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5.26 19:11
수정 : 2006.05.26 22:36
영어 듣기등 비중 커…“재수도 불사”
전문가 “영어만으론 부족…유학 꼭 필요치 않아”
서울 강남 ㅍ학원이 개설한 ‘캐나다 단기 유학 과정’은 올해 초 ‘국제중 완벽 대비’라는 문패를 새로 달았다. 11개월 유학 비용만 4700만원(5만5천 캐나다 달러)에 이르지만 학부모들의 문의는 끊이지 않는다. ㅍ학원 관계자는 “이미 100명 남짓한 학생들이 캐나다로 가서 국제중 입학 준비를 하고 있다”며 “올 8월엔 35명을 추가로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캐나다 현지에서 오후 3시 정규 수업을 마치면, 본격적으로 학원의 관리를 받는다. 아이들이 공부하는 모습은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을 통해 한국에 있는 부모에게 실시간 중계된다.
국제중학교 입학을 위해 유학을 떠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제중 입시에 영어 에세이·듣기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 등에 한국의 학원 과정을 그대로 본뜬 유학 과정이 개설되면서, 국외에서 국내 국제중 입시를 준비하는 것이다. 유학업체들은 ‘국제중 대비 전문 코스’를 개발하고, 학부모 대상 설명회를 여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올해 경기 가평에 문을 연 청심국제중은 지난해 11월 일반전형으로 50명과 외국학교 2년 이상 재학 등이 필요한 특별전형으로 50명을 뽑았는데, 21 대 1의 치열한 입학 경쟁률을 나타냈다. 서울 영훈학원과 대원학원 등 두 사립재단들도 올해 설립인가를 신청한 상태다.
ㅍ학원 관계자는 “국제중이 생기면서 초등 4, 5학년생 유학생 수가 부쩍 늘었다”며 “4학년생은 2년 유학을 계획하는데, 그래야 특별전형에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학 설명회를 찾은 초등 5학년생 학부모는 “아이를 국제중에 보냈으면 하는 마음에 1년쯤 유학을 보내려 한다”고 말했다. 대구에 사는 김아무개(39·여)씨는 올해 초등 6학년인 딸이 국제중 입학에 실패하면 일반 중학교 진학 대신 1년간 외국 연수를 보낼 작정이다. 김씨는 “국제중이 생기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입시업체 하늘교육 임성호 실장은 “국제중이라고 영어만 잘해선 다른 교과 공부나 고교 진학이 힘들 수 있다”며 “국제중에 가려고 꼭 유학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16일 동안 국제중 반대 단식농성을 한 끝에 입원해 있는 정진화 전교조 서울지부장을 찾아가 “(국제중 문제는) 물러섰다”고 말했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교육청의 국제중 설립인가 추진에 일단 제동이 걸린 것으로 보고 40일 만에 서울시교육청 앞 농성을 풀었다. 최현준 이수범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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