 앞 다투어 특유의 선정적 제목과 함께 국가적 관심사를 불러일으켜 무지한 중생들을 제도해야 한다는 언론 본연의 중대한 사명의식으로 여론 형성에 충실하고 있는 모습이라니.

교사도 무릎 꿇을 일이 있으면 당연히 무릎 꿇어야지 뭐 교사가 특별하다고 예외가 되겠는가? 학생에게 머리채 휘어 잡힐 일 있으면 잡히고 발로 채일 일 있으면 채여야지 자기네가 뭐라고 허구헌 날 학생 위에 군림(?)만 하느냐 란다. 교사가 교감을 폭행했다느니, 교감이 교사를 때렸다느니. 이게 망해가는 집구석, 즉 흉가의 전형적 모습 아니고 뭐더란 말인가? 꼴좋지 않은가?

교사들이 여기다 대고 괜히 말 한마디 잘못했다간 그 즉시 마치 간음하다 현장에서 붙들린 여인처럼 사방팔방에서 돌멩이질을 당할 터이니 죄인인 주제에 입 딱 다물고 날아오는 돌멩이 그냥 맞으면 된단다. 그런 만신창이가 된 모습으로 그냥 학생 앞에 서든지 말든 지란다. 아니지, 대기자들 굉장히 많으니 그만 그 자리에서 내려오란다.


그동안 그 온갖 욕설과 모욕적 언행이 혀끝에서 뱅뱅 돌았었는데 어떻게 참았는지 궁금하기 이를 데 없다. 덩달아 학생들까지도 용기 백배 하여 요즘 선생들이 선생으로나 보이겠는가? 어떻게 감히 선생님 소리를 언감생심 바라기나 하겠는가? 그냥 선생 정도면 족해야지. 짓뭉개버려도 선생들은 힘 한번 못 쓸 거라는 거 다 안다. 부모님으로부터, 막강한 언론매체들을 통해 분명하고 확실하게 학습한 바니 오죽 하겠는가? 이런 교사로서의 삶을 꾸려가고 있다, 요즘.

그래도 아이들 앞에선 열심히 묵묵히 땀 흘려야 하리라. 수업 중인 40여명의 학생이, 아니 하루 종일 만났던 200여명 학생들이 어디 다 그렇겠는가? 못났어도 선생님인 줄 알고 최선을 다하는 학생들이 있잖은가? 자기 자식 맡아 사람 만들어 준다며 고마워하시는 학부모들이 계시기에 기차소리 요란해도 잘 자라는 옥수수처럼 여전히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끼는 수많은 이 땅의 교사들이 여전히 흉가를 지키고 있다.

‘우리 엄마가 그러는 데 저 선생 실력 없데’ 공부는 이따 학원에서 하고 잠이나 자 볼까를 되뇌며 단잠에 빠져있는 영악의 극치를 달리는 아이들, 교육 당국과 국가기관이야 민원처럼 무서워하는 것이 없으니 수시로 올라오는 학생, 학부모들의 일방적인 소리에나 신경 쓸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공무원인 주제에 민원이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아야지 무슨 해명이 필요하냐는 것이다. 전후좌우 경황 살피는 거야 남의 일일 테니 단세포적인 극단만 가지고 몰아붙여버리는 안타까움, 이래서 덕 보며 이로울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꾸준히 더 찾아보시라! 만신창이를 만들어 버렸으니 이 참에 확실히 꼼짝 못하게 눌러놔야 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일부 교원단체에서는 학부모를 고발하는 역공까지 취했다는 데 별로 보기 좋아 보이질 않는다. 물론 대꾸하고 싶고 항변하고 싶은 마음 굴뚝같겠지만 그런 곁가지 치기로는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지혜를 모으고 힘을 결집할 때란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미 선생은 저들 학생과 학부모들 앞에 더 이상 선생이 아니고 얼마든지 무릎도 꿇리고 머리채도 휘어 잡힐 수 있는 당연히 저 아래 쪽에서 생활하는 지식 팔아먹는 장사 정도밖에 안되는 수준 가지고는 근본은 건들지도 못 한 채 변죽만 울려댈 뿐이지 않은가?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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